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으로 와선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가고, 강릉 맛집들을 가고, 바다를 본다고 막연히 생각했다가.. 어쩌다보니 안반데기를 급조해서 가고, 바다는 못 봤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계획부터 반쯤 망했네요.
먼저 2016년에 갔다가 먹지 못했던 장칼국수집입니다. 이제보니 엄청나게 장칼국수 가게들이 많았네요. 하지만 저는 형제칼국수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고양이가 있어서. 2016년에도 있었지만 그 녀석은 아니고 https://gigglehd.com/gg/337390 다른 고양이에요.
새끼가 함께 있어서 이리 발라당.
저리 발라당.
그런 새끼를 지긋이 바라보거나-
케어도 하지만-
주인아저씨가 풀떼기를 갖다주니 미친듯이 씹습니다.
앞에 줄서있는 사람들의 훌륭한 눈요기거리네요.
장칼국수의 국물은 칼칼하고, 면은 예술적으로 부드럽게 뽑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칼국수라는 음식에 건더기가 없어서 아쉬우나.. 가격을 보니 여기에서 뭘 더 바라나 생각도 드네요. 줄만 안 선다면 참 좋을텐데.
각그랜저. 어렸을 때 가장 좋아보이던 차라서 지금 봐도 흠칫합니다. 이제는 구할 수도 없겠죠.
이렇게 밭 딸린 집에서 살고 싶어요. 강릉이 겉으로는 지방 도시지만 은근히 자본이 들어와서 뭔가 스물스물 커가는게 느껴지던데, 미리미리 선점해두면 좋지 않을까..
테라로사 커피공장입니다. 여기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을거라 생각했으나, 그렇진 않더군요. 가는 도중에 보이는 길을 보니 강릉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지만, 그러기 위해선 일단 기글질을 때려 치워야 하죠.
겉으로 보이는 건물만 해도 여기에 자본이 얼마나 들어갔는지가 느껴지더군요. TV에 나왔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박물관의 전시 내용은 뭐 특별할 건 없습니다. 사진 촬영 금지인 부분도 있구요. 투어만 가능합니다. 1시간에 한번 꼴로. 다만 설명을 위해 만들어둔 애니메이션이나, 건물 자체의 동선 설계나, 스크린을 문처럼 쓴다던가 하는 점에서 다시 한번 자본의 투입량에 경탄하게 되더군요.
설명 자체의 퀄이 나쁘진 않고, 기념품으로 연필 한자루를 주며, 마지막에 시음으로 3잔의 드립 커피를 조금씩 줍니다. 이정도면 돈 내고 들어가볼만 하다 생각되네요.
레스토랑 옆에서 허브를 직접 키우네요. 저도 딱 그만큼의 밭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커피/베이커리에 줄이 엄청났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먹어야죠.
커피는 뭐 그냥 대충(?) 맛있고, 베이커리가 기대 이상으로 퀄리티가 좋습니다. 특히 저 피칸 파이는 인생급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진하고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제가 이정도로 극찬하는 음식 흔치 않아요.
앞으로 피칸 파이 먹으러 강릉까지 와야하나 고민하다가, 테라로사가 여의도에도 지점이 있고 거기서도 피칸 파이를 판다는 걸 알게 돼 김이 빠졌어요. 여의도에서 먹어도 저 맛이 날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싶어서 강릉으로 와서 밥. 해산물을 먹고 싶어 성게 비빔밥을 시켰는데, 냉동 성게인건 둘째치고 다른 구성이 아쉽네요.
부족한 해산물분을 채우기 위해 서울에서 조만간 맛집을 찾아가야 할것 같아요.
이후엔 안반데기로 점프했습니다. 안반데기의 숙소에 마침 자리가 났더군요. 원래 예약했던 사람의 개인 사정으로 날짜를 옮겼다고. 저라면 귀찮아서 전화 안했을텐데 마누라는 전화를 해서 확인하는군요.
안반데기의 숙소는 일단 위치 그 자체만으로 특별한데, 숙소 자체의 퀄리티도 나쁘진 않습니다. 겁나 추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난방이 잘 되네요.
안반데기까지 올라가는 길은 참 험난합니다. 직접 운전은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가길 잘했어요. 다만 숙소 운영하시는 분이 미리 말해줬으면 아래로 픽업갈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내년에는 그렇게 해볼까 생각 중.
안반데기를 온다고 계획을 짰다면 삼각대와 번들 렌즈를 챙겼겠으나.. 그런 건 없습니다. 그리고 별을 보기에도 딱 좋은 시즌은 아니죠.
추석 보름달이 이리 훤한데 뭔 별이여.
대신 해돋이는 볼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출 보러 언덕을 올라가다니 이게 몇년만인가.
기대했던 배추밭은 초토화. 7, 8월 두달만 키워서 추석 전에 다 수확한다니 아무것도 남지 않은게 당연하겠죠. 내년에는 꼭 은하수+배추철에 와야겠어요.
안반데기 배추밭이나 별 사진은 원래 유명했고, 다큐 3일에서 본 이후로 안반데기를 꼭 가봐야 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렇게라도 보니 다행입니다.
사진 가운데쯤에서 왼쪽에 있는 게 숙소인데 잘 안보이는군요. 저 풍력발전소 아래를 지나가면 머리 위를 가르는 바람 소리때문에 무섭습니다.
아직 배추가 남아있는 곳을 겨우 찾아서 촬영.
내려와선 간단히 점심을 먹었습니다. 교동 짬뽕이 유명한데 그나마 바로바로 먹을 수 있는 이만구 교동짬뽕으로 갔습니다. 서로 원조다 뭐다 말이 많은데, 중요한 건 원조가 아니라 맛이죠. 그 점에선 감히 추천할만한 가게입니다.
17,000원인데 이것밖에 안주냐는 불만이 바로 튀어나왔으나, 한입 먹고 나니 탕수육에도 예술점수를 매겨야 한다로 여론이 바뀌었습니다.
튀김옷에 부드러움과 바삭함이 공존하고, 고기는 딱 먹기 좋은 크기에 부드러우며, 소스는 찍먹파들을 멸종시키기에 충분한 위력을 지녔어요.
깡깡 말라 뒤틀어진 고기를 딱딱하게 튀겨내고 신맛 말고 아무것도 없는 고기 튀김을 탕수육이라고 파는데 가격까지 비싸다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합니다.
짬뽕. 국물이나 면, 고명 모두 흠잡을 게 없습니다. 서울에서 자칭 교동짬뽕이라는 걸 먹었는데 거기서 교동을 찢어버리고 싶어지네요. 짜장면이나 볶음밥도 맛있어 보였는데 먹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
음식이나 가격은 칭송과 찬양을 아끼고 싶지 않으나, 홀 직원들의 수준은 형편 없더군요. 불친절하다는 소리가 아니라 시스템이 전무해요. 추석 연휴라고 베테랑 직원들이 다 빠지고 일용직 알바들로 땜빵을 했나, 뭔가 다들 바쁘긴 한데 주문 들어가고 음식 나오고 실수를 처리하는데 기본이라는 게 없습니다.
이 맛있는 음식을 정말 제대로 보급하고 싶다면 홀 시스템을 잡아야 할텐데요. 명동교자 같은 곳에 가서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릉역으로 가면서 발견한 차. 번호판이 달린거 보니 운행이 가능한 차인가봐요.
강릉역 앞 여관촌에서 발견한 고양이. 강릉 사람들은 고양이에 목줄을 달아서 키우는구나..라는 선입견이 생길 것 같습니다. 목줄이 불쌍하긴 한데 그렇다고 풀어둘 수는 없고...
사람을 잘 따른다기보다는 그냥 관심이 없는 고양이입니다. 앞에 올린 글에서 강릉의 다른 모텔을 극찬했으나, 다음번에는 고양이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기서 묵어보고 싶네요.
덕분에 읽으면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