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5월 4일 예정일이었는데, 금요일에서 토요일 넘어가는 새벽에 갑자기 진통 1도 없이 양수가 터져서 바로 입원했어요.
한참동안 와이프 고생시키고 어제 10시 37분에 나왔네요. 거의 20시간... 그래도 무지무지 귀엽습니다. 딸이구요.
에피듀럴(경막외마취) 무통주사는 신입니다.
근데 문제는 일단 자궁경부가 2-3cm 정도는 열려야 줄 수 있어서 극초기엔 그냥 쌩으로 버텨야 하더라구요. 그리고 무통 시작해도 2시간에 1번씩 주는데 무통 유지 시간은 길어야 한시간 반 정도?(맨 처음 주사는 좀 오래갑니다만) 그리고 주사 맞자마자 통증 없어지는 건 아니고 온셋이 약 10분 걸립니다. 그래서 2시간마다 한 30분 정도는 고통...
그래도 이 정도인 게 어딥니까. 의학의 발전이란 정말 위대한 것이다 싶습니다.
그나마 4번째인가 5번째인가 무통주사 맞고 30분 정도 후에 갑자기 분만할 수 있게 돼서(그 직전 내진까지는 '아직 멀었다' 였는데 말이죠) 분만 자체의 통증은 거의 없었다고 하더군요. 간호사 한 분이 배 위에서 찍어누르는데 그것만 미친듯이 아팠다고.
아무튼 분만 자체는 한 15분?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그 15분에 준비시간도 포함되어 있으니 실제 힘주는 건 1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아무튼 그러고 나서 입원실로 옮기고, 오늘 오전에 짐 좀 챙기러 잠깐 집에 다녀왔는데 엄청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나는 정말 엄청난 일을 겪고 왔는데 집은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그대로니까 '꿈인가?' 싶더라구요. 그냥 좀 기다리면 평소처럼 와이프 퇴근해서 같이 밥먹고 산책하고 그렇게 지낼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아니까 괴리감이 엄청나고... 그냥 실감이 전혀 나질 않네요.
사진은 엄마 허락 못받아서 패스... 아무튼 무지 귀여워요. 이게 딸바보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