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아래 나온 인텔의 MRAM 기술개발 소식( https://gigglehd.com/gg/6517977 )과 같이, 현재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들은 계속해서 PRAM, MRAM등의 차세대 매모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사용하질 못하니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와닿지가 않죠. 그래서 간단하게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예측을 해봤습니다.
우선 설명에 앞서, 메모리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컴퓨터의 구조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CPU-캐시-주기억장치(메모리)-보조기억장치(디스크) 순으로 되어 있죠. 보통 CPU가 가장 빠르고, 보조기억장치가 가장 느립니다. 주기억장치에 올라와있는 OS(운영체제)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보조기억장치에 요청(정확히는 CPU를 시킴)하고, 해당 데이터를 주기억장치로 가져옵니다. 여기에 더해서 계산이 필요할 경우 CPU가 주기억장치의 데이터를 참조하게 되죠. (사실 가져오는 과정도 계산이긴 합니다) 만약 자주 참조가 되는 대상이라면, 더 빠르게 참조하기 위해서 가까운 곳에 두게 됩니다. 이곳이 캐시입니다.
현재 차세대 메모리로 개발되고있는 MRAM이나 PRAM은 일단은 주 기억장치(메모리)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는게 편합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모든 메모리를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현재 사용중인 요소들의 간단한 특징을 다시한번 요약해보겠습니다. 속도와 밀도, 가격은 상대적입니다.
전송속도 | 데이터 밀도 | 용량당 가격 | |
캐시메모리 (L1, L2, L3) | 빠름 | 낮음 | 높음 |
주기억장치 (DRAM) | 중간 | 중간 | 중간 |
보조기억장치 (HDD, SSD) | 느림 | 높음 | 낮음 |
1. 메모리가 비 휘발성이 되면
메모리가 비 휘발성이 된다면, 전원을 완전히 꺼도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가 손실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컴퓨터에는 절전모드와 최대절전모드가 있죠. 절전모드는 주기억장치에 전원이 인가되어있는 상태고, 최대절전모드는 보조기억장치에 주기억장치만큼의 버퍼 공간을 만들고, 주기억장치 데이터를 복사해놓은 뒤 주기억장치 전원을 차단시키는 방법입니다. 때문에 최대절전모드에서 다시 시작할때는 절전모드에 비해 시간이 오래걸리지만, 전력소모면에선 유리하게 됩니다. 만약 메모리가 비 휘발성이 된다면, 굳이 절전모드와 최대절전모드를 나눌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냥 저장되니까요.
대신 시스템 종료라는 영역이 두가지로 나뉘게 될 것입니다. 보통 시스템 종료를 하는 큰 목적중 하나는 전원을 차단하기 위함인데, 이제는 굳이 종료를 안해도 절전모드에서 전원 차단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더불어 다음 사용에서 부팅없는 사용이 가능해지므로 대부분 절전모드를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시스템에 하드웨어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부품을 변경한다던지 위치를 옮긴다던지)에만 시스템 종료를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부팅 과정에서 부품 변경을 탐지하고, 메모리를 늘리거나 줄였다면 데이터의 무결성을 검사하거나, 사용자 옵션에 따라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초기화하게 될 것(마치 DRAM처럼) 같네요.
2. 메모리가 빨라지면
메모리가 캐시메모리(SRAM)이상 빨라진다면, SRAM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캐시메모리의 경우 저장밀도도 낮고, 소비전력도 크지만 다른메모리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 하나때문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SRAM보다 빠른 메모리가 있다면? 굳이 SRAM을 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해도요. 현재 CPU업체들은 아직도 성능향상에 목말라있고, CPU자체의 성능향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코어 숫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죠. 따라서 기꺼히 고성능의 차세대 메모리를 사용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CPU에 통합되어 있는 SRAM 대신 차세대 메모리가 탑재되겠죠.
3. 메모리의 가격이 저렴해지면
메모리의 용량당 가격이 HDD보다 저렴해진다면, 절전모드가 대중화 될 것입니다. HDD, SSD등의 보조기억장치는 종말을 맞이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메모리는 휘발성이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서버시장은 구조가 바뀔것입니다. 이쪽은 대부분 전원공급이 끊기지 않는것을 전재로 하고, 메모리는 항상 부족하죠. 메모리 가격이 HDD보다 저렴해질 경우 모든 사용량을 메모리로 대체하고, 보조기억장치는 오직 백업용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지금도 같은 구조이긴 한데,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서버에서 더 많은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근데 이쪽은 가능성이 낮은 가정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PRAM, MRAM은 비휘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행램인 DRAM은 여전히 보조기억장치보다 비싸죠. 아마 새로운 구조의 메모리가 출현하거나 DRAM의 세대가 많이 지난다면 가능할지도..?
자, 이제부터는 퓨전의 장입니다.
4. 메모리가 비 휘발성인데 저렴해지면
메모리에 의해 아까 잠깐 살아있었던 보조기억장치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비 휘발성인데 SSD, HDD보다 저렴하다면, 굳이 느린 SSD나 HDD를 쓸 필요가 없겠죠. 물론 현재 시점에선 메모리보단 SSD가 HDD를 끝장낼 가능성이 높지만요. 반도체의 특성을 비교해보면 PRAM과 MRAM 모두 SSD에 쓰이는 NAND플래시에 비해 우수한 내구성(재기록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히나 스토리지 소비가 많은 서버시장에선 차세대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것이 공급을 견인하고, 단가가 낮아지면서 소비시장에도 차세대 메모리가 풀릴것 같네요. DRAM, NAND를 생산하던 공장이 DRAM, NAND를 줄이고 차세대 메모리를 생산하면서 전통적인 메모리인 DRAM과 저장장치 SSD는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저렴해지면 공급자 입장에서 손해가 아닐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전통적 시장(레드오션)이었던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 시장이 완전히 대기수요로 가득찬 신대륙(블루오션)으로 변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시장 규모도 막대하므로 돈을 엄청나게 빨아들일 것입니다.
5. 메모리가 빠른데 저렴해지면
메모리가 빠른데 저렴하다면 캐싱방식이 바뀔것입니다. 여전히 휘발성이므로 보조기억장치는 필요합니다. 대신 캐시를 대체함과 동시에 저렴한 가격으로 고용량(TB이상)을 갖출 수 있습니다. 요청이 발생할 때 마다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보조기억장치에서 불러온뒤 계속 가지고 있거나, 보조기억장치와 주기억장치의 용량을 1:1로 만들어서 부팅시에 모든 데이터를 주기억장치에 올릴수도 있습니다. 3번과 비슷하게 절전모드가 대중화 될 것이며, 캐시를 대체한다는 점이 다르죠.
따라서 CPU가 가진 분기예측 알고리즘의 중요성이 낮거나 사라질 것입니다. 원래 한정된 캐시 용량을 알뜰하게 사용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인데, 용량이 커지면 그럴 필요성이 줄어들겠죠. 대신 보조기억장치와 속도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우선순위 알고리즘을 사용할것 같네요.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CPU 보안 결함은 분기예측에서 나오는 것이기 떄문에, 이때쯤 되면 관련된 보안결함이 자연스럼게 사라질 것이고, 분기예측 계산에 사용되는 컴퓨팅 파워도 다른곳에 사용 가능하므로 CPU 성능이 더 향상될 것입니다.
6. 메모리가 비 휘발성인데 빨라지면
이건 지금도 있긴 하죠. 하지만 용량당 가격이 높아서 아직까지 상용화되진 않았는데 상용화되더라도 기존 캐시메모리의 자리를 대체하는 수준(MB~1GB 용량)에 그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가격이 높으니 마음껏 쓰기엔 어렵죠. 물론 이런 형태는 과도기에 가깝고, 시간이 지나고 양산이 된다면 가격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입니다.
7. 메모리가 비 휘발성인데 빠르고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이게 메모리의 최종 진화형이죠. 이때쯤 되면 캐시메모리,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으므로 셋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질겁니다. 통합될 것이고, 그냥 기억장치(메모리)라고 부르게 될것같네요. 메모리의 크기가 작다면 지금 GPU를 CPU에 통합해서 나오는 APU처럼 CPU에 통합해서 원칩 컴퓨팅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아마 그때쯤 되면 IO전체가 CPU 내부에서 이뤄지므로 메인보드의 의미는 USB, LAN, HDMI같은 인터페이스 확장 이상의 의미가 없을거고요. 당연히 메인보드 칩셋 구분도 사라질겁니다. 칩셋의 역할이 대부분 CPU에 통합되서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마 기술이 여기까지 도달한다면 인터페이스들도 점점 발전해서 대부분을 무선으로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 인터넷, USB, 디스플레이, 오디오 출력 등등... 몇가지는 이미 무선이 가능하죠. 그렇게 되면 메인보드라는 장르 자체가 사라질수도 있겠고요.
현재 고성능 GPU가 크기나 전원공급, 발열등의 이유로 분리되어 있는것을 감안했을 때, 대용량 메모리도 마찬가지로 분리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메인보드에 CPU + 외장 GPU + 메모리 이렇게 세가지 요소가 설치될 것입니다. 당연히 DRAM슬롯, M.2슬롯, SATA포트같은 구분은 사라지고, 메모리 슬롯 한가지만 남게 될 것입니다.
8. 번외
메모리의 발전은 메모리를 사용하는 다른 디바이스에도 영향을 줍니다. 컴퓨터 내에선 CPU뿐 아니라 GPU의 구조도 변할 것이고(이미 HBM 다이 통합으로 약간 맛을 보긴 했었죠) 컴퓨터 외적으론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의 구조가 바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때쯤 되면 NAS 대신 공유기에 메모리 하나 꽂으면 될겁니다. 구조가 간단해지면서 컴퓨터에 가까워 질 것 같네요.
소프트웨어의 구조도 많이 바뀔 것입니다. 현재의 컴퓨터 언어는 로우레벨-하이레벨의 구분없이 모든 언어가 메모리 특성을 고려하고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개발자가 하느냐, 기계가 하느냐가 레벨을 가를 뿐이죠. 하지만 메모리 구조 자체가 바뀐다면 컴퓨터 언어도 변화에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도 바뀌고요.
차세대 메모리가 가지고 있는 비휘발성이라는 특성은 컴퓨터의 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현대 사회의 기반이 컴퓨터나 다름없기 때문에 세상을 많이 바꿀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원칩화가 주목적이되는것임을 확실하게되가는것같네요..;; AI나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
사용될껏까지 염두해보면 원칩화가 될수밖에없지않나싶기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