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보드라는 제품 카테고리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이슈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구성.
일반적으로 한 제품의 신뢰성은 직렬 구조일수록, 작동 단계가 복잡할수록, 수명이 서로 다른 부품이 사용될수록 높아지기 힘든데, 메인보드는 CPU-메모리-(칩셋)-저장장치의 직렬 구조를 가지면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작동 단계를 갖고 있고, 소켓, 램 슬롯, MosFET, 초크, 내장 I/O 칩 등의 완전히 다른 종류의 부품들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높은 신뢰성을 갖기가 힘듭니다.
때문에 여타 가전제품들이 10년 넘게 써야 오래 썼다는 소리를 들을까 말까 하는 마당에 메인보드만 홀로 3년만 써도 오래 썼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죠.
하지만 사람들의 컴퓨터 사용기간은 보통 3년이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높은 신뢰성에 대한 수요가 많았으며, 이는 메인보드 제조사들의 내구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로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현재는 10년, 20년 전보다는 보급형, 고급형을 막론하고 메인보드의 내구성이 훨씬 나아졌는데요.
한편 메인보드의 내구성들이 상향평준화되면서 기존의 내구성에 특화된 제품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CircuitBoard에서 여러 차례의 리뷰를 통해 다뤘던 TUF 제품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200 시리즈 메인보드의 경우 TUF 제품군과 ROG 제품군이 사용하는 부품이 상당부분 겹치는데요.
때문에 그 후속작인 TUF Z370-PLUS GAMING에서 최우선으로 확인해 볼 것은 차별화입니다. 다른 ASUS 메인보드 제품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차별화된 부품을 사용했고, 내구성과 관련된 기능들이 어떻게 보강되었는지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게이밍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게임 플레이에 최적화되어 있는지를 검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버클럭은 물론이고, 부가기능들이 충실하게 갖추어져 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하겠죠.
마지막으로는 지나친 원가절감 여부입니다. 사실 TUF 제품군은 전통적으로 그렇게 싼 메인보드가 아니었습니다. 당장 이전 세대 제품인 TUF Z270 MARK 1만 해도 30만원대였으니까요. 하지만 오늘 다룰 TUF Z370-PLUS GAMING은 10만원대 후반의 상대적으로 보급형 Z370 메인보드입니다. 가격을 내리면서도 TUF라는 브랜드의 핵심요소를 얼마나 지켜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TUF Z370-PLUS GAMING, 내구성을 갖춘 게이머의 무기? 아니면, 디자인만 바꾼 ROG?
둘 중 어느 것에 해당할 지, 지금부터 리뷰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메인보드 박스는 군용 디지털패턴과 건설기계에서 볼 법한 삼각형 및 요철무늬의 노란색 패턴으로 덮여 있습니다. 하단에는 주요 기술들이 나열되어 있네요. Optane Memory 및 DTS Custom Audio 기술이 눈에 띕니다.
뒷면에는 메모리 지원 사항 및 포트, 주요 기능들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박스의 이미지와 글자들을 콩기름 잉크로 인쇄했다는 설명이 인상적.
이번 TUF 게이밍 메인보드는 종전의 5년 보증기간이었던 30만원대 TUF, SABERTOOTH 메인보드와 달리 3년의 보증기간만을 갖습니다.
메인보드를 제외한 구성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용자 설명서 및 DIY 가이드
- CMOS 배터리 데칼 및 TUF 로고 데칼 스티커
- MIL-STD-202(전자제품 및 부품을 대상으로 하는 Mil-Spec) 합격 인증서
- ㄱ자형 SATA 케이블 x 2
- I/O 쉴드
- M.2 SSD 설치 나사
전면 디자인은 마치 공사장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입니다. 전작들도 그렇고, 상위 칩셋인 X299 탑재 TUF 메인보드들이 좀 더 진중한 디자인을 채택한 것에 비해서도 노란색과 검은색의 배색 때문에 좀 더 주목도가 높습니다.
메인보드 오른쪽은 직선과 대각선이 강조된 컨셉에 따라 살짝 안쪽으로 파여 있는데, 이러한 디자인은 MAXIMUS IX APEX에서도 볼 수 있었던 형태입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10만원대 후반의 보급형 Z370 메인보드로서는 나쁘지 않은 디자인을 갖추고 있으나, 전작과 달리 사용자가 노란색에 맞추어 PC를 구성할 수밖에 없게끔 반강제(?)하는 것은 2% 아쉬운 부분.
뒷면은 깔끔합니다. 전원부 부품 또한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TUF라는 이름에 걸맞게 30만원대 중반이었던 전작처럼 메탈 재질은 어렵더라도, 플라스틱 재질로 된 백플레이트 정도는 달아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I/O입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 PS/2
- USB 2.0 x 2
- Single Link DVI-D
- USB Type C/USB 3.1 Gen 1 (5V 3A 충전 지원)
- HDMI 1.4
- USB 3.1 Gen 2 x 2
- RJ45 (Intel I219-V Gigabit LAN)
- USB 3 x 2
- 오디오 잭 (Line-In, Speaker Output, Mic Input)
일반적인 보급형 메인보드의 포트구성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요.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이 메인보드에 탑재된 ALC887 코덱은 분명히 7.1채널을 지원하는데, 왜 정작 오디오 포트는 3개만 배치하여 코덱의 기능을 모두 누리지 못하게 했는가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하겠습니다.
백패널 I/O는 이렇게 커버에 가려져 있으며, 그 아래로는 6페이즈의 CPU 전원부가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시스템 쿨러 단자와 M.2 2280 커넥터가 있네요.
조금 아래로 가볼까요. 최하단에는 EMI 커버가 씌워진 ALC887 칩셋과 Nichicon 오디오 커패시터, 그리고 각종 단자들이 있습니다. 오디오 커패시터의 수가 게이밍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ROG STRIX 메인보드에 비해서는 좀 적은 감이 있습니다.
- S/PDIF Output 헤더
- 전면 패널 오디오(AAFP) 헤더
- USB 2.0 헤더 x 2
- BIOS 초기화용 CLRTC 점퍼
우측 아래는 저장장치 및 입출력 헤더들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 위로는 커버에 가려진 M.2 슬롯이 보입니다. Z270 메인보드와는 달리 2개의 M.2 SSD 슬롯 모두에 SATA 혹은 PCIE 기반 SSD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SATA포트 사이로 AURA SYNC 칩도 보이는군요. 좌측부터,
- USB 3 헤더
- 전면 패널 단자
- SATA3 x 6
한 가지 특이한 것은 4핀 워터펌프 헤더의 위치입니다. 커스텀 수랭 구성시에 물통과 가까운 부분이 저 곳은 맞긴 한데, 저기다가 케이블을 연결했다가는 십중팔구 ‘TUF GAMING’이라는 로고를 가려버리기 때문에 멋이 살지 않는 소소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헤더의 위치를 좀 더 왼쪽으로 치울 수도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우측면 포트 구성은 워터펌프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괜찮은 포트 배치를 갖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 USB 3 헤더
- 24핀 E-ATX 헤더
- 4핀 12V RGB 헤더
- 시스템 쿨러
우측면에 포트와 헤더의 상당수를 몰아줬기 때문에 윗면은 다소 휑합니다. 왼쪽부터,
- 일체형 수랭쿨러용 4핀 펌프 헤더(AIO_PUMP)
- 4핀 CPU 쿨러 헤더(CPU_FAN)
- 8핀 E-ATX CPU 전원 커넥터
이번에는 분해를 해 볼 시간입니다. 그런데 함정이 하나 있었으니… 전원부 방열판이 분리가 되지 않습니다. 보통은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인데, TUF Z370-PLUS GAMING은 푸쉬핀 방식을 쓰더군요.
컬러로 전사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재질은 고급형 제품들처럼 알루미늄이 아닌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대부분 걷어낸 전원부의 모습입니다. I/O 지원부도 추가적인 포트가 거의 없고, 대부분의 포트를 CPU와 칩셋만으로도 대부분 지원하기 때문에 Z170/Z270 시리즈 메인보드와 달리 ASMedia 칩 등도 많이 사라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네요.
하지만 추가 I/O를 위한 칩셋이 사라졌다고 해서 I/O 부분이 완전히 텅텅 빈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리를 아주 작은 마이크로 칩과 칩 커패시터들이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저것들 중 상당수가 바로 정전기와 같은 순간적인 전하로부터 포트와 메인보드를 보호하는 보호대책입니다. 전작 대비 절반 수준까지 가격이 하락한 건데도 용케도 핵심적인 부분은 지켜냈네요.
반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점도 있는데, CPU 상단 전원부에는 방열판이 장착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B250이나 H270도 아니고 오버클럭이 엄연히 공식적으로 지원되는 보드인데, 무슨 생각으로 상단 방열판을 안 넣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원부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6페이즈로 이루어져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CPU에 6페이즈, 메모리 영역에 1페이즈로 총 6+1페이즈 구성입니다. 상당수의 고급형 Z370 시리즈 메인보드가 8페이즈 구조를 채택한 것에 비해서는 소폭 다운그레이드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TUF Z370-PLUS GAMING은 ON Semiconductor의 제품이 사용되었던 Z170 및 270 시리즈의 TUF 제품군과 달리 미국 펜실베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Vishay Intertechnology 사의 SIRA14DP MOSFET이 사용되었습니다. Vishay Intertechnology는 폴란드-벨라루스 출신 이민자에 의해 1962년에 설립되어 현재 Fortune 1000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반도체 제조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입니다.
DIGI+VRM이 MosFET 아래에 배치되어 있는데, 전작과 동일한 ASP1400BT 칩입니다.
전원부 커패시터는 Z170/270 시리즈에서도 줄곧 사용된 후지쯔/니치콘 공동 개발의 FPCAP 10K 커패시터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 초크는 일반적인 얼로이 초크를 사용하는 듯한데, ASUS측에서는 이 초크가 MilSpec을 만족하는 수준의 초크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초크를 사용하는지는 현시점에서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Z370 칩셋.
Z170 시리즈 이래로 ASUS 메인보드의 I/O를 모니터링하는 Nuvoton NCT6793D Super I/O 칩.
이번 TUF가 원가절감인것이 티가 나는게,상단 전원부 방열판이 옵션이더라구요.
즉 일부 하위 TUF에는 안달려나오고 상위TUF에만 달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