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가 2008년 키노트에서 맥에 터치스크린을 넣는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적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사용해 보았는데,
"처음에는 그럴듯하지만 사용할수록 피로가 쌓이고 나중에는 손목이 아프다가 결국 손을 계속 들고 있기도 힘들다" 그리고
이는 인체공학적으로 끔찍하다면서 터치 스크린은 바닥과 수직이 아닌 수평이 되어야 한다고 발언한적이 있습니다.
아마 이 생각이 맥북프로의 터치바로 발전하였으리라 추측합니다.
그런데 2016년 애플은 이런 잡스의 말을 거부하듯 아이패드용 스마트 키보드를 내놓습니다.
트랙패드가 없어서 화면 터치가 강제되었죠.
실제로 타이핑 작업시에는 편리했지만, 나머지 작업에선 손가락 터치를 필수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에 자주 화면에 손을 가져다 대야 했고 장기간 사용시 손목에 피로가 쌓였습니다.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다고 광고하기 위해 억지로 내놓은 액세서리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그러나 애플의 기존 관념이 점점 변화한다는것을 보여주는 예시였습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키노트에서 맥OS와 아이패드OS를 통합할 생각이 없으며, 그 이유로 맥에는 인체공학적인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갖고 있고 이는 아이패드와 구분되는 특성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아이패드 프로 4세대를 출시하며 아이패드OS에 마우스와 키보드에 최적화된 UI를 집어넣고 트랙패드가 달린 매직키보드를 내놓습니다. 매직 키보드는 아이패드를 공중에 띄워서 터치 시 손목이 덜 꺾이도록 하여 피로를 줄였습니다. 물론 여전히 아이패드OS의 UI는 터치에 더 최적화 되어있지만,
애플이 키보드와 터치패드라는 맥의 특성을 터치스크린 기반인 아이패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는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새롭게 출시한 빅 서의 UI는 이상하리만큼 터치도 신경쓴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콘이 아이패드OS처럼 변했습니다. 이는 터치 시 어느정도의 면적이 유효한지 알기 쉽게 하는 디자인입니다.
아이패드OS의 제어바를 빼닯은 제어센터가 나옵니다. 가로 길이도 거의 비슷하고요.
마찬가지로 아이콘 형태가 터치를 신경써서 디자인되었습니다.
버튼들이 터치하기 무리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포인터로 조절하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밝기 바나 소리 바가 꽤 길어졌습니다.
또한 상단 바 아이콘의 간격도 커졌습니다.
손쉬운 사용에 메뉴바의 크기를 키우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사파리의 주소창과 탭 바 모두 크기가 커졌습니다.
또한 ARM 맥에선 기존 아이패드, 아이폰 앱을 설치하는게 가능해 졌습니다.
이들 앱은 스크린 터치 인터페이스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카탈리스트를 통해 아이패드에서 맥으로 포팅된 대부분 앱이 애플의 맥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을 무시합니다.
기존 맥 앱의 UI와 동작하는 방식이 달라 사용하기 불편한 경우도 많습니다.
한편 아이패드OS로 로직X, 파이널컷, 엑스코드가 포팅된다고 합니다.
이제 아이패드용 엑스코드 앱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키보드+트랙패드에 최적화 시킨다면 이미 아이패드 칩셋인 A12Z머신을 레퍼런스 개발머신으로 내놓은 상태이고 맥OS가 잘 돌아가니 그냥 아이패드에서 맥OS를 돌리도록 하는게 최고 아닐까요?
애플이 해 왔던 말대로라면 아이패드라는 플랫폼은 화면 터치에 가장 적합하게 디자인되고, 맥이라는 플랫폼은 키보드와 트랙패드(마우스)에 최적화되어 서로의 역할이 구별되고 장점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애플 스스로가 이런 구분을 허물고 있습니다. 서로 너무 많은것을 하려다 보니 일관된 유저 경험이 서서히 깨지고 있습니다.
애플이 뭘 하려는걸까 생각해보면
아이패드에서도 맥OS를 돌리게끔 하거나, 터치스크린 맥을 출시하거나, 유저 대상으로 UI 실험을 하고 있거나, 그냥 별 생각이 없거나... 이런 생각들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