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발음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과도기적인 쌍리을이 인상적입니다)
애시당초 정책홍보음반이나 광고음반이란 아주 희귀한 부류에 속합니다. 워낙 적은 수만 만들어졌거나, 판촉용이라 재질이 약하고 일회성이 강해 한번 쓰고 버려졌거든요.
이와 관련하여 올해 초에 새로 발견된 음반 하나 소개해봅니다. 이 음반은 본래 냄비받침으로 써서 구멍이 두 개 뚫려있고, 레이블도 다 떨어진 헐어버린 판만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비록 상태는 그냥 그러나 레이블이 온전히 붙어있는 음반이 기적적으로 나왔습니다.
순경아저씨/민경일심 연설이 실린 동요 및 정책홍보 음반으로, 내용을 한 줄로 말하자면 '민중의 지팡이인 대한민국 민주경찰을 두려워 말고 반갑게 맞이하자' 이런 정도가 되겠습니다. (4.3사건과 대비해보면 기분이 상당히 미묘해집니다)
해방 후 최초의 동요음반이라는 것도 있거니와, 여기서 주목할 점이 또 있는데, 해방 후 음반으로써는 전무후무하게 녹음일자가 명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1950년 5월 16일 경향신문 기사 캡쳐를 보면 1950년 1월 13일에 녹음했다고 나옵니다.
그러나, 저 기사가 나오고 대략 한달하고 일주일 후에 6.25가 터지게 됩니다. 셸락 컴파운드를 만들 재료와 기술조차 없어, 서울 럭키레코드에서 중고 음반을 수작업으로 녹여 찍혀 나오자마자 전쟁이라니, 이 기구한 운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야 당장에 음원을 양면 다 공개하고 싶지만, 순경아저씨는 판이 3-4군데에서 튀고(물론 튀는 쪽 전후로 조각난 음원을 이어놓았습니다) 민경일심같은 경우엔 아예 음반 밑 래미네이트가 다 드러난지라, 아무래도 내년쯤은 되어야 깨끗하게 복각하여 공개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기다 왁스 실린더를 녹여 부어 고치려고 생각중입니다.
저런 걸 재생할 수 있는 레이저 턴테이블을 만들고 싶지만, 2D 포지션 디텍터가 너무 비싸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