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방이야 바닥에 드러누워서 두바퀴 반을 굴러도 반대쪽 벽까지는 못 갑니다만, 몇 년 전에 살던 건물은 어느 방향으로 굴러도 두바퀴를 못 굴렀습니다. 여하튼 그래도 사람사는 방이니 인터넷을 따로 설치해서 쓰고 있었죠. 건물주가 쫌생이라 kt 100메가 회선 하나를 땡겨와서 애니게이트 공유기 하나 물리고 그 밑에 또 허브를 물려서 30개로 갈라쓰는 탓에, 핑로스 8% 뜨는 정신나간 상태를 보여줬거든요.
당시 쓰던 kt모뎀은 불덩어리라 가끔한번씩 꺼줘야 정신을 차리곤 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아니고. 여하튼 언제부터인지 인터넷이 되다안되다 합니다. OPT라고 하죠 광케이블 연결상태인데 이게 죽었다 살았다 그래요. 100에 전화를 해서 장비를 찍어보니 진짜로 모뎀이 망에 못 붙는대요. 장애 확정, 기사아저씨 출동.
시간약속을 잡고 기사아저씨는 그 좁은 방에 장구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습니다. 광케이블 뽑아서 테스트 장비에 물리니 -30dB가 뜬대요. 딱 말만 들어도 아 이게 말이 안되는 수치입니다. 파워가 -3dB면 반토막이고 -30dB면 반토막을 열번 낸 것이니까 1천분의 1, 0.1%이거든요. 창문열면 FTTH단자함 깔린 전신주가 보이고 광케이블 길이도 딱 그만한데 이렇게 뜰 수치가 아니에요.
근데 또 웃긴건 이게 손실이 늘었다 줄었다 그럽니다. 아슬아슬하게 통신이 되고 안되는 경계선을 넘나드니 모뎀에서도 광신호를 잡고못잡고 반복하고 제마음도 오락가락. 아이고 뭐가문제냐 하고 기사아저씨 전신주 타러 갑니다. 그리고 실뜨기 시작하고 20여분 뒤 아저씨가 욕지기를 하면서 들어옵니다. 그러더니 다시 장비를 물려요. -0.x대로 손실이 뜹니다. 아 그렇죠 이게 정상이죠.
대체 뭐가 문제냐 물어봤더니 (타사 인터넷 기사로 추정되는) 샹놈 하나가 전신주 타면서 케이블을 반으로 접어서 타이로 묶었댑니다. 아이고 두야. 운좋게 케이블 뽀각나는 사태까지는 안 갔지만, 건물 밖이니 바람도 꽤 불고 주변환경(철도선로 근처) 때문에 수시로 흔들림이 발생하니 고대로 냅뒀으면 조만간 뽀각나서 재시공 해야 할 뻔 했대요.
여하튼 고생하신 기사아저씨 음료수 한 병 쥐어 보내드리고 그 이후로는 약정 끝날때까지 별 탈 없이 잘 썼습니다. 참 별 이상한 이유로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