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저렴할 이유가 없는데, 가진 스펙에 비해 타오바오 NAS는 너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중고라고 쳐도, 이 많은 물량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그래서 조금 더 파보니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되었다가 나온 제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성능에 마이닝이라니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모델도 네가지나 되고, 蜗牛星际란 출처를 알 수 없는 네이밍도 수상하고요.

 

한번 더 찾아보니 출처와 같은 기사가 나왔습니다. 전문을 번역하려 했는데 너무 내용이 길군요. 궁금하시면 출처로 가서 번역기 돌리시면 될것 같습니다.

 

안 간단하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蜗牛星际 = snail star server = 달팽이별 서버는 CAI코인이란 듣보잡 코인의 채굴기였습니다. CAI 코인은 무엇이냐, 바로 사기를 위한 밑밥코인입니다. 인지도도 0에 가깝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왜 샀을까요? CAI코인을 홍보하고 채굴기를 판매한 일당들은 "중원 실리콘 밸리 혁신 및 기술 산업 단지"라는 있어보이는 이름을 달고, 베이징의 IPFS 연구소와 협력해서 Filecoin과 CAI를 동시에 채굴 가능한 채굴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달팽이별 서버입니다.

 

(여기서 NAS형태를 띈 달팽이별 서버가 채굴기로 판매된 한가지 의문이 풀립니다. 대부분 GPU의 컴퓨팅 파워를 끌어다쓰는 코인과 다르게, Filecoin은 저장소를 코인 네트워크에 임대해주면 그 용량에 비례해서 보상을 받는 저장소 기반 코인이었거든요. 토렌트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내 하드디스크를 Filecoin 네트워크의 시딩머신으로 쓰는 방식입니다.)

 

CAI코인은 듣보잡이지만 Filecoin은 비교적 알려진 주류코인(현재도 거래도 가능함)이었기 떄문에, 나름대로 손해는 안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여긴거죠. 여기에 더해서, 채굴기를 빨리 사서 먼저 CAI코인 네트워크에 연결할수록 더 많은 CAI코인을 지급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채굴기의 슬로건은 "두달이면 본전뽑고, 리스크가 없으며, 돈버는 거짓말" 이었습니다. 많은양의 채굴기를 돌릴수록, 하루에 얻는 CAI코인의 양도 많아진다고 했습니다. 한대만 돌리면 하루에 47CAI, 100대라면 대당 70CAI (총 7000 CAI), 천대를 돌리면 대당 80CAI (총 80000 CAI)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채굴기의 가격은, 놀라지 마세요. 무려 5875위안(한화 약 100만원)이었습니다. 채굴기의 수명은 3~5년정도로 계산해서 CAI코인의 초기가격은 1.4위안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만약 100대를 구매한다면 초기 투자액은 587,500 위안이고, 한달에 CAI코인으로 버는 돈은 294,000 위안입니다. 즉, 2달이 되면 손익분기점을 넘겨서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CAI 코인이 AT라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시작가 5센트에서 순식간에 1.4위안까지 상승했고, 이후 더 올라서 개당 2위안이 되었습니다.

 

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채굴기를 샀던 기존 투자자들이 채굴기를 추가로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투자자는 10대로 시작했는데, 추후에 85대를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투자자가 말하기를 자기는 가장 적게 투자한 편이라고 하더군요. 일부 투자자들에 따르면, 허페이의 "채굴기"사기에 당한 사람은 약 300~400명이며, 추적되는 거래기록만 계산한 총 피해액은 1억 위안(한화 약 170억)을 넘는다고 합니다. 추적 안되는 기록도 많아서 실제 피해자나 피해액은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된답니다.

 

당연하게도 거래소는 날랐고, CAI코인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상장된곳이 여기밖에 없었거든요.

2019년 1월 31일부터 5일간 점검을 핑계로 AT거래소에서 5일간 거래가 중지됩니다.

 

2월 7일, 이 회사의 발표가 있었는데 앞으로 모든 채굴기는 미국 실리콘밸리쪽에서 구매할 것이며, 실리콘 밸리에서 진행되는 수천억 달러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냄새가 나죠.

 

2월 11일, 채굴기의 가격이 5875위안에서 8875위안(한화 약 150만원)으로 3000위안이나 오른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자들은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채굴기를 미리 사재기했습니다.

 

2월 14일, AT 거래소에서 해킹으로 인해 많은 코인이 손실하거나 증발했고, 이때문에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달 내내 지갑 시스템이 잠기고 거래가 일시정지되었습니다. 사실 일시정지라고 했는데 무한정지였던거죠. 거래소 앱과 CAI지갑 앱이 켜지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CAI코인이 증발하면서 위와같은 스펙을 가진 채굴기도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채굴기를 뜯어보기 시작합니다. 보니까 기존에 존재하던 재고 하드웨어들을 적절히 조합한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채굴기는 하난데 종류가 A, B, C, D 4가지 모델이 나오게 되었고, 같은 모델인데 세부 스펙이나 안에 들어간 부품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겼던 것입니다.

 

타오바오 NAS를 구매하신분들을 보면 쿨링팬 혹은 파워팬 소음이 심하다는 후기가 종종 보이는데, 이는 용도가 NAS가 아닌 채굴기였기 때문입니다. 실내에 있을 확률이 적으니 시끄러워도 크게 상관없었을 것이고, 또한 채굴기로써 항상 켜져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없던 소음이 생겼을 확률도 큽니다.

 

피해자들이 뜯어서 부품 목록을 보니 5천위안은 커녕 반도 안되는 가치였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연결과 전원 연결 없이도 CAI코인이 채굴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냥 시간만 지나면 코인이 나오게끔 미리 프로그래밍 해둔겁니다. 채굴기도 아니었던거죠.

 

아시다시피 J1900의 컴퓨팅 파워는 빈약하고, PCI슬롯이 없어서 GPU확장도 불가능하니 채굴기로써 가치도 없는거나 마찬가지가 되었습니다. 결국 이 쓸모없는 채굴기는 푼돈이나마 건져보고자 타오바오에 NAS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채굴기는 대당 300~350위안의 가격으로 업자들에게 판매되었습니다. 여기서 WD 1TB 하드디스크가 279위안, 4GB 메모리가 100위안이므로 하드웨어 가격만 계산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전도 못가진 셈입니다.

 

업자들은 여기에서 하드디스크를 제외한 구성으로 타오바오NAS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드디스크 감가를 감안한다고 해도, 250위안이 넘는 가격은 엄청 많이 남겨먹는 셈입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NAS의 제품명은 사기꾼들이 붙여준 이름, "달팽이별" 이었습니다. 즉, 채굴기에 붙어있는 그 브랜드 스티커는 판매자가 붙인게 아니고, CAI코인 사기를 친 일당들이 붙인 것입니다.

 

 

이 사기에 가장 많이 당한사람은 50~60대 어르신들과, 채굴기 판매를 했던 직원들입니다.

 

어르신들은 스마트폰도 잘 안쓰고, 투자정보에 밝지 못한데 어떻게 피해를 많이 당한 것일까요? 중원 실리콘밸리라는 회사는 원래 민간 부채탕감 회사(빛을 줄여주는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사기 없이 정직하게 운영되었고, 실재로 부채탕감 효과를 보고 쏠쏠하게 이용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이 처음으로 채굴기를 구매하는 투자자가 되었고, 채굴기 판매에는 소개로 지급되는 인센티브(대수가 많으면 더 늘어남)가 있었기 때문에 마치 다단계처럼 주변에 마구 추천하게 된 것입니다.

 

한편 판매직원들도 채굴기를 많이 구매했는데, 회사에서 월급도 많이 주고 사원교육을 통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채굴기를 구매하라고 격려도 했다고 합니다. 어떤 직원은 집과 차를 담보로 잡아 채굴기를 구매했습니다. 민간 부채탕감회사도 수상한데, 사실 이런 회사들은 빛을 돌려막기하는것이나 다름없기때문에 실상은 다단계와 비슷하고, 중국 내에서도 불법으로 분류됩니다.

 

이사람이 사기를 친 주동자, 후윤이란 사람입니다. 중원 실리콘밸리(전 부채탕감회사), 허난 중허 재산권 거래 컨설팅 그룹 회사(= 이름만 다른 부채탕감회사), 채굴기 제작회사, AT 가상화폐 거래소 등 다양한 자회사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된 치밀한 사기라는 평이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