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매출 순위 1위가 25년만에 교체
반도체 업체의 매출 1위 회사가 25년만에 바뀌었습니다. 기술 관련 시장 조사 회사 중 일부는 정기적으로 반도체 업체 매출 순위를 발표하는데, 그 중 가장 영향력이 높은 것이 Gartner(가트너)가 매년 1월에 발표하는 순위입니다. 여기는 2018년 1월 4일에 2017년의 반도체 매출 상위 10개 회사를 발표했습니다.
1위는 한국의 삼성전자.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 연속 2위를 유지해 왔습니다. 만년 2위의 대형 반도체 공급 업체가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25년 연속 1위를 차지해 왔던 인텔은 1위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2위입니다. 반도체 매출 예상 금액은 삼성이 612억 7,500만 달러, 인텔이 577억 1,200만 달러입니다. 두 회사의 차이는 35억 달러 정도입니다.
2016년에는 1위 인텔과 2위 삼성의 차이는 금액으로 140억 달러, 비율로는 1.35대 1.00이었습니다. 삼성이 전년 대비 53% 증가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룬 것이 2017년의 1위 교체의 원동력입니다.
삼성의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성장이 인텔의 무난한 성장을 격추
지난 15년 동안의 변화를 간단히 살펴 봅시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2위를 차지한 2002년은 어땠을까요? 당시 1위였던 인텔이 매출은 삼성전자의 2.74배였습니다. 엄청난 차이죠. 그런데 이후 삼성은 인텔과의 격차를 줄여나가 2006년에는 1.52배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과 인텔의 격차는 줄지 않았습니다. 비율은 2.00~1.49배 사이를 오갔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이 약세였던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다 2012년 이후 점차 차이가 줄어들어 2015년에 1.37배, 2016년에 1.35배를 기록했습니다. 1.35배는 차이를 가장 가까이 추격한 숫자지만, 한편으론 매출이 35% 차이난다는 말입니다. 35%가그 이듬해에 0%가 되리라곤 2016년 말~2017년 초에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것이 불과 1년만에 격차를 단번에 따라잡아 역전합니다. 2017년의 비율은 0.94배. 비율을 반대로 잡아 삼성/인텔로 환산하면 1.06배가 됩니다. 삼성이 인텔보다 6% 더 많은 매출을 낸 것, 다시 말해 41%의 역전을 달성한 것입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인텔의 반도체 매출은 2017년에 7% 가까이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36억 달러 정도 매출이 늘었습니다. 36억 달러는 중견 반도체 업체 한개의 매출 수준입니다. 인텔은 꾸준히 매출을 늘렸으며 성과가 딱히 부진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상한 것은 삼성 전자입니다. 2016년에 401억 달러였던 매출이 2017년엔 613억 달러로 늘렸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200억 달러가 넘어섰습니다. 이것은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값입니다. 얼마나 비정상적이냐면, 2016년 반도체 랭킹 4위인 반도체 메모리 대기업 SK 하이닉스의 매출이 147억 달러였습니다. 같은 해 3위였던 퀄컴은 154억 달러입니다. 즉 퀄컴 한개가 통째로, SK 하이닉스 한곳이 통째로 삼성전자에 붙은 것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반년 전부터 조짐이 보였던 1위 교체
25년만의 1위 교체는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에선 반년 전부터 1위 교체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5월의 IC 인사이트는 분기 기준 매출액에서 삼성이 인텔을 제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 2분기 이후에 삼성이 1위가 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또 시장 조사 기관인 IHS Markit은 2017년 1분기부터 같은 해 3분기까지 반도체 매출 상위 5개 회사를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분기는 인텔이 1위, 2분기는 인텔과 삼성이 거의 비슷해지나 약간의 차이로 인텔이 1위, 3분기에 삼성이 인텔을 제치고 1위가 됩니다. 삼성이 매출을 급격히 늘리고 인텔을 제치는 구도는 IC 인사이트의 조사 결과와 같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2017년 1분기까지는 인텔이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가 2분기에는 삼성과 비슷해지고, 3분기에 삼성이 매출을 더욱 늘려 인텔을 제칩니다. 그리고 4분기에는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집니다.
반도체 메모리 업체들이 크게 성장해 순위가 오름
가트너가 2018년 1월 4일에 발표한 2017년 반도체 매출 순위의 상위 10개로 돌아갑시다. 10개의 회사 중 성장세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 반도체 메모리 업체들입니다. 메모리 상승 대세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메모리의 양대 제품인 DRAM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보면 DRAM 쪽의 성장률이 높습니다. DRAM을 다루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모두 순위가 올랐습니다. 가트너에선 삼성이 2위에서 1위, SK 하이닉스가 4위에서 3위, 마이크론은 6위에서 4위로 올랐습니다. IC 인사이트의 순위에서도 삼성은 2위에서 1위, SK 하이닉스는 5위에서 3위, 마이크론은 6위에서 4위로 순위가 올랐습니다.
DRAM 메모리의 평균 가격은 2016년 중반부터 2017년 중반까지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이 비정상적인 상승이 DRAM 대기업 3개 회사의 매출을 단번에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DRAM보다는 저조한 편이나 낸드 플래시 메모리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습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2017년에 가격이 꽤 올랐습니다. 가트너는 2018년 1월 4일에 발표한 2016-2017년 매출 순위의 자료에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7% 가량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도시바의 순위는 전년에서 변하지 않았으나, 가트너의 발표에선 29.2%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웨스턴 디지털은 전년도 17위에서 9위로 올라 단번에 상위 10개 회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가트너가 발표하는 웨스턴 디지털의 120% 성장률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인 DRAMeXchange가 발표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기업별 매출을 보면 도시바는 2017년 1~3분기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27.9% 증거하고(2017년 4분기 데이터는 발표 안함), 웨스턴 디지털은 2017년 1~3분기 합계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했습니다. 도시바는 DRAMeXchange와 가트너의 발표값에 일관성이 있으나, 웨스턴 디지털은 그 괴리가 큽니다. 그 원인은 잘 알 수 없지만 가트너가 발표한 웨스턴 디지털의 성장률은 너무 크지 않나 싶습니다.
IC 인사이트가 발표한 반도체 업계 순위
삼성전자의 1위는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요? 그건 힘들 듯 합니다. DRAM의 가격은 크게 변화해 왔습니다. 급상승과 급하강이 반복돼 롤러코스터에 비유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인텔의 사업은 안정적입니다. 서버와 PC는 사회의 인프라입니다. 프로세서 사업의 변동은 메모리 사업보다 훨씬 작습니다.
그러나 DRAM 대기업이 실질적으로는 3개 뿐이며, 독점화가 진행 중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독점은 비싼 가격을 유지합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DRAM에 진입하려 하지만 2018년 하반기의 일입니다.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며, 2018년엔 삼성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2019년에는 반도체 기업의 인수 합병을 제외하면 삼성과 인텔이 1, 2위를 두고 경쟁할 것입니다.
인텔보다야 많이 들이붓고 있단 건 아는데...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