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쩌면 언어학의 음운론과 연관지어 볼 문제라고도 생각해요. 통시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
표준중국어는 네 가지의 성조가 있다고 하죠. 성조 같은 초분절음 요소에는 고저(음의 높낮이), 강약(소리의 강약), 장단(소리의 길이) 등이 있고, 현대 한국어에서는 장단음만 운소로 인정됩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어에서는 아예 장단마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문 교육에서는 장단음을 반드시 배웁니다. 못해도 준4급부터는 시험에도 나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당장 발화에서 /ㅔ/랑 /ㅐ/도 구분 못하는 인간들이 수두룩한데 한자어에서 누가 장단음을 따져서 발음하나요? 그저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쓰기는 영자팔법이라 해서 대부분의 글자는 永을 쓰는 순서와 비슷하다고 해 예외사항만 주의하면 대부분의 한자는 특정 방향으로 그려주면 됩니다. 그런데 한국어 화자로서 이미 사라지고 있는 장단음을 숙지하라는 건 사실상 암기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죠. 그리고 이 점이 개수는 별로 안 되지만 사람을 짜증나게 만듭니다.
더 골때리는 건 몇 글자는 한자어에 따라 장단음이 붙기도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정월正月은 [정월]이지만 정직正直은 [정:직] 입니다. 이게 뭐죠? 正月은 평성+입성 조합이지만 正直은 거성+입성 조합이라 그런 걸까요? 빌어먹을 성조는 제가 잘 모르겠고, 한때 근체시 쓴다고 사성에 덤볐다가 피똥쌌던 기억이 있으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어에서 장단음이 관 쳐내고 부활하지 않는 이상, 한자검정에서의 장단음도 현실적으로 빠지는 것이 맞다고 봐요. 그 전에 표준 한국어에서 국어의 운소에는 장단음이 있다는 것부터 개정해야겠지만요.
일각에서는 그나마 분별 요소로 작용했던 장단마저 사라져서, 경음화 중에서도 어두경음화가 빠르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장단음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이 주장이 나온 것도 제법 되긴 했네요.
아무튼 시험 기간에 주저리주저리 읊어 봅니다. 전 어휘론 마저 공부하러 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