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사심을 잔뜩 넣은 뉴스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버튼이 많이 달린 로지텍의 마우스였지요. '버튼 많이 달린 마우스'에 사심을 넣는 이유는 댓글로 달았는데, 클릭하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여기에 그대로 옮겨봅니다.
드디어! 로지텍이! 버튼 많은 틸트 휠, G604 라이트스피드 https://gigglehd.com/gg/5657708
이런 마우스 홍보할 때는 명령이 많은 MMORPG용이라고 하던데, 저한테는 오직 웹서핑용입니다. 보통 사람들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방식의 웹서핑이요.
오늘만 하더라도 기글에 쓴 글이 한 30개 될것 같은데, 30개 올릴려면 최소 100개의 페이지는 봐야하고, 그걸 하나하나 보고 올리진 못하니까 일단 하나하나 새창에 열고, 대충 읽어본 후 불필요한 건 닫고, 써야 하는 건 처음 부분으로 올려둬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지 저장도 많이 하고,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넣기도 하고요.
그래서 새 탭에서 열기, 왼쪽 탭/우측 탭, 탭 닫기, 닫았던 탭 열기, 이미지 저장, 홈/페이지 업/페이지 다운, 복사/붙여넣기를 마우스 측면 버튼에 할당하면 뉴스 탐색 단계에서는 마우스 하나로 작업이 끝납니다.
기글에 이미 사서 쓰신 분도 계시네요. 일단 아쉬운건 다 잡았습니다. 로지텍 G604 https://gigglehd.com/gg/5932954
버튼 많은 마우스를 쓰는 이유는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요. 지금까지 썼던 마우스도 대체로 버튼 많은 마우스, 속칭 MMO 게임용 마우스입니다.
로지텍 G700 https://gigglehd.com/zbxe/6408761
스틸시리즈 라이벌 500 https://gigglehd.com/gg/2916024
커세어 게이밍 시미터 프로 RGB https://gigglehd.com/gg/3879801
레이저 나가 트리니티 https://gigglehd.com/gg/4757259
시장에 출시된 모든 MMO 마우스를 다 써본건 아닌데, 제조사별로 한번씩은 써봤네요. 로캣이나 ASUS 정도만 빼고요. 이들 마우스를 쓰면서 디자인이나 하드웨어에서 불만을 가졌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프트웨어가 가장 큰 불만이었고 그 다음으로 마음에 안 드는 게 내구성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한번이라도 이걸 써 보기는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커세어가 그랬죠. 그리고 마우스가 아무리 내구성에 한계가 있는 제품이라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MMO 마우스가 1년 정도 쓰고 고장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스틸시리즈가 소프트웨어는 꽤 괜찮게 만들었는데 내구성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로지텍 G600을 구입했습니다. 사기는 5월에 샀는데 쓴 건 여름부터고, 사용기를 써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한달 쯤 됐네요. MMO 게이밍 마우스 치고는 아주 저렴한 편이라 내구성이 떨어져도 이해가 됐고, 로지텍이 하루이틀 소프트웨어를 만든 게 아니니 소프트웨어 수준도 괜찮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가장 먼저 썼던 MMO 게이밍 마우스도 로지텍 G700이었고요. 그런데요. 직접 써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더군요. 소프트웨어는 로지텍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과연 직접 써 보기나 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러다보니 G604 같은 신제품에 대한 기대도 많이 사라졌어요.
제품명 | Logitech G600 MMO Gaming Mouse |
디자인 | 오른손잡이 |
버튼 수 | 최대 20개 |
연결 | USB 유선 |
센서 | 레이저 |
해상도 | 200~8200DPI |
가속도 | 30G |
최고 속도 | 160IPS |
폴링 레이트 | 1000Hz |
LED | 1680만 컬러 RGB, 3구역 |
크기 | 118x75x41mm |
무게 | 133g |
소프트웨어 | G HUB 절대 쓰지 마세요, 게이밍 소프트웨어만 쓰세요 |
케이블 길이 | 2.1m |
수명 | 버튼 2천만번, PTFE 250km 과연? |
온보드 메모리 | 프로파일 1개 저장인데 장식이나 다름없음 |
참고 링크 | https://www.amazon.com/gp/product/B0086UK7IQ |
가격 | 39.54달러(2019년 9월 아마존 가격. 구입 시 가격은 32.72달러, 배송료 별도) |
하드웨어: 가장 저렴한 20버튼 마우스
측면의 12버튼부터 말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이렇게 만든 마우스는 몇 개 있지만, 그 디자인은 저마다 다릅니다. 커세어는 모든 버튼이 평평해 손가락에 걸리지 않으며, 레이저는 가운데 두 줄은 안으로 들어가고 양 옆의 두 줄은 위로 올라와 엄지손가락을 가운데 두기 편합니다. 로지텍 G600은 앞의 두 줄, 뒤의 두 줄이 서로 대칭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두 줄 단위로 기능과 용도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편하죠. 문제는 레이저 마우스를 오래 쓰다보니 가운데의 뒤로/앞으로 버튼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변에 버튼을 배치하는 방식에 적응됐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버튼을 배열해 봤는데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고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엄지손가락이 튀어나온 버튼 끝 부분에 계속 걸리지만, 계속 쓰니 이것도 적응이 되는군요. 버튼 표면은 손가락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적당히 까칠한 편입니다. 버튼의 RGB LED는 꺼놓고 쓰고 있으니 그냥 넘어갈께요.
마우스 위쪽에도 적잖은 수의 버튼이 있습니다. 휠 버튼 뒤에 2개 버튼을 넣는 마우스는 많지요. 그러니 특별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좌/우 틸트가 되는 휠은 좀 많이 특별합니다. 2003년에 나온 마이크로소프트 인텔리마우스 익스플로러 4.0부터 좌/우 틸트휠은 특별했습니다. 이걸 좌/우 스크롤에만 쓴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웹서핑을 할 때, 탭을 많이 띄우고, 그 탭 사이를 자주 오가는 저 같은 사람한테 좌/우 틸트 휠은 정말 특별합니다. 여기에 좌/우 탭 전환을 넣으면 아주 편하거든요. 이 틸트 휠은 단순히 마우스 버튼이 2개 더 늘어난 것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휠이 움직이고 걸리는 느낌도 괜찮습니다. 듀얼 모드 휠만 있으면 완전체였을텐데 아쉽네요. 그리고 수명이 얼마나 될지가 걱정되는데 이건 지금 알 방법이 없겠죠.
그립감은 묘합니다. 일단 옆으로 상당히 넓습니다. 하지만 우측 버튼 오른쪽에 추가 버튼이 하나 더 있어서 보통 마우스 쓰듯이 잡으면 안됩니다. 윈도우 3.1 시절의 3버튼 마우스를 보는 것 같네요. 그 시절 마우스는 다들 좌우 대칭형이었지만. 마우스 오른쪽에 무게를 싣어 누르는 식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이 버튼을 잘못 누르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측면 12버튼처럼 시간을 들여 적응하면 괜찮습니다. 다만 이 특수한 버튼의 스위치를 굳이 좌/우 버튼과 똑같은 걸 썼어야 하는지 의문은 남는군요. 어차피 평범한 버튼은 아니니까 좀 다른 느낌을 내도록 만들었어도 됐을텐데요. 하드웨어를 이야기하면 센서도 봐야겠지만 이건 잘 모르겠네요. 레이저 센서라 불빛이 보이지 않고, 책상이나 패드 표면을 덜 가린다는 건 마음에 듭니다.
박스 전면. 측면 12버튼을 강조하는 각도입니다.
박스 뒷면. 늘 그렇듯 기능을 소개하기 바쁘지요.
구성은 별 거 없습니다. 마우스. 그리고 설명서.
보호 비닐을 붙여놨네요. 신품은 붙어있나 봅니다. 이 마우스는 리퍼 제품도 은근히 많이 팔거든요.
크기는 118x75mm
높이는 41mm인데 사진은 그렇게 안 나왔네요. 포토샵을 안 한 원본을 꺼내 봤는데 사진은 제대로 찍혔고요. 하지만 될 대로 되라죠. 돈 받고 쓰는 글이 아닌데요 뭐.
3개의 버튼. 가운데가 안으로 패여 있어 손가락을 올려두기 편합니다. 인체공학 디자인이군요.
G9부터 G20까지 12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왼쪽 2줄과 오른쪽 2줄이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됐으며, 가운데 2줄 중앙에는 F나 J키처럼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가 있습니다.
오른쪽. 보통의 마우스는 그냥 그립이지만 이 마우스는 가장 오른쪽에 추가 버튼이 있습니다. 버튼 아래에는 이 마우스에서 유일한 고무 그립이 붙어 있습니다. 써놓고 보니 유일하진 않군요. 휠도 저 재질이니까요.
상단에서. 좌/우 버튼 사이에는 틸트 휠이 있습니다. 그래서 <> 표시가 있지요. 휠 뒤에는 G7, G8 버튼이 있습니다. 마우스 메인+추가 버튼까지 123, 틸트 휠에 휠 클릭까지 456, 휠 뒤에 78, 마우스 왼쪽에 9부터 20까지. 이렇게 20개 버튼입니다.
바닥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로지텍 로고는 등짝에 넣었음 됐지 여기엔 왜 또 넣나요. 위아래의 서퍼가 넓직해서 좋고, 센서는 레이저라 아무런 빛도 나오지 않으며 바닥을 덜 가립니다.
끝 부분. 모델명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게추 같은 것도 없습니다. 무게추가 들어가는 마우스도 몇 번 써봤지만,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은데 무슨 무게를 더 넣나 생각이 들 때도 있네요.
직조 케이블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으니 장점은 아니고 특징이라고 해 두죠. 벨크로 타이는 마음에 드네요.
크기 비교용으로 커세어 게이밍 시미터 프로 마우스와 비교해 봤습니다. 커세어가 워낙 큰 애라서 그런가 로지텍 G600이 별로 커 보이지 않네요. G600은 크다기보다는 넓은 편입니다만.
둘 다 측면 12버튼의 MMO 게이밍 마우스를 지향하는 물건이나, 버튼의 배열에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커세어는 손가락이 움직이는데 걸리는 게 없도록 버튼을 평평하게 만들고, 표면 재질을 다르게 만들어서 버튼을 구분합니다. G600은 좌우 2줄씩 묶어서 안쪽으로 비스듬히 모아둔 디자인을 써서 영역을 구분합니다.
평범한 여자 사람 손으로 잡아 봤습니다. 소감은 어찌됐건, 잡는 데 지장은 없어 보이네요.
휠 위에 손가락을 올리면 이렇습니다. 휠 뒤의 2개 버튼은 도대체 어떻게 누르라는 건가 생각이 드는데, 다들 거기에 버튼을 넣네요. DPI나 휠 모드 변경 같은 건 거기에 넣어도 될것 같긴 합니다.
마우스 엉덩이를 손바닥 안에 딱 붙여서 바싹 당겨 잡으면 엄지손가락은 측면 버튼의 앞쪽 2줄에 위치합니다.
뒤쪽 버튼을 누르려면 엄지손가락을 구부리던가 손을 뒤로 빼야 합니다. 자주 쓰는 기능은 앞쪽 2줄에 배치해야겠군요.
우측 버튼 오른쪽에 추가 버튼을 넣으면서 약지 손가락도 할 일이 생겼습니다.
로지텍 G HUB: 그냥 쓰지 마세요
마우스의 기본 버튼 5개를 빼고, 나머지 15개의 버튼을 쓰려면 프로그램을 깔아야 합니다. 작년에 G502 https://gigglehd.com/gg/2540535 를 썼을 때만 하더라도 게이밍 소프트웨어였는데, 지금은 또 완전히 다른 소프트웨어가 나왔군요.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그럴싸해 보입니다. 원하는 기능을 끌어다 놓으면 할당이 되며, 매크로 설정도 아주 직관적입니다. LED 설정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화면의 특정 구역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면 LED 색이 바뀝니다. 별로 쓸모는 없는데 고퀄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소프트웨어는 역시 로지텍!이란 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랬으면 글 제목이 저랬을리가 없지요.
가장 큰 문제는 뒤로 가기/앞으로 가기가 안 먹힙니다. 농담이 아니에요. 진짜 안 됩니다. 기능 중에서 Go forward / Go back을 끌어다 지정하면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일반적인 마우스의 뒤로/앞으로가 아닙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기글에서 Go forward / Go back을 쓰니 이전글 / 다음글로 이동하더라고요. 기글하드웨어의 게시판 단축키에 한정된 문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마우스는 안 그랬는걸요? 그러니 이건 마우스 유죄입니다.
문제가 그것 뿐이라면 어떻게 적응해가며 써보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죠. 명색이 매크로 기능이 지정되고, 온보드 메모리에 저장이 되야 정상인 마우스인데, 그게 잘 안 됩니다. 마우스에 설정을 넣고 프로그램을 끄면 매크로 키가 사라집니다. 여기서 프로그램을 다시 켜면 그나마 남아있던 DPI 설정도 날아갑니다. 매크로가 이상하다 싶어서 열어보면 이름 뒤에 11111 11121 같은 게 붙습니다. 3진법인가요? 삽질하다가 나온 결론은 마우스 정보에서 어떤 매크로가 들어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설정도 안 되니, 매번 데스크탑 모드로 전환해서 설정하고 온보드 메모리에 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로지텍 G600은 2012년에 출시된 마우스입니다. 로지텍 G HUB는 작년에 새로 나온 프로그램입니다. 신형 프로그램에서 구형 마우스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구형 마우스를 완벽하게 지원하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구형 프로그램을 연결해 두고, 어설프게 신형 프로그램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로지텍은 그걸 할 줄 모르나 봐요. 프로그램이 허구한날 바뀌어서 그런가 수많은 마우스 호환성을 점검할 정신은 남아있지 않나봐요.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을 통합 관리하는 허브...라는 장대한 목표를 세운 듯 하나, G600 하나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G HUB 프로그램입니다.
매크로를 빨리 만드는 게 아니라 빠르게 만드는 거겠죠. 어쨌건 설정 자체는 쉽습니다. 설정만요.
G600. 데스크톱. 기본값. 이게 무슨 말일까요?
'데스크톱'은 프로그램에서 적용한 값입니다. 온보드 메모리를 켜서 데스크톱의 값을 덮어 씌울 수 있지요. 바로바로 값을 지정해서 온보드 메모리에 넣는 게 아니라, 꼭 데스크톱을 설정하고 그걸 온보드 메모리에 넣어야 합니다. 매우 귀찮죠. 이렇게라도 해서 제대로 들어가면 모르겠는데, 위에서 쓴대로 온보드 메모리에 저장해도 날라간다는 게 문제.
측면 LED 효과 설정은 매우 잘 만들었습니다. 고정, 사이클, 브리딩 같은 게 무슨 말인지는 다들 아실테고.
화면 샘플러는 화면의 특정 영역에 마우스 포인터가 위치하면 LED 색이 바뀌는 기능입니다. 대단히 신기한데 이걸 어디에 쓰라고 만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현재 마우스 포인터가 위치한 부분의 색을 LED로 보여준다면 모를까..
DPI 설정의 화면. 아주 깔끔합니다. 요샌 마우스 포인터가 이상하게 움직인다는 마우스는 없겠죠.
이 마우스를 산 이유는? 20개의 버튼을 활용하기 위해서죠. 가장 오른쪽에 G 시프트 버튼 기능 전환을 할당해, 19+19개의 버튼을 쓰자는 생각으로 만든 듯 하지만... 그만큼은 필요 없으니 G시프트는 빼버리고 20개 버튼을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할당할 수 있는 명령의 수는 아주 많습니다.
그냥 매크로를 입력하면 간단히 끝날 것 같은데 왜 명령을 따로 뺐는지는 모르겠군요. 그리고 뒤로/앞으로는 보이지 않고 Alt+Left와 Right를 조합한 Go Back/Forward만 있습니다.
측면 버튼에 뒤로가기/앞으로가기가 있겠지?라고 생각하신 분? 없습니다. 이런 마우스들의 기본값은 전부 1부터 0까지의 숫자 키더군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더 괜찮은 조합을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그런가.
디스코드나 OBS처럼 스트리밍이나 게임 플레이에 자주 쓰는 프로그램의 동작을 할당할 수도 있나 봅니다. 이쪽은 관심 없으니 패스.
시스템 명령. 저기에 뒤로/앞으로 있네? 하실 분들이 분명 있을텐데 물론 해봤자. 그게 제대로 안 먹혀요. G 허브가 이상한건지 G600하고 조합이 안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후자 아닐까요.
매크로를 만들어 봅시다. 매크로를 쓰는 명령이 많진 않은데 없으면 아쉬운 기능이지요.
왼쪽 탭으로 이동하는 매크로를 만드려고 합니다. 그러니 이름을 '왼쪽탭'으로 정했습니다.
매크로의 사용 방식을 정하는군요. 한번만 실행, 누르는 동안 연사, 토글, 시퀸스까지. 이런 방식의 설정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어떤 기능을 넣을지를 고르는 식으로 매크로를 정합니다.
왼쪽 탭으로 가는 기능은 컨트롤 시프트 탭, 오른쪽 탭으로 가는 기능은 컨트롤 탭입니다. 이걸 키보드로 쓰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제발 빼진 말아 주세요. 그럼 매크로를 지정할 단축키가 사라지잖아요.
틸트 휠의 좌우에 왼쪽 탭과 오른쪽 탭을 넣었습니다. 휠 아래의 2개 키는 페이지 업/다운을 넣었는데, 저긴 손가락 가기가 귀찮아서 잘 안쓰네요.
다시 매크로 설정을 열었습니다. 이번엔 이미지 저장 기능을 만듭니다.
평소 쓰는 방식대로 지정을 마쳤습니다.
뒤로/앞으로가 먹히질 않아서 Go back/forward로 설정과, 데스크톱의 값이 온보드 메모리에 들어가질 않아 몇 번을 시도하다보니 기능 뒤에 111, 211, 1111 같은 이상한 문자들이 붙었네요.
몇 번을 시도해도 뒤로가기/앞으로가기와 온보드 메모리 저장이 되지 않아 G HUB는 포기했습니다. 포기하면 어떻게 쓰냐고요? 로지텍의 설정 프로그램은 하나 더 있습니다. G HUB가 나오기 전에 썼던 게이밍 소프트웨어요.
로지텍 게이밍 소프트웨어: 온보드 메모리는 장식이야
새 프로그램에서 옛날 프로그램으로 바꿨습니다. 디자인은 확실하게 다운그레이드됐네요. 예전에 만든 것들은 확실히 못 생겼습니다. 그래도 기능은 괜찮습니다. 설정 방법은 지금만 못하지만, 그래도 마우스의 모든 기능을 다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 쓴다'도 아니고 '쓸 수 있다'도 아니고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인 이유는 여기에선 온보드 메모리에 매크로를 저장하지 못해서입니다. 분명 마우스에 온보드 메모리가 있다고 광고하는데, 거기에는 간단한 버튼 설정만 저장되고 매크로같은 살짝 복잡한 설정을 쓰려면 항상 로지텍 게이밍 소프트웨어가 메모리에 상주되어야 합니다. 마우스를 쓰기 전에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는 결과만 놓고 보면 커세어와 동급이군요. 이게 욕처럼 보인다면 몹시 정상입니다. 욕 맞아요.
온보드 메모리를 장식으로 만들고, 프로그램의 디자인이 못생겼다는 점을 제외해도 여전히 단점이 남아 있습니다. 로지텍이 신형 프로그램만 연결해 놔서 구형 프로그램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떠나야 하고, 부족한 런타임을 스스로 설치하는 기능이 없어서 수동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이런 결코 사소하지 않은 단점들을 떼놓고 순수하게 설정 기능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쓸만 합니다. 매크로 설정이 되고, RGB LED도 고를 수 있습니다. 2012년에 나온 마우스에 최신 소프트웨어 지원까지 바라진 않으니 그런대로 쓸만하다고 해 주렵니다.
않이 외안대요?
온갖 수소문 끝에 겨우 구해서 설치했더니 뜨는 LCore.exe 오류. 생각해보니 이거 때문에 로지텍 마우스 설정을 못한다는 글을 전에 썼던 적이 있군요.
이번에 그 해결책을 확실히 알아냈는데, 모든 런타임을 다 설치하는 겁니다. 비주얼 C++ 런타임 몇 개만 설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다 까는거에요. 그러니까 되더군요.
여러가지 프로그램에 맞춰서 프로파일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이런 기능이 늘 그렇듯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많지 않아요.
설정에서 '윈도우 시작할 때 이 프로그램 실행'을 빼버리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됩니다.
내장 메모리에 설정을 넣거나, 로지텍 게임 소프트웨어가 특정 프로그램을 인식해서 작동하도록 설정 가능합니다. 그럼 당연히 내장 메모리죠! ...잘 안됐지만.
DPI 설정. 특별할 건 없습니다. 3개의 모드마다 따로 지정하고, 전환 폭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
LED 설정. 최신 소프트웨어인 G HUB 쪽이 훨씬 더 화려하군요. 어차피 안 쓰는 기능이니까 패스합시다.
이제 가장 중요한 버튼 설정을 해 봅시다.
마우스 기본 기능을 할당하거나,
키를 직접 입력합니다. 이게 끝입니다. 그렇습니다. 매크로 설정 따위는 없습니다.
매크로 설정이 안 되기에 보다 고차원적인 기능은 쓸 수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 짓거리인지 모르겠군요.
그래서 온보드 메모리 말고 자동 게임 감지로 바꿔줍니다. 말이 좋아서 자동 게임 감지지, 프로필을 마우스가 아닌 컴퓨터에 저장해두고 쓰는 겁니다.
설정 화면이 달라졌군요. 프로필 기능도 늘었고, 명령 편집도 추가됐습니다. 명령 편집에서 매크로를 설정하면 됩니다.
마우스 기능. 뒤로/앞으로가 반갑군요. 심지어 두번 클릭같은 치트성 기능도 있습니다.
마우스 다음 탭/이전 탭처럼 제가 필요한 기능들을 제공합니다. 미디어 기능도 있고요.
원하는 키를 직접 입력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
보다 복잡한 키 구성은 멀티 키에서 입력합니다.
이미지 저장을 위한 멀티 키 매크로를 만들었습니다.
설정 과정이나 제공하는 기능은 마음에 들지만, 이 매크로를 쓰기 위해선 로지텍 게임 소프트웨어를 계속해서 상주시켜야 한다는 게 문제군요. 이렇게 만든 프로필을 온보드 메모리에 넣으려 해도 안 들어갑니다. 전용 프로그램을 항상 실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커세어와 동급이네요.
로지텍 G600 MMO 게이밍 마우스
G600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입니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형편없고 지원 수준이 장식이어도, 이렇게 버튼 많이 달린 마우스가 드물고, 이만큼 싸게 파는 것도 없습니다. 프로그램이 형편없는 건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니까요. 커세어라던가요. 정말 솔직히 비교하면 로지텍 소프트웨어가 엉망이라고는 해도 커세어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이 모든 점을 종합해서 내리는 결론은 이렇습니다. 로지텍 G600은 '소프트웨어의 로지텍'이 아니라 '싸서 사는 로지텍' 마우스입니다. 그것도 이제는 끝물이라 해외 구매도 가격이 많이 올라서 가성비가 전처럼 높아 보이진 않네요.
저는 휠 뒤 버튼은 손가락 관절로 눌러서 웹페이지 뒤로가기로 쓰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