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별건 없습니다. 무슨 아리랑페스티벌이라고 뭘 하던데, 거기서 어떤 아저씨가 축음기전시하는데 거길 구경갔거든요. 그런데 장소도 협소해서 볼만한 뭐가 있지도 않고 그 아저씨도 좀 그래서...
날씬 좋습니다. 검은바지 입고갔는데 바지가 뎁혀짐.
미국 국회도서관에 있는 1896년 플레처가 녹음한 한국인 유학생들 아리랑 녹음입니다. 현재 돌아다니는 음원은 1947년인가 옛날 픽업으로 뜬 디스크 더빙입니다. 국회도서관에 지금 남아있는 저 실린더들은 깨끗하긴 하나(2갠 깨짐), 47년에 옛날 픽업으로 뜰 때 과도한 침압이 가해져 마모가 심해 별로 상태는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옛날에 레코드 틀던 픽업들은 요즘 턴테이블에 달린 스타일러스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굉장히 뻣뻣했습니다)
저건 레플리카로, 저거 전시하는 아저씨가 미국에 사는 장사꾼인 벤저민 캐너데이한테 맡겨서, 브라운 왁스 실린더 깎아서 4분으로 녹음한 건데, 원본은 2분 실린더입니다.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이렇게 픽업을 레코드에 들이대고 뜬겁니다. 블랙왁스나 4분 앰버롤(셀룰로이드)면 모르겠지만, 브라운 왁스라 음반이 물러서 죄다 마모됐구요. 1903년 메이플슨 실린더 오페라 극장 실황녹음을 나중에 올릴거지만, 당시 40년대 복사할 때도 그렇게 하는 바람에 원본 실린더는 엉망이 되었고.
프랑스 레옹 스콧이 만든 포노토그래프의 모씨가 만든 복제품을 더럽게 비싸게 사서, 아까 말했던 장사꾼 캐너데이한테 맡겨서 수리시킨걸로 녹음한 아리랑 음원입니다. 먹지 위에 바늘로 진동을 기록하는 방식인데, 자기는 잘 고쳐서 제딴에는 막 좋다고 하나 지인 말씀으로는 완전 틀려먹었다고 하네요.
원래 스콧은 언어 음절의 파형 분석을 위해 저걸 만들었는데, 손으로 돌려서 녹음을 하다 보니 회전수 유지가 되지 않아 단위시간당 주행거리가 들쭉날쭉해져서 분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타임코드라고, 옆에 소리굽쇠용 바늘을 한 개 더 달아서, 항상 같은 Hz의 파형이 옆으로 지나가 분석하기 용이하게 만들었는데, 그게 없다 보니, IRENE같은 기계로 읽어도 와우가 무지하게 심해서 어쩔 수가 없죠.
저기 밑에 있는 동그란 거 두 개는 냅킨 링 실린더에 에디슨 돌 레코드 따라만든겁니다. 왼쪽(냅킨 링 실린더)는 1904-1905 박람회 당시, 콜롬비아 레코드가 관람객 목소리를 즉석에서 녹음해서 선물로 주는 등의 판촉용으로 쓰였던 건데, 그 아저씨가 왜 저걸 만들었는진 몰라도 보통 실린더를 칼로 잘라서 만든 거에요. 오른쪽(돌 레코드 실린더)는 에디폰이라고 구술녹음용으로 만든 실린더를 짧게 잘라서 만든거구요. 그런데 그거 재질이 원체 무르다고 하네요.
이건 1차대전에 참전한 한국인 포로들의 육성녹음 실린더의 거푸집에, 플라스틱을 새로 부어서 떠낸 실린더인데, 제대로 떠지지도 않았고, 중간에 파였고, 몇번이나 재사용한 재료를 사용해서 영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린더 속에 spiral 코어를 끼우지 않고 찍어서 찌그러져서 재생도 안 돼요.
이건 에디슨 실린더 커터를 달아 방청객중 한 사람을 뽑아 녹음을 시키고 그걸 주는 용도로 만든건데
주변이 엄청나게 시끄러운데 뭐가 되나요.
이건 즉석에서 실린더를 깎아 새로 녹음을 할 수 있게 만든 shaver.
에디폰 쉐이버를 개조한건데 이것도 바가지쓰고 사온듯.
큐레이팅이 완전히 개판이고 대단히 편파적으로 전시를 해 놓은 역사박물관을 지인께서 신나게 까시더라구요.
유물은 죄다 레플리카고, 사진 연대고증은 완전히 엉망이고, 경제발전의 효과만 엄청 크게 써 놨지, 굵직굵직한 시민운동은 코딱지만큼 있다구요.
그래서 역사박물관에서 제일 좋은 곳은 옥상이였습니다. 경치 좋네요.
저기 오른쪽에 땅 들어낸 데는 옛 경기도청 자리인데, 총독부 헐릴 때 같이 헐렸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경기도청 건물은 대한제국 시기 건물이라네요. 왜 부셨냐고.
암튼 그걸 들어냈더니 의정부 터가 있긴 한데, 터 흔적조차도 몇 개 안 남아있어서 의정부를 복원하는데 저게 될거냐고 하시네요. 택도 없다고.
그리고, 풍수지리설같은 같잖은 걸 주장하면서, 인왕산-근정전-광화문-육조거리로 이어지는 직선이 민족정기를 나타내는데, 일제가 그걸 틀어놨다같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정작 조선시대에는 육조거리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였고, 그 당시 풍수지리는 그딴 게 아니였기 때문에 전적으로 궤변이라고.
옛날 경기도청 모형. (인터넷펌)
날씨 좋아요.
아니면 전체를 스캔해서 분석한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