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10은 업데이트를 강제하는 정책을 취하면서도 업데이트 때마다 버그가 잔뜩 튀어나와서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리곤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왜 업데이트 강제 정책을 택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우 10에서 업데이트 때마다 유독 많은 버그가 터지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위에 링크된 ITWorld의 기사에는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QA 원가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10이 정식 출시된 것은 2015년인데, 그 전인 2014년부터 MS가 QA에서 비용을 아끼려고 했다는군요. 구체적으로는 윈도우를 테스트할 때 다양한 실물 컴퓨터에서 돌리던 전담팀을 해체하고 가상머신에서만 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버그 리포트를 내부 QA팀보다는 윈도우 인사이더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윈도우 10에서 업데이트 때마다 각종 버그가 튀어나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윈도우는 정말 수많은 환경에서 하위호환성까지 보장해야 하는 복잡한 운영체제인데, 이를 스펙이 정형화된 가상 환경에서만 테스트한다면 실물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놓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에릭 레이몬드가 말한 [성당과 시장]의 비유로 볼 때, 윈도우는 [성당] 모델을 택하고 있는데(엄밀히 말하면 클로즈드 소스지만) 윈도우 인사이더 프로그램은 [시장] 모델에서 쓰는 방법처럼 보입니다. 개발 모델과 품질관리 방법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죠. 개발 모델이 [성당]이라면, 품질관리 또한 거기에 맞게 전문 QA팀에 의해 체계적인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윈도우 인사이더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만 해야 하지요. 그런데 윈도우 10에서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소프트웨어 품질 저하의 근본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