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iO M11은, 소니를 따라잡겠다는 사장의 비현실적이지만 생각해보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FiiO 사에서 야심차게 발표한, 최신 라인업인 M 시리즈의 중고급형 모델입니다. 하드웨어에 약간의 문제가 있고 빌드퀄리티가 살짝 떨어지지만 교체형 앰프를 사용할 수 있게 설계한 기존의 X 라인업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라인업인 만큼, 제품의 성능도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물론 교체형 앰프 모듈은 여전히 생산중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실 사장이 그렇게 따라잡고 싶어하는 소니의 휴대용 오디오도 별거 없습니다. 어차피 거품은 거품대로 껴있고 가성비는 가성비대로 안좋은데다가 뭐가 쪽팔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스펙시트를 공개하지 않는게 소니 DAP거든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완성도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중국 듣보회사라도 제대로만 만든다면 따라올 수 있을 여지가 충분합니다.
보십시요. 여타 다른 중국 제품과 포장부터 고급스럽지 않습니까? 골든컬러의 고해상도 로고에 음각으로 새겨진 M11 글자. 정말 긍정적인 의미에서 거를 타선이 없습니다. 정말 유일무이하게 전자기기 분야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라는 글자가 혐오스럽지 않게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옆에 가죽케이스는 기본 제공품이 아니지만, 본체에 TPU 케이스와 강화유리 필름은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매니악한 분야라 액세서리 구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배려한 FiiO 사의 배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가절감의 일환인지, 라인아웃 / 광출력 / 코엑셜 전용 포트가 빠졌습니다. 따라서 코엑셜 출력은 전용 젠더로 대신해야만 합니다. 근데 어차피 전작의 경우에도 이 젠더가 없으면 디지털 아웃은 못 사용하고, 디자인적인 측면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저 큰 포트를 기계에 그대로 박아버릴 순 없거든요. 괜찮은 선택입니다.
그러나 광출력은 완전히 빠졌습니다. 그 대신 OS 레벨에서 AOA 2.0 및 USB 오디오 출력을 제대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요즘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죠. 대부분 USB 디지털 아웃으로 통일하는 추세아닙니까?
다국어 설명서. 번역수준이 완벽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 제품이 중국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엄청난 정성을 쏟았다고밖에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카본무늬가 들어간 강화유리로 된 후면. 스티커로 붙여놓는 다른 기기와는 다르게, 간지쩌는 HRA 로고가 안에 직접 인쇄되어 있습니다.
기기의 전체적으로 볼륨다이얼과 전원키를 제외하면 둥근 곡선을 전혀 허용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강려크한 느낌을 주며, 후면 / 측면 디자인은 아스텔 앤 컨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둥근 전원버튼의 테두리에는 전작의 빨간색 스티커 대신 LED가 들어가 충전 중에 파란색 조명이 은은하게 들어옵니다.
딴건 몰라도 하드웨어 빌드퀄리티는 전작에 비해 압도적으로 발전했으며 탈짱깨 수준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CPU로는 전작의 스레기 같던 Rockchip 대신 Samsung Exynos 7872가 적용되어, 펌웨어 적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그지같은 락칩 아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얘는 펌웨어를 올릴리면 펌웨어 올리는 모드로 부팅해서 낸드영역을 밀어야만 하잖아요. 하지만 엑시노스는 그럴 위험이 전혀 없다는 점. 다양한 펌웨어가 많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매지스크로 루팅하는 거도 나왔고...
FiiO 사가 주장하는 M11의 내부 구조도입니다. DAC의 칩은 전작의 듀얼 ES9028Pro에서 듀얼 AKB4493으로 변경되었고, 앰프 칩은 M11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OPA926을 사용합니다. 라인아웃도 '라인아웃 모드' 가 아닌 라인아웃 직결이라 LO사용시 듀얼앰핑으로 인한 음질 손실도 없습니다.
Tokyo Kosei Wind Orchestra의 명반 여러 곡을 감상하면서 판단한 결과로는, 청감상 전작인 X7ii에 비해서 유사하지만 공간감이 증가하고 해상력이 살짝 감소하였습니다. 아 물론 감소했다는게 정말로 너프먹은게 아니고, 살짝 부족하다는 의미죠. 중고음역대가 강조되는 밝게 튜닝된 소리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껏 쭉 적용하여 매니아층이 존재하는 FiiO만의 통통 튀는 음색을 변경하는 것은 중국의 중소기업에게는 마치 도박과도 같은 행위이죠. 따라서 음질에는 합격점을 줄 수 있겠습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특징은 바로 '안드로이드' 를 탑재했다는 점 입니다. 왜냐하면, 시중에 빠른 프로세서를 탑재한 중고급 이상 라인업의 안드로이드 DAP 선택권이 그닥 다양하지 않거든요. 최고급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음질을 위해 최적화된 전용 OS를 사용하며, 오직 FiiO와 iBasso 등 일부 중국 회사 제품과 파이오니어 제품들만 안드로이드를 지원하거든요.
안드로이드 = 좋은 것, 고해상도 음악 재생장치 = 좋은 것이죠. 그런데 '안드로이드 고해상도 음악 재생장치' 는 좋은 것일까요? 1+1은 2이고, 좋은것 + 좋은 것은 보통 졸라좋은 것이 되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드로이드 DAP는 아주 좋을 거야!' 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안그럴 이유가 없거든요.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음악을 스트리밍하여 듣는데 사용하는 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UI도 친숙한데다가 안드로이드가 들어갈 정도면 적어도 기존의 임베디드 기기류의 공통적인 문제인 '동작속도' 의 문제에서는 완전히 해방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게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일본과 한국 제조사의 순정 앱과 달리 FiiO 순정 앱은 여전히 완성도 문제가 있어, 잘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FiiO만의 전용 DAC 설계 그리고 Bit Perfect를 지원하는 서드파티 앱은 UAPP와 뉴트론밖에 없습니다. 스트리밍 앱? 비트퍼펙트를 지원하지 않아 비싼 DAP의 잠재된 음질 성능을 못 씁니다. UAPP는 그나마 모던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만 지나치게 느리고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00년대 후반에나 쓸법한 그지같은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대신 기능이 굉장히 빵빵한 뉴트론을 하는 수 없이 애용하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다른 앱을 사용하면 음질이 꽤나 너프되기 때문에 80만원대 고급 DAP를 구매하는 의미가 사라지거든요. 비트퍼펙트도 지원안해, 음질도 떨어져... 이는 다른 이쁘장한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스트리밍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이며, 할 수 없이 두 앱만을 사용하게 되면 정말 거지같은 UX 덕에 차라리 스트리밍 안되도 UX가 뛰어난 다른 제품을 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래의 사진처럼 커스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사용자가 직접 펌웨어를 제작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DAP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죠. 또한 이번에 타이달 앱이 업데이트로 Bit Perfect를 지원하게 된다면 메리트가 급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AudioFX를 이상하게 안 만져둬서, 각종 오디오 앱들에 대한 호환성은 증가하였습니다. 전작에서 동작하지 않던 VU미터 앱도 제대로 돌아가는군요. 루팅을 하여 상단하단바 옵션을 좀 만져서 쓰고 있습니다.
KWGT로 직접 위젯을 제작하면 그나마 외관적인 면에서는 꽤 나아집니다. 위와 같이 정갈한 인터페이스를 사용가능하다는 것이죠.
WDService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든 잘 활용해보면, 음악 재생중 현재 제목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Neutron 위에서도 잘 굴러가네요. 한가지 약점으로는 DSD 재생중 음성안내가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이게 언어를 하나만 설정할 수 있어서, 한국 노래를 안 듣는 저로써는 일본어로 맞춰두었습니다.
무선 고해상도 스트리밍도 지원하지만, 솔직히 무선쓸거면 이런 비싼 DAP를 살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짚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있어서 나쁠 기능은 아니죠.
모든 음악을 DSD로 컨버팅하는 옵션이 있지만 비트퍼펙트를 추구한다면 쓸 필요는 그닥 없네요.
베타 펌웨어에 적용된 기능 중 하나로, 샘플레이트 표시 기능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앱을 제외한 다른 앱에서는 음악의 원본 샘플레이트에 따라가지 않고 리샘플링을 거쳐가서 48이나 192 고정입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음질 손실이 약간은 발생하죠.
그리고 블루투스 리시버 기능. 2020년 6월 4일의 베타 펌웨어에서는 USB DAC와 블루투스 모드에서의 UI가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그러나 6월 펌웨어는 너무 불안정해서 지금은 4월 베타 펌웨어를 사용중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제품에 비교하여 소니 DAP가 갖는 장점이라면... 소프트웨어의 우월성을 제외하면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M11이 완벽한 물건인 것도 아닌 것이, 80만원짜리 음감용 기계치고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순정 상단바 아이콘을 사용하지 않아서 상단바 아이콘별로 위치가 들쭉날쭉한 것이 상당히 거슬리며 루팅을 해도 이걸 제거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볼륨 표시는 모르겠으나, 배터리 용량 퍼센트 표시는 안드로이드 자체에서 켜고 끄기를 지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FiiO의 커스텀 안드로이드에서는 완전히 독자적인 방법을 사용하느라 이게 불가능해졌습니다.
구글 플레이 프레임워크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도 하나의 단점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해결되었습니다. 이 점이 캐주얼한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쳐, 구글 업데이트 전에는 M11 중고매물이 꽤 많이 돌아다녔지만 업데이트 후에는 중고나라에서 씨가 말랐고 시세가 계속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사실 이 제품의 후속작으로는 FiiO M11 Pro가 있습니다. 이 모델은 한정판으로 바디가 스뎅으로 이루어진 모델까지 출시가 되었지만, SD카드를 1개만 지원한다는 점과 AK4497으로 업그레이드된 대신 배터리 타임이 감소하였다는 점으로 인해 현재 M11은 다기능 DAP로 여전히 메리트가 있는 제품입니다.
전반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안드로이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만지실 수 있는 분들께는 굉장히 뛰어난 제품이 될 것이고, 다운로드 음원과 스트리밍 음원을 동시에 사용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이 제품이 시중의 DAP 중 가장 적합한 물건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순정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하고자 한다면 M11을 굳이 구매하는 메리트가 없어지기 때문에 차라리 코원이나 온쿄와 같은 다른 제품을 알아보세요. 자신은 가성비충이 절대 아니며 정말 고급스러운 소리를 내는 고급 DAP를 원한다면, FiiO를 비롯하여 중화물건 자체를 그냥 눈독들이지 않으시는 게 마음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