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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1.09.18 17:22

자다가 응급실 왔습니다 (2)

CyBerry https://gigglehd.com/gg/10918155
꿈에서 행복하세요.
조회 수 603 댓글 10

자다가 응급실 왔습니다 - 커뮤니티 게시판 - 기글하드웨어 (gigglehd.com)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전광판에 적힌 예상 귀가 시간 2:38이라는 게 2시 38분이 아니라 2시간 38분이었네요.

집에 온 게 04시 10분이니까 얼추 맞는 거 같습니다.

그대로 침대에서 뻗었다가 방금 일어났습니다.

거울 보니 얼굴이 퉁퉁 부었네요.

 

~ 피검사 ~

 

여기부턴 정신없어서 타임라인은 확인 못했습니다.

 

피검사는 처음에 링겔을 넣을 두꺼운 바늘을 팔목에 삽입합니다.

이 바늘에 채혈할 도구들을 연결할 수 있는데, 처음에 피를 쭉 뽑아서 작은 약병에 담습니다.

그 다음 주사기를 연결한 다음, 주사기가 꽉 찰 때까지 당겨서 피를 한 번 더 뽑습니다.

마지막으로 팔목 - 링겔 바늘 - 호스 - 밸브 - 주사기 형태로 연결한 다음, 주사기를 들고 있게 합니다.

이후 담당의가 응급실에 올 때까지 대기합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피가 역류해서 호스가 빨간색으로 차오르던데 보고 있자니 기분이...

 

~ 담당의 도착 후, 진료까지 ~

 

코피 환자는 갑자기 쓰러질 가능성이 있어서, 휠체어에 태워야 한다고 합니다.

간호사인지 직원인지 모를 분이 이끌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응급실을 떠나 불꺼진 야간 병동을 거쳐 진료실로 갑니다.

 

의사 : ? 여기까지 이러고 왔어요?

나 : 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의사 : (한숨, 전화기를 들며) 응급실, 왜 수액 안 달고 올려보냈어요? 어쩌구저쩌구

 

넵. 제가 들고 있던 주사기는 원래 수액이 달려있어야 했습니다...

빠꾸먹고 응급실에서 수액을 달고 돌아옵니다.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합니다.

 

의사선생님이 양손에 길고 가느다란 진찰 도구를 들고 콧구멍을 쑤십니다.

하나는 내시경인 거 같고 하나는 뭔지 모르겠는데 진짜 인정사정없이 쑤십니다...

 

나 : (쿨럭쿨렄ㅋ허) 선생님 끝난 건가요?

의사 : 아뇨 계속 쑤시고 계속 볼 건데요?

orz

 

조금 더 코 안쪽을 보기 위해 간이로 코 내부에 마취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이 제일 버티기 힘들었는데...

사람 손가락 정도 길이의 약솜(!!)을 마취제에 절인 다음 코 속에 집어넣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세 장을, 각각 양 구멍에 넣습니다.

마취제가 새어나오면서 입술, 구강 식도를 적셔서 입안이 온통 얼얼하고 발음이 안되기 시작합니다.

신경을 건드리는 건지 뭔지 온통 눈물 콧물 범벅에, 아프기는 드럽게 아프고...

잠시 기다린 다음 약솜을 빼고 더 깊숙한 곳까지 진찰 도구가 들어옵니다.

 

'하비갑개'라는 게 터져서 피가 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저게 터졌을 때 문자 그대로 피가 콸콸 나는 경우도 있다네요.

이후 같은 증세가 발생할 경우 아래 사진의 '메로셀'이라는 걸 코에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image.png

 

메로셀 넣는 영상 

 

다행히 그렇게 피가 많이 나오고 있진 않았고, 의심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으니까 '서지셀'이라는 걸 붙여준다고 합니다.

생긴 건 쌀알만한 스티로폼 조각같은데, 부착하면 서서히 체내에 흡수되는 지혈제라고 하네요.

그거 붙인다고 콧속을 또 인정사정없이 후비는데 끄아악....

 

 

 

 

~ 진료 후 퇴원까지 ~

 

끝나지 않을 시련과도 같았던 진료가 끝났습니다.

아픈 코를 부여잡고 응급실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호출을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서 멍때리고 있었는데, 주말 새벽인 걸 감안하면 환자가 꽤 많습니다.

다만 드라마에 보던 것처럼 사이렌 울리고 피범벅인 환자 들것에 싣고 다니는 장면이랑은 거리가 멉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히 걸어다니고, 큰 외상도 안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환자가 아닌 건 아니고, 가만히 둘러보면 유형이 꽤 다양했습니다.

 

몇 가지만 예로 들면 일단 제가 앉아있던 의자 옆엔 자살미수? 실패?로 실려온 사람이 있었고....

그 옆에는 데이트 폭력?인 것 같은 커플도 있었습니다.

대화로 짐작컨대 여자쪽이 맨날 한남한남 거리고 술만 마시면 미친 듯이 퍼마시다 필름 끊기고 다 깨부수고 그랬다는 거 같아요.

그나마 평범한 케이스가 넘어졌는데 허리가 어떻게 되어서 실려온 사람이 두어 명 정도?

 

의료진들은 죄다 방호복같은 거 입고 있고, 코로나 환자라도 있었는지 구역 통제해서 방역같은 것도 하고...

아무래도 병원이랑은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이후 링거 바늘을 제거하고 원무과에서 수납하고 퇴원합니다.

피검사 + 진료까지 10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보험이 될 진 모르겠네요.

피검사는 지금 생각해도 왜 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이후 택시 타고 집에 온 다음 그대로 뻗어서 잤습니다.

 

 

 

 

응급실 가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예전에 교통사고 당해서 진짜로 드라마처럼 피 철철 흘리면서 실려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이유가 뭐가 됐든 아프면 괜시리 서러워집니다.

아픈데 혼자면 더 힘듭니다.

심지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부를 사람조차 없으면....

 

크게 다친 적이 몇 번 있다보니 이 정도는 덤덤하게 넘어가지만 가끔 떠나는 데 순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응급실 갈 때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 profile
    임시닉네임      미나토 유키나 사랑해 / N910S, A1687, G920S, N910V, 9860G, 570ES+2, PL380 2021.09.18 17:25
    고생하셨습니다. 푹 쉬세요.
  • ?
    CyBerry      꿈에서 행복하세요. 2021.09.18 17:29
    감사합니다. 임시닉네임님도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 profile
    title: 하와와힘네링 2021.09.18 17:34
    고생하셨습니다.
    상상만해도 끔찍하네요 검사한다고 코를 휘졋고있다는게 ㅠㅠ
  • profile
    title: 하와와미사토      여우 사토에요 ! 2021.09.18 17:38
    아프면 안돼요 ;ㅁ;.....
  • profile
    title: 폭8애플마티니      양고기를 좋아합니다. 2021.09.18 17:40
    피검사는 아마 큰일난 거 아닌가 체크해야 했을 겁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갑자기 코피가 주룩 난 거라면 혈소판이나 응고계 이상이 아닌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죠.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고, 만약 그쪽이라면 입원하셨을 겁니다. 다행히 그런 거 의심할 수치는 아니었던 것일 테구요.
    아니면 무조건 하는 게 디폴트값일지도...? 사람병원 시스템을 모르니 그 이상은 잘 모르겠군요.
  • profile
    title: 민트초코헤으응      여 우 조 아 2021.09.18 17:48
    고생하셨네용 ㅠ
    피검사는 아무래도 몸의 작업표시줄 같은 느낌이라서 하는게 아닐까 싶네용 ㅎㅎ;;
  • profile
    아즈텍      111photo.blogspot.com 2021.09.18 18:13
    추석 앞두고 고생 많으셨네요.
  • profile
    하드매냐 2021.09.18 18:37
    끄아아악.......
    저도 코안을 후비는건 너무 견디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이비인후과 가서 코에 뭔가 넣을려하면 엄청 거부감부터 들어서 긴장부터 합니다.
  • profile
    (유)스시 2021.09.18 20:27
    으어어어 메로셀 ㄷ ㄷ ㄷ 급 PTSD가....... 저거 넣는것도 고통이지만 뺄때가 진짜 지옥입니다.... 피떡되서 부푼 스펀지를 잡아뽑는거니.....
  • ?
    title: 월급루팡드렁큰개구리 2021.09.18 22:12
    응급실을 자주가는데 갈때마다 저는 술에 취해서 진상 부리는 사람을 항상 봅니다.
    그런거 보면 응급실에도 경호원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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