타이 요리, 베트남 요리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에 널리 퍼진 요리입니다.
하지만 파는 건 팟타이, 똠양꿍, 쌀국수 등 방콕 지방의 널리 알려진 요리들이었죠.
하지만 한국에 정작 알려지지 못한 타이 요리계의 전주, 전라도라 할 만한 곳이 있으니 이싼입니다.
듣기로는 라오스와 타이의 중간 지역이다보니 요리도 독특하고 강렬하다고 하죠.
이싼은 쌀도 안남미가 아닌 찰기가 진 찹쌀밥을 먹고 파파야를 셀러드로 만들고 순대같은 질감의 소시지도 있고 하니 궁금증을 참을 수 없습니다.
마침 홍대에 저 이싼 요리를 파는 곳이 있다 해서 가봤습니다.
이름부터 어메이징 농카이, 농카이는 이싼 북부 라오스 접경지대 이름...
시킨 건 카오팟 사팔롯(파인애플 찹쌀 볶음밥), 솜땀(파파야 나물), 그리고 놈옌(과일우유) 입니다.
카오팟 사팔롯은 그냥 파인애플 볶음밥이지만 들어간 쌀이 타이의 다른 밥과 달리 살짝 길쭉하면서도 찰기가 있습니다. 이싼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찰기 없는 안남미가 아닌 이런 찰기 있는 찹쌀을 먹어서 그렇습니다. 파인애플, 피망, 실파, 캐슈넛, 새우, 건포도 등이 들어갑니다. 먹어보니 게 내장 특유의 감칠맛과 카레의 향이 나는데 그걸 캐슈넛이 고소함을 더하고 파인애플과 건포도가 단 맛을 더하고, 피망과 새우가 씹는 맛을 주고 파 등의 향이 올러옵니다. 상당히 복합적인데 그게 또 어울려서 정신 나간 듯 먹습니다.
이 찹쌀 볶음밥에 김치처럼 끼어드는 건 쏨땀. 파파야 나물입니다. 그린 파파야라 해서 익지 않은 파파야를 채썰어 액젓(피시소스), 고추, 땅콩, 토마토, 새우, 땅콩 등을 넣고 무쳐낸 것입니다. 처음엔 저 액젓 특유의 꾸리꾸리한 향이 올라오지만 막상 먹으면 그런 느낌은 사라집니다. 파파야는 마치 맛은 무 같고, 식감은 무말랭이에서 단단함을 남기고 쫄깃함을 빼고 아삭하게 만든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걸 액젓 감칠맛이 더해지는데, 태국 고추 매운 맛이 뒷맛을 잡습니다. 전 딱 기본 맵기로 했는데도 매운 맛이 팍 올라오다가 사라지는데, 한국 고추와 달리 깔끔하게 치고 빠지는 매운 맛이군요. 토마토, 새우, 땅콩 등은 저 단순한 나물로 끝날 솜땀을 복잡한 셀러드처럼 만들어 주네요.
디저트 겸 음료는 놈옌. 핑크색 우유인데 마셔보니 딸기우유라 하기엔 단 맛의 향이 좀 다릅니다. 단 맛 속에 세콤한 풍미가 올라오네요. 보니 저 핑크색과 맛은 살라크 시럽에서 나온다는군요.
결론적으로 저 이싼 요리는 간만에 제 뇌와 입에 새로운 충격을 줍니다. 맛도 괜찮으면서도 묘하게 타이와 라오스의 중간적 특성을 가집니다. 복합적인 풍미는 타이에서, 식재료는 라오스에서 온 느낌? 다음에도 또 가보고 싶군요.
베트남 후띠유 보다 맛있다고 베트남 사람들이 와서 먹는다고 해서 시켰는데 요리 정말 잘하시더라구요.
쏨땀 정말 맛있어서 갈때마다 먹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