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NN(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은 얼마 전 .org
도메인의 가격 상한을 없앤 뒤 이 도메인을 관리하던 비영리기관 PIR(Public Interest Registry)을 11억 3500만 달러(한국 돈으로 약 1조 3400억 원 정도)에 에토스 캐피털(Ethos Capital)이라는 사모펀드로 팔아넘겼습니다. 이 일로 뒷말이 무성하네요.
.org
는 1985년 생겨난 인터넷 최초의 gTLD(일반 최상위 도메인) 중 하나입니다. 그때 함께 생겨난 대표적인 다른 gTLD로는 .com
이나 .net
등이 있는데, .com
이나 .net
은 현재 미국 회사인 베리사인(Verisign)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도메인은 부동산처럼 사고 파는 대상이 되었지요. 하지만 .org
는 비영리기관 PIR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판매 대상도 주로 비영리조직 대상이라, PIR이 .org
도메인 관리를 맡게 된 2003년 이후 해당 gTLD 도메인에는 연간 가격을 9.05달러 이상 받지 않는 가격 상한 정책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PIR의 2018년 총매출은 약 9300만 달러(한국 돈으로 약 1100억 원 정도) 가깝게 나왔지요.
그런데 올해(2019년) 4월 ICANN은 갑자기 이 도메인의 가격 상한을 7월부터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11월에는 PIR 자체를 웬 사모펀드에 팔아넘기고 말았네요? 문제의 사모펀드 에토스 캐피털은 올해 세워졌으며,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토스 캐피털의 뒤에는 ICANN의 예전 주요 고위직 몇 명(특히 Fadi Chehadé와 Akram Atallah 등)이 있다고 합니다. 킹리적 갓심이 들 만한 사안 아닙니까?
비록 당장은 .org
도메인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는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사모펀드에서 꿀꺽한 마당에 이런 말을 믿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래서 PIR의 거래 자체를 무효화하라는 서명 사이트 savedotorg.org가 등장했습니다. 여기에는 이미 위키미디어재단, 자유소프트웨어재단, 전자프론티어재단, 크리에이티브커먼스재단, 아파치소프트웨어재단, 인터넷 아카이브, YMCA, YWCA 등 여러 단체가 동참하고 있네요. 과연 어떻게 될 지 두고볼 일입니다.
킹리적 갓심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