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때는 2003년 4월 22일,
세상을 향해 역사상 가장 기묘한 노트북 중 하나가 출시합니다.
"데스크탑 CPU 탑재한 노트북 PC ThinkPad G40", 노트기어
그것의 이름은 ThinkPad G40.
데스크탑용 CPU를 탑재한 태초의 노트북 중 하나이자, 유일한 ThinkPad 였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몇몇 고성능 게이밍 랩탑에서 간혹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만,
그 당시에 있어 이 제품이 갖는 의의는 완전히 양분화된 것이었습니다.
혹자는 "성능을 위한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하지만,
누군간 "랩탑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모순적인 형태"로 바라보는 참 특이한 제품이었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랩탑도, 데스크탑도 아닌 또 다른 개념의 제품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데스크 노트'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죠.
ThinkPad G40은 그러한 ThinkPad 였습니다.
자, 더 자세한 이야기는 지난번에 기고했던(?)
"TP를 묻다 - Think의 G" 편에서 알아보는 것으로...
https://gigglehd.com/gg/8810567
TP를 묻다 - Think의 "G"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마, 이 ThinkPad의 G라는 시리즈에 대해서 찬찬히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한 번 쯤 해보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디보자, 데스크탑 CPU를 사용한 노트북이면 성능이 얼마나 좋았던 거야?"
물론 이 ThinkPad가 발매되었던 2003~2004년 경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성능을 뽑은 제품이었겠지만,
중요한 건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았을 때인 것이겠죠.
이번 갈아엎기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21 올-뉴 프로젝뜨, "G40 갈아엎기"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ㅎㅎ
1. 대략적인 사양 확인
IBM ThinkPad G40
연산 : Intel Pentium 4 2.6 GHz (노스우드 A, 1코어/1스레드)
그래픽 : Intel Extreme Graphics 2
RAM : 512 MB (DDR1 256 MB *2)
저장소 : 84 GB HDD (PATA/IDE)
무선 LAN : 부재
ThinkPad G40의 대략적인 사양입니다.
2003년 경에 데스크탑을 사용하셨던 분이라면 흔하게 볼 수 있을 법한 사양(?)의 노트북(?!)입니다 ㅎㅎ
몇가지 특이점을 짚어보자면, 가장 먼저
노트북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론 무선 LAN이 부재한다는 점일 겁니다. 동세대의 다른 ThinkPad 제품들에는 무선 LAN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었던 점과는 사뭇 다르죠.
이는 ThinkPad G40이 철저하게 "고정된 위치에 설치"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데스크탑 자리에 대신 들어가는 녀석임에 만큼, 사용자들이 무선 LAN 대신에 유선 LAN을 연결해 사용할 것임을 염두한 것이었죠.
이를 증명하듯, ThinkPad G40은 그 당시 ThinkPad 도킹 스테이션에만 쓰였던 특별 규격의 전원 어댑터를 사용합니다.
G40 자체가 ThinkPad이자 도킹 스테이션의 역할을 맡으며 데스크탑이 보여주는 확장성 또한 겸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IBM ThinkPad G40
ThinkPad G40에는 기본적인 인텔 그래픽 칩셋인 'Intel Extreme Garphics 2'가 탑재되어있지만,
후속 모델인 ThinkPad G41에는 선택 옵션으로 'Nvidia GeForce FX Go5200'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다른 ThinkPad 모델들이 그래픽 옵션 별로 서로 다른 메인보드를 설계했던 것과는 달리, G41은 모든 제품이 같은 메인보드를 공용했다는 점입니다. ThinkPad 시리즈 중 최초로 '분리 가능한 외장 그래픽카드'를 사용했던 모델이었던 것이죠.
유지보수에 있어 상당히 재밌는 아이디어를 접목한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지포스 FX Go5200' 이외에 G41에 호환되는 외장그래픽 카드가 등장하지는 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G40에도 G41의 외장 그래픽을 장착할 수 있지 않을까 찾아보았지만, G40과 G41은 메인보드 구조가 달라 외장그래픽 카드 장착이 불가했습니다.
대략적인 설명은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고!
이후 ThinkPad G40의 기본적인 사양을 토대로 갈아엎기에 동원할 부품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주문한 부품들은 2020년 12월에 출발해,
해가 넘은 2021년 1월이 되어...
마침내 도착...!!
2. 도착
갈아엎기에 동원될 부품들
G40 갈아엎기에 동원될 녀석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CPU : Intel Pentium 4 2.8 GHz (노스우드 A, 1코어/1스레드)
RAM : Kingston DDR1 1 GB *2 (PC-3200s, 200MHz)
저장소 : Micron C400 64 GB SSD (mSATA)
WLAN : Atheros AR9220 (Mini PCI)
CPU는 칩셋이 지원하는 CPU 중 '공식적'으로 가장 빠른 제품인 "펜티엄 4 2.8 GHz (노스우드 A)" 입니다. 비공식적으로는, IBM이 ThinkPad G40을 위해 인텔에게 주문 제작한 '펜티엄 4 3.0 GHz (노스우드 A)'까지 사용가능하지만, 펜티엄4 3.0a 모델은 정식으로 출시된 CPU가 아닐뿐더러 매물 자체가 굉장히 희귀하기에 펜티엄4 2.8a CPU를 사용했습니다.
RAM은 DDR1 규격의 램 중 가장 빠른 200MHz 램을 준비했습니다.
G40이 사용하는 Intel 852GM 칩셋은 스펙시트 상으론 '최대 1GB 메모리'가 사용가능하다고 나와있는데
총 2GB 메모리로 구성하는 것 또한 가능하단 이야기가 있어 1GB 메모리 2개를 구매했습니다.
실제로 인식이 가능한지는 갈아엎기를 진행하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WLAN이 부재한 G40을 위해, mPCI 슬롯용 무선랜카드 또한 준비했습니다.
사용할 무선랜카드는 Compex WLM200NX(Atheros AR9220)입니다.
mPCI 슬롯에서 사용가능한 무선랜카드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 제품입니다.
그리고 체감속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SSD 또한 빠질 수 없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어언 20년이 되어가는 노트북을 갈아엎어보도록 하겠습니다!
3. 갈아엎기 : RAM
Kingston DDR1 1GB 램
기존에 장착되어 있었던 256 MB 램들
간단하게 교체 완료!
과거 노트북들이 으레 그렇듯이,
메모리 교체 작업은 모든 갈아엎기 작업 중 가장 간단히 진행됩니다.
밑판의 램 슬롯 뚜껑을 열고 기존에 끼워져 있던 256 MB 램 2개를 들어냅니다.
그리고 준비한 1 GB 램 2개를 끼워 넣어 마무리합니다.
4. 갈아엎기 : SSD
Micron C400 64 GB SSD와 mSATA to PATA 컨버터
mSATA to PATA 컨버터의 구성
그 다음, 오래된 PATA HDD를 빠름~빠름~한 SSD로 교체하도록 합니다.
mSATA to PATA 컨버터를 이용한 작업입니다.
갈아엎기에 동원한 SSD는 마이크론 사의 C400 64 GB 제품으로 SATA3 지원의 MLC SSD 입니다.
아무리 SSD 라지만 PATA 속도를 생각하면 좀 과분한 스펙인가 싶다가도, 아무렴하는 생각으로 갈아엎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G40은 1.8 인치 컨버터 대신, 2.5 인치 컨버터를 사용합니다.
2.5인치 컨버터를 이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후 설명을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mSATA SSD를 컨버터에 장착
케이스를 덮고 나사로 조이면
PATA SSD로 변신
mSATA SSD에서 PATA SSD로의 성공적인 변신이 끝나면
G40에서 HDD를 분리해주도록 합니다.
G40의 하우징과 연결되어 있는 HDD 가이드
왼쪽은 기존 시게이트 HDD, 오른쪽은 장착할 SSD
G40의 HDD 가이드를 SSD로 옮겨 장착
SSD로 갈아엎기 완료
특이하게도 G40의 HDD 가이드는 AUX 잭 부분의 하우징과 연결되어있는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즉, HDD가 G40의 외관과 연결되어있는 구조인 것이죠.
1.8 인치 크기의 컨버터를 사용하게 되어버리면 HDD 가이드에 SSD를 고정할 수 없게 되어버리게 됩니다.
그렇기때문에, 이번 G40 갈아엎기에서는 1.8 인치 컨버터 대신 2.5 인치 컨버터를 이용한 것이지요.
HDD 가이드를 PATA로 변신한 SSD에 옮겨 장착한 후,
G40에 장착하면 갈아엎기 완료입니다.
5. 갈아엎기 : CPU
CPU를 갈아엎기 위해 키보드를 들어냅니다
CPU를 갈아엎기 위해 본격적으로 G40을 분해하도록 합니다.
키보드를 들어내자, G40의 내부 설계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과거 ThinkPad스러운 꽉꽉 채워진 정갈한 부품 배치가 인상깊습니다.
여기에는 이 당시 IBM이 내부 레이아웃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는 디테일이 존재하는데...
회로 보호용 플라스틱 가이드
바로 회로 보호용 플라스틱 가이드입니다.
G40은 설계 상 회로 가운데에 빈 공간이 존재하는데,
IBM은 이 공간을 플라스틱 가이드로 채워넣는 면모를 보여줍니다.
요즘 랩탑들이 보이지 않는 곳은 엉성하게 설계된 걸 생각하면
많은 비교가 되는 부분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G40 상판과 하판의 분리
G40은 '본체'를 담당하는 하판과,
'모니터'를 담당하는 상판이 굉장히 간단한 구조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쉽게 G40을 두동강(?)내면
데스크탑 본체(?)
하판의 본체만이 남게 되는데,
앞서 G40이라는 모델이 '데스크탑 CPU를 사용한 모델' 이라고 설명을 드렸다시피
이 하판 자체가 하나의 데스크탑 역할을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하판 상부에는 펜티엄4를 냉각시키기 위한 히트싱크가 존재하는데...
G40 히트싱크, 팬이 무려 2개
히트싱크 후면
압도적인 크기
정말 말그대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합니다.
G40이 사용하는 CPU가 인텔의 그 유명한 '펜티엄 4'이다 보니
CPU를 냉각시키기 위해, 역대 ThinkPad 시리즈 중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압도적인 크기의 히트싱크를 사용합니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G40은 전체 ThinkPad 모델들 중에서도 드물게 듀얼팬을 사용하는데
이 두 개의 팬 모두가 CPU 하나를 냉각시키는데 이용됩니다... ㄷㄷ
대게 랩탑에서 듀얼팬은 CPU와 외장 그래픽을 냉각시키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굉장히 이색적인 구조이자, "펜티엄 4란 어떤 존재였는가"에 대하여 확실하게 각인시킨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후속 모델인 G41의 경우, 외장 그래픽 냉각은 방열판으로도 충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히트싱크를 제거하니 보이는 CPU
왼쪽은 기존 펜티엄4 2.6a, 오른쪽은 교체할 펜티엄4 2.8a
펜티엄4 2.8a로 CPU 교체
하드웨어가 정상적으로 인식되는지 테스트
CPU를 교체하고,
이제 지금까지 갈아엎은 하드웨어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간단하게 케이블들을 연결해봅니다.
긴장되는 순간... 전원버튼을 눌러 G40을 부팅...!
성공적인 인식
바이오스에서 하드웨어를 정상적으로 인식했습니다!
Intel 852GM 칩셋이 최대 1 GB 메모리를 인식한다고 쓰인 것과 달리,
2 GB 메모리도 정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CPU 또한 2.8 GHz로 성공적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재조립 후 마무리
하드웨어가 정상적으로 인식된 것을 확인했으니,
재조립하여 마무리하도록 합니다.
여기까지 'G40 갈아엎기 파트1' 이었습니다.
뭔가 많이 갈아엎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금까지는 간단한 갈아엎기일 뿐!
진짜는 지금부터다! (굉장히 영화 홍보 문구스럽네요 ㅎㅎ)
'갈아엎기 시리즈'는 과거의 하드웨어를 최대한의 성능으로 끌어내는 작업임에 만큼
아직도 갈아엎을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럼,
"G40 갈아엎기 Part.2 - 없는 걸 채워넣자!"
편으로 돌아오는 것을 약속하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