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에서 이런 글(https://gigglehd.com/gg/bbs/7383482)을 보고나서 든 생각을 글로 남겨봅니다.
모든 제품에는 그만의 가치가 있죠. 저는 이걸 자세히 설명하자면 '경쟁자들 사이에서 운신할 수 있는 폭'이라 생각합니다. 그 폭이란건 위아래 제품들간의 가격적/성능적 간극이거나, 자사나 경쟁사의 동급수준 경쟁제품과의 가격대/출시시점이거나, 또는 더 좋아질 다음세대 제품의 예상가능한 출시일까지의 남은기간 등등, 미처 제가 다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을겁니다. 이 '운신할만한 적절한 폭'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치우치면 혜자상품 취급, 상품제공자의 이득에 유리한 방향으로 치우치면 창렬상품 취급을 받게 되겠죠.
예를 들어서 1800년대에 VHS레코더가 있었다면, 그때는 대항마가 없으니 가격을 아주 받고싶은대로 받을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2020년이라면? 경쟁기기들과 비교해보면 운신이고 뭐고 살아남을 폭이 없죠. 따라서 현역으로써 책정할만한 가치도 없을거고요. 저역시 준다해도 안가질것 같습니다. 집에 있어봐야 짐만 되겠고요. 에헤이, 수집가는 저리가시고~ 농담이었습니다만, 수집가의 측면에서는 같은 제품을 보더라도 또 다른 가치를 보는것이겠죠.
해당 글의 댓글에서 의견주신 분들을 보면 결코 틀린말을 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사람도 저사람도 작성자의 의견도 타당합니다. 그런데 왜 마찰이 있었는가를 살펴보면 각자 느끼시는 제품의 가치, 그러니까 제품이 경쟁자들 사이에서 운신할만한 제조사에서 제품에게 설정해준 그 폭을 어떻게 느꼈느냐가 문제였다고 생각됩니다.
법에 정해진건 아니지만 보통 신제품이나 새로운 라인업의 출시는 전세대와의 간격이 약 1년이죠. 규칙적인게 보기에도 좋겠지만 상품을 기획하고 준비해서 출시하는 사이클에도 도움이 되겠죠. 이같은 인식은 제품을 지칭하는 이름에서도 보입니다. 어느제품 몇년형 이런식이죠. 저의 경우에도 카메라용도로 아이패드 4세대 2012년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식명칭은 4세대지만 이게 아이패드의 라인업을 잘 모르면 와닿지 않죠. 사실 사용자인 저도 어느정도 제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2012년형이라고 하면 아, 딱 알겠어요 어느정도인지.
그런데 이 규칙은 법으로 정해진게 아니니까 얼마든지 변할수 있습니다. 이유는 다양하겠죠. 경쟁사와의 경쟁때문이든, 아예 짓밟기 위해서든, 새로운 마케팅을 위해 라인업의 재정렬이 필요해서일수도 있겠고, 그런거 아니고 오직 장사를 위해서든지요. 이유가 뭐든, 이게 소비자 친화적인 상황이 아닐때 통수소리를 듣게되는것 같습니다. 그 적절한 예로써 아이패드 3세대가 있는데, 가격은 그럭저럭 적절했으나 문제는 4세대 출시와의 시간적 간격이었죠. 반년간 아이패드 플래그십이었으니까 불만을 가지면 안될까요?
단순히 기회비용가지고 설명하기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는게, 기회'비용'이라는 단어의 어감때문에 이게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닌데다 쉽게 계산되지 않는 시간적 요소가 있음에도 금액적 측면에 초점이 몰린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자동차로 예를 들어보면요. 현세대인 싼타페TM이 출시되었을때, 해당차량을 기다렸던 분들이 초반에 풀옵션으로 많이들 구매하셨습니다. 그런데 출시하고 3개월만에 기존의 풀옵션보다 윗등급인 인스퍼레이션이 새로 생겼습니다. 그래서 풀옵션 구매자들이 졸지에 풀옵션이 아니게 되버린 일이 있었고 이때문에 동호회에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관련기사1_현대차, 싼타페 ‘인스퍼레이션’출시: http://auto.danawa.com/news/?Work=detail&no=3643113
관련기사2_싼타페 출시하자마자 산 충성고객, 이득 봤을까?: https://auto.v.daum.net/v/ouEZROok65
그돈이면 싼타페 윗등급을 사지 할수도 있는데, 차를 사는데 있어서 고민을 한두번 해보는 것도 아닌데 싼타페 윗등급도 고려했었겠죠. 하지만 차 크기가 더 커지는 것보다 그 정도의 차에서 모든 편의장비를 누리고 싶은게 더 컸기에 그런 결정을 했을텐데 연식변경시즌도 아닌데 신차구성을 변경하니 말이 없을수가 없었죠. 물론 기존 풀옵션 가격에 더 윗급옵션을 그냥 얹어준것은 아니고 가격이 올라가긴 했지만, 대다수 풀옵션 구매자들의 의견은 '수천만원짜리 풀옵션을 사는데 백만원수준 가격상승이면 기꺼이 그돈내고 윗급을 사지 백만원 빼자고 옵션을 빼고싶지는 않다'였습니다.
3개월간 풀옵션의 지위를 누렸으면 이제는 내려놔야 할까요? 그 기간의 값어치가 백만원 정도라면 합당한 책정일까요? 아니면, 기존 구매자들이 서럽지 않도록 인스퍼레이션의 가격을 훨씬 비싸게 책정했으면 적당할까요? 원래 사이클대로 1년후에 연식변경하면서 출시했다면 모두가 만족했을까요?
이 논란들은 결국 상품성과 가격과 출시일이라는 싼타페에게 주어진 '운신할만한 폭'이 소비자가 보기에 영 적절치 못한 모양새라 일어난 일이었다고 결론짓겠습니다. 최대한 많은 소비자와 상품제공자가 이정도면 알맞다고 여길만한 '가치'를 설정하는게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야심한 밤의 뻘글이었습니다. 생각은 복잡했는데 막상 써놓고보니 무슨소리를 하는건지 스스로도 모르겠네요. 그냥, 이런사람도 있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넷가 만원짜리 제품을 철물점에서 3만원에 사도
당장 10만원 정도의 이윤을 올렸다면 그 3만원은 비싼 제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만원짜리 구천원에 샀어도 만원의 이윤을 보았다만 그 제품은 비싸게 샀거나 쓸데없는 걸 샀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써놓고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