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운날에 송탄역을 가게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오산 공군기지 앞 신장쇼핑거리를 가는겁니다. 두 가지 목적이 있어서 가게 되었는데 그 두가지 목적이라 함은.....
1. 미국식 중화요리
2. MRE
3. 낮 사진 테스트
입니다. 미국식 중화요리야 이젠 어지간히 취급하는 매장이 늘어나 이젠 좀만 발품을 팔면 비교적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미국식 중화요리의 큰 덕목중 하나인 가성비가 심히 좋지 않은 집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미군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곳들은 가성비가 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서 제가 예전에 보산역 인근 미군부대 앞(캠프 케이시)에 있는 모 미국식 중화요리집 리뷰를 보곤 저기가 괜찮겠다고 생각을 하였고 그에 따라 보산역을 가고자 했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보산역을 갔다간 분명 동사했을겁니다. 그러므로 만만한(?) 송탄역으로 갔습니다.
MRE야 예전에 몇번 먹어본적이 있었으나 송탄역 가는 김에 한번 사보자는 생각이 들었네요.
낮 사진 테스트는 A90을 사고나서 한번도 한낮에 사진을 찍어본적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첫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표지판에서 송탄관광특구 방향으로 따라 나온 후 상행선 방향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저런 간판이 나오는데 저게 나왔으면 거진 다 도착을 한겁니다.
철덕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송탄역에는 오산 공군기지로 들어가는 인입선이 하나 존재합니다.
딱 봐도 관리상태는 심히 안습하지만 실제로 이걸 쓰는 경우가 있긴 한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 철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이런 거리가 나오고 미군이 여럿 보이기 시작할겁니다. 여기부터가 본격적인 신장쇼핑거리 입니다. 참고로 평일 낮인데도 미군이 생각보다 많이 보입니다.
이제는 흔한 케밥집. 근데 한국의 케밥은 너무 가성비가 좋질 못합니다.
케밥집보다 더 흔한 인도 음식점.
미군 친구들이 고기부페를 그렇게 좋아한다죠?
맥도날드도 있구요.
여긴 제가 찾고자 하는 미국식 중화요리 음식점이 없으면 가봐야 겠습니다.
미스진은 찾기 쉬운데 미스리는 못찾겠어요.
아무튼 여기까지 왔다면 신장쇼핑거리의 끝까지 왔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찾고자 했던 미국식 중화요리 음식점은 없네요. 제가 약 2~3년전에 왔을땐 분명 있었던것 같은데 저의 착각인지 아니면 안온 사이에 폐업을 한건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보산역을 가는걸로.....
이 사진은 찍을까 말까 하다가 걍 찍었습니다. 여기서 에어쇼도 하는데 고작 이거 찍었다고 저 잡아가겠어요...... 설마 나중에 덩치 큰 아찌들이 집으로 찾아와서 코에다 버번 들이붓는거 아니겠져......
이 동네가 의외로 신기한건 태국 음식점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얼추 본것만 한 3~4곳쯤 됩니다.
미국식 중화요리를 못먹게 되었으니 그럼 뭘 먹을까 찾다가 발견한 필리핀 음식점. 아까 분명 대안으로 햄버거를 생각해놓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필리핀 음식을 먹어보는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햄버거를 잘 하는 집이야 찾으면 얼마든지 있지만 필리핀 음식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앞으로 먹을 일이 많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제가 제 돈내고 필리핀 여행을 갈것 같다는 생각 역시 안들었거든요.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저는 필리핀 요리를 잘 모릅니다. 그나마 아는건 레촌, 리엠뽀, 치차론, 따호, 졸리비 정도가 전부인데..... 저 많은 메뉴중에 제가 그나마 안다 싶은 메뉴는 레촌밖에 없었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그걸 먹어야지.
가게 한켠에는 각종 식품들을 팔고 있네요. 참고로 주인장은 한국말을 전혀 할줄 몰라서 처음엔 좀 당황했네요.
제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네요. 일단 이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고기가 상당히 바삭합니다. 고기를 튀겨냈으니 당연히 그러겠지요. 그리고 야채가 전혀 없습니다.
허나 이 음식의 가장 큰 난관은 바로 달고 기름지다는 점. 저 소스가 어마어마하게 달달합니다. 첫 맛은 깔라만시의 새콤한 맛이 약간 나지만 그 맛을 뒤덮고도 남을 달달한 맛이 입안을 휘감습니다. 밥 역시 입안의 침과 뒤섞여 아밀레이스에 의해 녹말을 엿당으로 분해를 하는 탓에 달달해 진다는 사실을 잘 아실테고요. 고기 역시 근본적으론 튀긴 물건인데 하필 지방이 많은 삼겹살 부위를 튀겨냈으니 그 기름짐이 배가 됩니다.
결국 고기-소스-밥 세가지 요소가 기묘한 조화를 이루어 극한의 달달함과 기름짐을 유발을 하게 됩니다. 분명 음식 자체는 맛이 없진 않지만 어지간한 식성이 아니고서야 버티기 영 쉽진 않을겁니다. 어지간히 고기 먹으면서 야채 안 먹는 사람이라도 저걸 먹을때 만큼은 야채를 찾을거라고 장담합니다. 또한 처음엔 별로 많아보이지 않는 양을 보곤 살짝 실망을 할 뻔했는데 의외로 양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꽤 먹는 편인데도 저건 배불렀습니다.
저걸 먹기 전엔 가는 길에 치차론(튀긴 돼지껍데기), 레드 호스(맥주)를 사려고 했는데 레드 호스야 다소 비싸서 안샀다 치더라도 치차론은 제 몸이 무의식적으로 거부를 하는 바람에 안샀네요.
도저히 못버티겠다 싶어서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한잔 마십니다. 좀 개운합니다.
밥을 먹었으니 MRE라도 사고자 군장점, 수입상품 전문점을 열심히 돌아다녔으나 취급을 안하더라구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미군의 훈련 일정이 잡히질 않아서 미군에게 배당되는 MRE의 물량이 없고 그에 따라 처분을 하는 물량이 없는 고로 물건이 들어오질 않는 상황이라고 하는 쪽과(미군이 버린 MRE를 몰래 빼돌리는 업자들이 있댑니다.) 법적인 문제가 걸려 들여오지 않는다 라고 하는쪽이 걸리네요.
전자야 뭐 할말이 없고(민수용이 아닌 군납용을 재판매 하는건 아무래도 불법이죠.) 후자는 정식으로 수입을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무슨 법적인 문제가 걸리는지 모르겠네요. 당장 MRE는 물론이고 RCIR(프랑스 전투식량), EPa(독일 전투식량) 까지 식약처 검사를 거쳐 통관절차 밟고 정식으로 수입, 판매를 하는 마당에 말입니다. 이렇게 된거 나중에 RCIR이나 EPa를 인터넷에서 정식으로 주문하는게 낫지 싶어요. MRE는 추억으로 남기는게 더 좋지 싶구요.
아쉬운 김에 저기서 레드 호스를 샀습니다. 음식점에서 파는것보다 조금 싸네요. 치차론은 여전히 몸이 거부를 해서 결국엔 안샀습니다.
집에서 레드 호스를 마셔봅니다. 6.9도 라는 상당한 도수로 인해 필리핀에선 꽤나 인기있는 맥주이고 필리핀에 체류하는 한국인들도 많이 마신다네요. 저는 필리핀을 가본적이 없으니 한국에서 마셔 보겠습니다.
맥주를 거들어 줄 안주는 계란이 부족해서 슬픈 계란말이와 젓갈이 없어 슬픈 수육. 저녁 겸으로 먹는거라 맥주 한병치곤 좀 많이 먹습니다.
맥주의 색은 전반적으로 붉은 빛이 아주 약간 도는 호박색 이네요. 색이 다소 진합니다.
맛은..... 제가 알기로 이건 복(Bock) 계열의 맥주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복 맥주가 아닙니다. 에탄올 특유의 맛이 찡 하게 들어옵니다. 이건 아무리 봐도 필리핀식 소맥이에요.
그저 마시고 취하는걸 음주의 최고 덕목으로 여기는 분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저도 고작 한병 마셨는데 살짝 알딸딸 합니다. 근데 저는 좀 아닌것 같아요. 너무 과격합니다. 아무튼 여러분들은 그냥 평범하게 산 미겔 드세요. 이쪽이 더 싸고 더 맛있습니다.
사진 촬영 후기: 품질 자체는 뭐 평범한데 카카오톡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진이 죄다 망가지네요. 노트4 쓸때는 그런게 거의 없었는데 이건 아니네요. 대량의 사진을 PC로 옮기는 더 좋은 방법을 한번 강구해봐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가 뻘짓한거네요. 솔루션을 제공 해주신 자칭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덧: 오늘 하루종일 모든 결제를 삼성페이로 했는데 아직 적응이 안됐는지 지갑에서 카드 꺼내는 속도보다 느리네요. 그와중에 많이 버벅이기도 하구요. 이걸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선 꾸준한 반복숙달만이 방법인데 반복숙달을 할만한 돈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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