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피나클릿지가 정식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출시와 함께 벤치마크 및 대략적인 성능도 공개가 되었는데요. 이에 대해서 예상된 성능대로 나왔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다는 의견이 대다수인것 같습니다. 저는 예상된 성능대로 나왔다에 속했는데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와 앞으로 어떤 발전방향을 가지게 될지 재미로 살펴보겠습니다.
1. 라이젠 1세대, 2세대의 비교
극단적으로 말하면, 라이젠 2세대는 1세대와 비교했을 때 물리적으로 딱 한가지가 변했습니다. 바로 제조공정입니다. 라이젠 1세대의 14nm LPP 공정에서 2세대의 12nm LP 공정으로 바뀐것입니다. 이로 인해 클럭마진이 늘어났고 전력효율도 좋아져서 더 높은 클럭세팅이 가능해졌습니다.
라이젠 2세대 변경점의 대부분은 12nm공정을 통한 하드웨어적 발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적 변화에 집중되어있습니다. 기본클럭을 높이고 TDP도 높였으며 프리시전 부스트 2, XFR 2.0 등 모두 소프트웨어적(CPU 펌웨어) 업데이트입니다. AMD 직원이 직접 마이크로 아키텍처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물론 캐시 레이턴시를 줄이기 위해 마이너한 수정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레이턴시 변화의 원인이 하드웨어인지 소프트웨어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또한 12nm LP 공정 자체도 네이티브 12nm보단 14nm LPP의 개선판에 가깝습니다. 라이젠 2세대는 14nm LPP 프로세스 플렛폼 위에서 빌드했으며 다이 크기는 14nm LPP와 동일합니다. 대신 회로밀도 향상과 성능 향상이란 옵션을 사용해서 1세대보다 발전된 2세대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위 내용은 https://gigglehd.com/gg/2745386 에서 자세하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AMD가 얻을 수 있는건 뭘까요? 바로 마진(Margin)입니다. 1세대와 비교했을 때 성능을 높였지만 제조원가를 유지하거나 낮춤으로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마진이 늘어났는지 아닌지는 간단하게 알 수 있습니다.
라이젠 1세대의 경우 한번에 다 나온 슬라이드는 없더군요. 1700 $329, 1700X $399, 1800X $499의 가격으로 출시했었습니다. 비교해보면 출시가격이 20~30달러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제조비용의 감소가 가격하락폭과 같거나 그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는 원가 감소보다 더 큰 가격 할인을 통해 이익률은 낮추지만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전략일 수도 있겠네요. 어찌되었든 유저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성능을 더 낮은 가격에 얻을 수 있기때문에 나름 Win-Wi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미 인텔에 의해 증명된 전략(틱-톡)이기 때문에 프로세서 성능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온 AMD 입장에선 부담없이 시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2. 인텔의 현재와 미래
갑자기 인텔이 나오는데에 의아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AMD의 발전은 인텔의 변화를 촉구해서 최초의 메인스트림 6코어 라인업인 커피레이크가 출시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제 다시 경쟁자의 위치에 선 두 회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인텔 6코어는 AMD 8코어와 비슷한, 혹은 더 높은 성능으로 물리적으로 적은 코어 숫자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2019년에 출시될 아이스레이크에서 10nm 공정 도입 및 아직 루머지만 8코어 라인업 출시 가능성을 재보고 있습니다. 두가지가 다 이루어진다면 현재 나온 라이젠 2세대는 다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겠죠. 아마 냉전시대처럼 우발적이거나 의도적인 루머를 통해 차세대 신제품에 대해 서로 간을 보는 공방전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또한 스카이레이크-X 에서 인텔은 코어간 연결에 링버스 대신 메쉬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과거 HEDT에는 2중 링버스를 사용했으나 그러면서도 한계를 느낀 것 같고, 제온 파이에서 사용하던 메쉬를 도입한것이죠. 스카이레이크-X는 출시 초기에 라이젠과 비슷하게 느린 캐시 레이턴시로 욕을 먹었습니다만, 라이젠과 다르게 캐시클럭을 따로 높일 수 있었기 때문에 고클럭 메모리 + 캐시 오버클럭으로 레이턴시를 50ns 대로 충분히 낮출 수 있었습니다. 대략 인텔 메인스트림 프로세서와 라이젠 2세대 사이의 캐시 레이턴시죠.
스카이레이크-X의 인텔 기본셋팅에서는 아직도 레이턴시가 높지만 유저 오버클럭 사례를 통해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이 된 셈이고, 이는 라이젠 2세대처럼 인텔의 개선된 HEDT에선 캐시 레이턴시 감소를 캐치프라이즈로 내걸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링버스와 가까운 레이턴시까지 도달이 가능하다면 메인스트림 라인업도 메쉬로 교체될 수도 있겠습니다. 메인스트림 라인업이 8코어까지 늘어나면 링버스의 길이도 그만큼 늘어남을 의미하는데, 이는 레이턴시 증가로 연결되니까요. 링버스 구조의 장점을 한계까지 사용했고(스카이레이크-X 이전 HEDT에서 증명), 코어 수 경쟁이 다시 시작된 만큼 인텔도 새로운 구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것입니다. 다만 바꾸기 전엔 AMD처럼 메쉬 구조로 메인스트림~HEDT까지 커버하여 제조원가 낮추기가 가능한지에 대한 고려가 있을 것입니다. 아니다 싶으면 링버스로 계속 갈것이고요.
3. 그럼 라이젠 3세대는?
라이젠 3세대(ZEN 2), 코드네임 마티즈(Matisse)에선 프로세서 아키텍처 개선을 통한 성능향상이 예고되어 있으며 이미 올해 초 실적 보고에서 아키텍처 설계는 완료되었다고 발표했었습니다. 또한 파운더리의 공정 개발 상황에 따라 7nm 도입을 AMD에서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4세대인 ZEN 3에서는 7nm+ 공정을 사용한다고 했었으니 이번 피나클릿지처럼 ZEN 2의 아키텍처에 공정이 개선된 버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MD에서 ZEN 5까지 개발중이라는 이야기가 추측을 뒷받침하죠. ZEN 2 아키텍처 개발은 끝났고 ZEN 3는 공정 개선판이니 그 다음은 당연히 ZEN 5가 되는것입니다. (혹은 ZEN 4일 수도 있으며, ZEN 5는 ZEN 4와 같은 아키텍처를 공유)
라이젠 1세대의 성공으로 인해 AMD의 프로세서 개발이 궤도에 올랐고, 이름만 붙이지 않았다 뿐이지 공정개선과 아키텍처 개선을 번갈아서 진행하는 인텔의 틱-톡 전략을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작년 라이젠의 성공은 AMD CPU 사업의 큰 전환점이었던것 같네요. 또는 12nm LP 공정이 과도기적이라는 점과, 7nm 공정개발이 빠르다면 라이젠 3세대의 경우 공정과 구조 두가지가 다 개선될 수도 있습니다. 인텔 아이스레이크처럼요.
게다가 인텔 아이스레이크와의 코어 수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과 라이젠 3세대에선 설계 변경이 예고되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AMD 코어 컴플렉스(CCX)의 최소단위가 현행 4코어에서 6코어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나클릿지에선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CCX 크기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MCM구조와 이를 이어주는 인피니트 패브릭이 가진 캐시 레이턴시의 약점을 CCX크기 증가로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CCX 구성에 따른 성능차)
CCX크기가 6코어가 된다면 라이젠 3, 라이젠 5 라인업의 경우 1CCX로 대응이 가능하며, 이때 인피니트 패브릭의 캐시 레이턴시는 인텔 링버스에 가까워 질 것이며, 2CCX로 최대 12코어까지 확보가 가능해서 8코어 인텔 아이스레이크와 경쟁하게 될 것 같네요.
다만 CCX의 코어숫자 증가는 아직은 제 생각일 뿐이고, 코어 수 증가는 제조원가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AMD가 생각하는 제조원가 기준, 혹은 이익률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