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넷은 일본 구마모토에 위치한 데이터 복구 회사입니다. 일본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하드디스크 데이터 복구에 대해서 인터뷰를 나누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 툴인 Simple SEIZURE TOOL for Forensic, 복구 전문 툴인 PC-3000 JAPAN 등의 제품들도 판매하는 중.

 

 

하드디스크의 기록 밀도가 높아지면서 데이터 복구도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24년 전에는 2.5인치 하드디스크가 170MB였으나 지금은 2TB. 제품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데이터 밀도가 대폭 늘어났지요. 

 

사용자들은 옛날 하드디스크가 더 내구성이 좋았다. 불량 섹터가 다소 있어도 어느 정도 사용이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데이터 밀도가 낮아 손상을 받아도 영향을 주는 데이터의 양이 작았지만, 지금은 헤드 너비의 몇백분의 1 정도 폭에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하드디스크는 조금만 물리적인 충격을 받아도 영향을 받는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드디스크 데이터 복구는 논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으로 나뉩니다. 논리적인 것은 사용자가 실수로 포맷하거나 지워버리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이정도는 복구 툴만 잘 쓰면 일반 사용자도 어느 정도 복구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물리적인 경우는 다릅니다. 부품이 마모되거나, 물리적인 충격을 받거나. 물리적인 충격이야 설명할 게 없지만, 아무런 충격도 주지 않았는데 하드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데이터를 읽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그건 부품 마모입니다. 하드디스크 구동 부분의 부품이 열화돼 데이터를 읽어오는 데 시간이 걸리거나 인식을 못하거나 소음을 내는 게 초기 증상이지요.

 

 

하드디스크에서 가장 마모되기 쉬운 부분은 플래터의 표면입니다. 플래터의 자성체를 정리하면서 불안적한 상태가 반복됩니다. 하드디스크의 자가 진단 기능은 자기장이 약해진 부분을 보강해주곤 하지만, 이걸로도 한계가 있습니다. 또 플래터에 나노미터 단위로 데이터를 기록하다보니 높은 열도 영향을 줍니다. 헤드와 트랙의 위치를 결정하는 서보 모터 컨트롤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플래터만큼 자주 고장나는 건 아니지만 헤드가 망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헤드는 플래터와 기판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인데, 명령대로 움직였는데도 액세스할 대상이 없다면 가동 범위를 넘어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지금 하드디스크는 4개나 8개의 헤드가 들어가는데 이게 다 고장나는 경우는 드물고 1~2개 고장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헤드 자체가 움직이는 거리는 전보다 줄었습니다. 예전에 10GB짜리 하드디스크였다면 10GB의 데이터를 쓰기 위해 플래터 안부터 바깥을 열심히 돌다아녀야 했으나, 지금 하드디스크는 10GB가 차지하는 공간이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헤드에 걸리는 부하는 지금 하드디스크가 훨씬 낮습니다. 

 

 

아이들 상태나 전원을 껐을 때, 예전의 하드디스크는 왼쪽 사진처럼 헤드가 안쪽으로 파킹되는 모델이 많았으나, 지금은 오른쪽처럼 플래터 바깥으로 파킹되는 모델이 많습니다. 충격을 받았을 때 데미지를 입힐 가능성이 줄어들지요.

 

 

헬륨 충전 하드디스크는 발열이 낮습니다. 헬륨 분자의 크기가 작아 분자끼리 부딪히는 일이 줄어들어 표면 마찰 계수가 줄어들기에 발열도 낮습니다. 이는 곧 플래터의 소모를 줄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이 회사에선 헬륨 충전 하드디스크를 복구한 경우가 없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신뢰성이 높다는 이야기일지도. 

 

 

일본은 지진이 잦지요. 최근에는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있었는데 마침 이 회사는 구마모토에 위치합니다. 지진 발생 시 사업 진행보다 사업 복구가 우선이라 많은 업무를 받진 않았고, 보관 중이던 하드디스크는 여진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 지진 때문에 서버나 NAS가 가동 중에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급히 진단하기 위해 물리적인 충격을 받은 제품에 전원을 인가하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느리더라도 안전하게 데이터를 쓰는 게 최우선.

 

지진이 발생했을 때 떨어져도 전원을 넣으니 작동하기에 괜찮다고 판단해서 계속 썼다가, 결국 하드디스크 자체가 망가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드디스크의 상태는 SMART 로그에서 볼 수 있으나, 몇월 며칠 몇시에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는 식으로는 나오지 않으니까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데이터 복구 작업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복구 작업은 클린 룸에서 진행됩니다. 옷을 갈아 입고 에어 샤워를 해야 들어갈 수 있지요. 일단 하드디스크를 받아서 전원을 넣어 소리를 확인하고, 물리적인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장치에 연결해 해석합니다. 펌웨어 오류 문제는 일시적으로 해결,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LBA에 남겨진 데이터를 복사해 복제 하드디스크를 만듭니다.

 

이렇게 클론을 만들어서 데이터를 복구하는 이유는 장애가 발생한 하드디스크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류가 발생한 하드디스크를 그대로 사용해서 복원/분석을 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선 데이터 복구에 쓰는 복제용 하드디스크에 WD Red를 쓰는데 그게 가장 신뢰성이 높다고 보는 듯.

 

 

하드디스크에서 소음이 나는 경우엔 클린 룸에 하드디스크를 반입해 분리합니다. 플래터에서 자성체가 벗겨진 상처가 없는가, 헤드 자체가 변형되지 않았는가 등. 플래터가 손상되 정보를 읽을 수 없거나, 헤드가 벗어나거나 작동을 멈춰 스핀 업 후 교정되지 않는 경우는 분석 장치에 연결해 하드디스크 제조사 특유의 명령을 사용해 데이터를 복구합니다.

 

예를 들면 웨스턴 디지털의 하드디스크는 독자적인 명령을 보내 '아래에서 두번재 헤드가 손상돼 읽을 수 없으니 검사를 취소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를 제외하고 교정을 마쳐 다른 정상적인 부분을 읽고 쓸 수 있습니다. 이후 LBA의 정보를 복제해서 데이터를 복구합니다. 사용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됐느냐에 따라 복원율이 달라지겠지요.

 

 

그리고 플래터 자체를 떼어내서 다른 데에 연결해 복구하는 건 안된다고 합니다. 예전에 용량이 작았을 땐 플래터를 분리하는 작업도 했었으나 지금은 무리라고. 하드디스크는 플래터, 헤드, 모터에 미묘한 개체 차이가 있고 그 조립 방법에 따라 또 차이가 생깁니다. 그 차이를 하드디스크 스핀 업 이후 저마다 다른 보정을 해서 채우기에, 플래터를 교체해도 정상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당장 플래터를 고정하는 나사를 풀어내는 것만으로 위험하다네요. 

 

그래서 플래터를 분리하고 데이터를 복구하는 방법은 지금 쓰지 않습니다. 또 모터의 축이 잠겨서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손을 대지 못합니다. 충격을 받아 유체 베어링이 손상돼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선 대처가 불가능합니다. 예전에는 모터가 고장났을 때 플래터를 지탱하는 모터를 교체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하드디스크가 많이 발전하면서 손을 댈 여지가 줄어든다고. 또 지금의 3.5인치 하드디스크 대부분은 기류를 정리하는 정류판이 플래터 사이에 들어가기에 모터의 축을 빼기 어렵기도 합니다. 

 

 

플래터의 고장 중 자성체 박리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초기, 중간, 최종 단계의 자성체 박리지요. 플래터에 도포된 자성체가 벗겨져 파편이 날리면서 플래터와 헤드가 파괴되는 증상입니다. 물리적인 손상을 받았을 때 이런 증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나,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드 섹터가 생겨 반복해서 읽기를 시도했을 때도 이렇게 되곤 합니다. 자성체가 박리되면 벗겨진 자성체 분말이 밀폐된 공간을 떠돌게 됩니다. 그럼 플래터와 헤드 사이의 미세한 공간으로 이 가루가 들어와 하드디스크가 제 구실을 못하게 됩니다.

 

 

자성체 박리는 처음에는 희미한 선으로 시작합니다. 자성체가 벗겨진 부분이 드러나고, 여기에 헤드가 접촉하면서 점점 그 번위가 퍼져나가게 됩니다. 

 

 

빠르면 1년 안에 못쓰게 되는 경우도 있고, 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떨어트리는 등의 물리적인 충격을 받은 하드디스크는 이 증상이 쉽게 발생합니다. 위 사진은 플래터 전면이 연마된 것처럼 박리된 하드디스크.

 

 

유리 플래터에서 자성체가 박리되면 아래가 비춰보입니다. 이 증상이 발생한 하드디스크는 내부를 청소하고 파편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힘듭니다. 최근의 하드디스크는 플래터와 헤드가 다수 있어서 이들 모두를 조절하기가 더욱 힘듭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로 세척해도 건조가 어렵기에 불가능합니다. 플래터 표면의 보호막이 세척 과정에서 벗겨나거든요. 초음파 세척은 자기 정보에 영향을 주기에 안되는 건 마찬가지.

 

 

헬륨 충전 하드디스크는 공기 구멍에 필터가 있는데, 자성체가 박리된 하드디스크는 이 필터가 더럽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선 새까맣게 오염됩니다. 이런 경우 데이터 복원은 많이 어렵지요.

 

 

이곳에선 2015년부터 WD Red 하드디스크를 데이터 복원/복제에 사용하는데, 회전 속도가 낮아 발열이 적고, 진동 센서가 있으며 24시간 365일 운영을 보장하기에 골랐다고 합니다. WD Red의 복원 요청을 받은 경우가 적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 7200rpm 2.5인치 하드디스크는 고부하에서 운용 시 어떤 제조사건 결국 불량이 나왔다고 합니다. 하드디스크를 최대한 안전하게 쓰고 싶다면 발열과 진동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회전 속도가 낮고, 진동 센서를 갖춘 모델을 선호한다고. 또 안정성으로 따지지자면 플래터 저장 밀도가 높은 하드디스크는 오히려 선호하지 않습니다. 또 외장 하드디스크는 하드디스크 제조사에서 직접 내놓는 모델이 안정적이라 평가하는 편. 

 

하드디스크가 언젠가는 고장난다 생각하고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며, 온도와 진동을 신경쓰고, 윈도우 이벤트 로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SMART 정보를 통해 하드디스크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교체하길 권장합니다. 물론 평소 백업을 주기적으로 하는 건 필수지요. 

 

 

이건 수집 중인 구형 하드디스크.

 

 

후지쯔의 14인치 하드디스크인 M2294K FIXED DISK UNIT. 귀한 물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