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의 시작은 중화항공 기내식.
중화항공의 비행기 값은 제법 저렴한데 플래그 캐리어라 그런지 비행기도 광동체에 기내식도 있습니다.
맛은 평범한데, 좀 더 중국풍이면 좋았을 거 같습니다.
홍소우육면. 고기는 아주 부드럽게 푹 삶겨 있고, 면은 쫄깃하고, 라유가 뿌려진 육수는 마치 갈비탕처럼 고소하면서 깔끔합니다. 비주얼과 달리 매운 맛은 잘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곱창국수. 국수라기보다는 차라리 수프에 가까울 정도로 면이 풀어져 있는데 가츠오부시 육수와 곱창 으 둘은 어색해 보이지만 나름 훌륭합니다. 마늘, 칠리, 식초 소스를 적당히 부워 먹으면 입맛에 어지간하면 맞을 듯 합니다.
망고 빙수. 얼음은 우유를 곱게 갈았고, 거기에 연유와 망고, 아이스크림을 얹었습니다. 겨울이라 망고는 신선하지 않지만, 우유 빙수의 맛과 망고의 조화는 훌륭합니다.
예류 지질공원 갔다가 출출해 사먹은 해초 튀김. 처음에는 묘한 향신료와 기름 냄새가 거슬리는데 계속 먹다보니 그런 건 사라지고 짭짤한 소금과 바삭한 튀김옷에 입혀진 해초의 조화에 계속 입에 가져다 대게 됩니다. 다만 양이 엄청 많아서 하루종일 먹고도 반은 남겼습니다.
닭날개 볶음밥. 닭날개 안에 뼈를 발라낸 후 볶음밥을 넣고 구워낸 간식입니다. 맛은 있는데 저건 소문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대만식 소시지 라창. 라창 자체야 중국과 한국의 차이나 타운에서도 먹었지만 뭔가 풍미나 맛이 좀 다릅니다. 한국 소시지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인상적이고, 중국 소시지는 묘하게 배초향 같은 향신료와 고기 입자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대만 소시지는 씹으먄 마치 스펀지처럼 푹 씹히면서 양념과 육즙이 세어나옵니다. 그래서 그냥 밥에 올려 먹어도 좋을 거 같고, 이렇게 마늘을 같이 끼워 먹어도 좋습니다.
광부 도시락. 대만 도시락은 일본식 아니면 이렇게 튀긴 고기를 얹고 주변에 야채와 계란 등을 같이 주더군요. 이 광부 도시락은 너무 한국인에 맞춰서 강렬한 향신료나 중국적인 재료가 없고, 심지어 김치까지 들어갑니다. 진짜 대만식 도시락을 드시고 싶다면 나중에 기차 타서 에키벤으로 시켜 보세요. 그건 고기 양념부터가 아주 이국적입니다.
땅콩 아이스크림. 크레이프에 땅콩엿을 갈아서 아이스크림과 함깨 말아냈습니다. 고소한 맛이 특징.
새송이버섯 구이. 간장을 발라서 구웠습니다.
팥빙수. 흑당 소스와 떡이 들어가는 게 특징입니다. 마치 일본의 안미츠에서 묵을 얼음으로 바꾼 느낌?
파이구 덮밥. 파이구는 돼지고기 튀김인데 의외로 한국인들에게 잘 맞을 듯한 음식입니다. 다만 뼈가 있어서 좀 거슬리네요. 돼지고기는 간장 등의 소스를 뿌렸고, 밥 옆에는 각종 야채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비벼먹던데 저는 그냥 따로 먹었습니다. 젓가락으로 밥 비비고 나면 떠올리기가 불편해서..
석가. 마치 석가모니 불상의 곱슬머리를 닮아 이렇게 부릅니다. 씨앗이 크게 있고, 짓무른 홍시같은 질감에 달긴 한데 세콤한 맛이 적고 크리미합니다. 홍시에 우유를 살짝 섞고 부드럽게 한 맛?
산라탕, 슈마이, 소롱포 세트.. 과식했습니다.
산라탕. 매콤 세콤한 수프로 각종 야채와 버섯, 고기를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중독적인 맛이네요.
슈마이와 소롱포. 새우가 올려진 슈마이는 씹으면 새우의 탱글탱글한 식감과 안의 고기가 뭉쳐진 소가 내뿜는 육수가 조화를 이룹니다. 소롱포도 한 입에 삼켜 씹으면 고기 안에서 감칠맛 나는 육즙이 터져나와서 혀 안에 낙원을 만듭니다. 한 입 먹을때마다 왜 모든 만두의 황제라고 극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 101 지하 푸드코트에서 먹은 오리구이 정식. 중국식 오리구이는 천천히 구워서 기름을 빼내고, 굽는 과정에서 고기 겉을 바삭하게 만드는 게 특징 같습니다.
단수이와 파리의 골목은 신선한 과일과 해산물의 천지입니다. 그 중 이 할머니 오징어라는 오징어 튀김은 오징어 크기가 아주 크고, 식감이 마치 찹쌀떡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오징어의 씹히는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저 오징어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단수이 야시장의 어환탕. 일종의 어묵탕인데 그냥 먹으면 밋밋합니다. 하지만 소스를 살짝 쳐 주면 아주 훌륭한 맛이 납니다. 중국 요리치고 깔끔하고 개운한 국물과 부드러운 어환이 일품.
스린 야시장의 지파이와 큐브스테이크. 한국에서 파는 지파이는 저기 지파이와 비교하면 아주 슬림하고 살도 적은 마이너 카피 수준입니다. 큐브스테이크는 가격이 아주 쌉니다. 다만 저 지파이 먹으려고 기다리는 등안 아주 강렬한 취두부 냄새가 진동하는데, 한국의 취두부는 애들 장난이더군요.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받은 음식을 도교 사원에서 먹습니다.
타이베이역 건너편에서 먹은 정식(?). 겉은 바삭한 소보로 같은데 안에는 데리야끼가 들어간 빵이라던가, XO 소스로 볶은 볶음밥이라던가, 새우를 넣고 야들야들한 피로 감싼 창펀같은 만두라던가..
마실거리도 뺴놓을 수 없습니다. 망고 주스는 신선한 망고를 그대로 갈아서 주니 설탕도 필요없습니다. 스타후르츠 주스, 아스파라거스 주스, 스타후르츠 주스, 파파야 밀크, 영귤 음료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안 파는 음료라서 마시면서 새로운 기분입니다. 그리고 타로 버블티의 경우 처음에는 뭔 고구마 주스같은 느낌인데 아주 색다릅니다. 과일 맥주와 망고 플로트도 아주 훌륭한 조합입니다. 모두 한국 도입이 시급합니다.
마지막 기내식. 생선 파스타입니다. 제법 마음에 드는 맛입니다.
카르푸에서 하나 가져온 동방미인차. 마치 꿀향기 같은 향이 인상적인 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