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를 가려고 언덕을 내려가는데, 평소에 전혀 볼 일이 없던 아이보리색 레이 두 대가 골목 입구에 세워졌고, 골목 안에선 집 안의 온갖 세간이 다 나와 있습니다.
그 앞에는 무거운 짐을 나르기 위해 온 것 같은 아저씨 두 명과, 짐을 옮기는 일과는 전혀 상관 없는 아주머니 두어분이 계시는데, 옷차림이나 근력과 상관 없이 짐을 정리 중입니다.
아주머니들 인상도 그렇고 차종도 그렇고 사회복지 쪽으로 보여서 이게 무슨 조합인가 싶었는데, 밖에 나와있는 매트릭스가 너무 더럽고 또 얼룩져 있군요. 고독사가 이제 발견되서 수습을 위해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슈퍼에 갔다 오면서 그 앞을 다시 지나가니 다른 세간살이도 보입니다. 물건 상태나 구성을 보니 추측에 확신이 붙는군요. 자세히 말하긴 좀 그렇지만. 집 위치도 다가구의 1층이라 그런가 더더욱 그쪽으로 생각하게 되네요.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 죽음 자체는 뭐라 할 게 없지만, 뒷수습을 보고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