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최근 SSD 가격이 자유낙하하듯 떨어져 저도 NVMe SSD가 두 개 생겼습니다. 일단 하나는 아직까지 부팅용으로 버티고 있는 제 메인 노트북의 128GB짜리 디램리스 SATA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획적으로" 할인할 때 구매했고, 하나는 가격이 워낙 싸게 나와서 "무지성으로" 구매해버린 것입니다.
이 "무지성으로" 사버린 SSD를 써먹기 위해서는 외장형 SSD로 만들어주는 SSD 인클로저가 필요하기에 어디 괜찮은 거 없나 하고 찾아보던 중에...
마침 즐겨 보는 테크 유튜버 잇섭님의 정말 특이한 SSD 인클로저의 리뷰가 올라왔더군요.
영상을 보면서 계속 뽕이 찼습니다. 와 기판이 보이는 것도 모자라 디스플레이가 달려있다고????? 심지어 현재 SSD의 수명, 온도를 알려주는 데다 실시간으로 읽기/쓰기 속도와 총 읽기/쓰기량까지 나와??? 거기다가 갑자기 정전됐을 때를 대비한 슈퍼 캐패시터까지 내장??? 와 이건 미쳤다 비싸도 꼭 사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상을 보자마자 국내 쇼핑몰들에 구매대행해주는 데가 있나 하고 찾아보니 몇 군데 있더군요. 가격도 10만원 정도로 영상에서처럼 실리콘 케이스를 동봉해주진 않았지만 제 기준에선 저런 기능과 특징, 그리고 감성이 있는데 10만원이라는 가격은 그렇게까지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문했고, 약 1주일만에 도착했네요.
1. 디자인 둘러보기
박스는 정말 심플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면엔 사각형 안에 DockCase의 로고, 그리고 Smart SSD Enclosure라는 글자가 전부네요.
뒷면도 별 거 없습니다. 특징이 적혀 있네요.
드디어 실물을 영접했습니다.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더 예쁜 것 같아요! 프린팅된 가짜 기판이 아닌 실제 기판이 보이도록 되어 있고 가운데의 디스플레이 오른쪽에 보면 리얼텍의 칩셋이 있는 것도 보입니다. 정확한 칩셋 모델명은 RTL9210b로, 보통 2~3만원쯤 하는 일반적인 SSD 인클로저에 들어가는 칩셋입니다. SATA와 NVMe 인터페이스를 모두 지원하고, USB 3.2 Gen 2x1, 즉 최대 10Gbps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성능 면에선 아쉽긴 합니다.
옆면입니다. USB-C 포트와 DockCase 로고, 그리고 메뉴 전환 버튼이 있습니다.
참고로 USB-C 포트가 두 개인데, 왼쪽에 보이는 단자는 데이터 전송 + SSD가 사용 중이지 않을 때는 슈퍼 캐패시터를 충전하는 용도로, 오른쪽 단자는 슈퍼 캐패시터를 충전하는 용도로만 사용됩니다.
후면입니다. 원활한 열 배출을 위해 통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습니다.
뚜껑을 열었습니다. 로고와 글자들이 전부 은은한 금색으로 적혀 있으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쓰지 않는 나사구멍엔 모두 스티커가 붙어 있군요. 또한 제가 산 제품은 2023년 2월 18일자 버전 제품입니다. 새로 리비전된 게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참고로 뚜껑에 붙어 있는 흑연 패드엔 비닐같은 게 붙어있는데, 떼지 말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보라색 캐패시터가 전원이 갑자기 끊겨도 10초 동안 더 작동하게 해줘 SSD의 데이터가 손실되는 걸 막아주는 슈퍼 캐패시터입니다. 길이가 꽤 기네요.
2. 사용
이제 전원을 넣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사용한 SSD는
패트리어트의 VIPER VP4100 2TB 모델입니다. PCIe 4.0을 지원하며, 파이슨 E16 컨트롤러, 2GB DRAM, 최대 읽기속도 5000MB/s, 최대 쓰기속도 4400MB/s의 스펙을 가진 파이슨 OEM 모델로 추정됩니다. 인클로저의 스펙이 최대 10GB/s라 차고 넘치는 성능이긴 합니다. 또한 SSD에 방열판이 기본으로 붙어 있어 저는 인클로저의 뚜껑을 떼고 사용하겠습니다. 뚜껑이 안 덮히더군요; 그리고 이 인클로저에 처음 쓰는 완전 새 SSD입니다.
USB를 꽂았습니다! 진짜 정말 멋지군요... 메인 화면에는 슈퍼 캐패시터의 충전 현황과 SSD의 이름과 연결 방식, 수명, 전원 On 시간, 총 읽기/쓰기 사용량, 온도가 나옵니다.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다른 메뉴로 진입할 수 있는데, 이 인클로저 설정에서는 읽기 전용 모드, 슈퍼 캐패시터 사용 여부, 스크린 세이버 시간 설정, 부팅 이미지 설정, 언어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QR 코드는 찍으면 DockCase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SSD 정보 화면으로 들어오면 연결된 SSD의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모델명, 시리얼 번호, 용량, 펌웨어, 갑자기 발생한 전원 차단 횟수, 수명 등등... 꽤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새 SSD라 정보들이 깔끔하네요.
또 다른 메뉴로 넘어오면 현재 SSD의 온도와 전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그래프가 나옵니다.
이제 슈퍼 캐패시터가 충전된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해 보겠습니다. 10초간 버틸 수 있게 완충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하면
디스크 안전 제거 중...이라는 글과 함께 10초간 버티다가 꺼집니다. 데이터 손실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이제 컴퓨터에 연결해 보겠습니다.
윈도우에서 DockCase DSWC1P로 인식합니다. 자체 펌웨어를 써서 그런 건지 칩셋 이름이 안 뜨고 이런 곳까지 정성스럽게 해놨네요.
CrystalDiskInfo에서는 SSD의 정보를 잘 불러옵니다만,
Hard Disk Sentinel에서는 인클로저의 정보를 불러오며 SSD의 정보를 읽어오지 못합니다.
이제 벤치마크를 돌려보겠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컴퓨터나 노트북 중 10Gbps USB 3.2 Gen 2x1을 지원하는 기기는 제 메인 노트북인 아수스 비보북밖에 없어 다른 기기에서는 테스트해보지 못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성능은 지극히 평범하게 나오는 것 같네요. 온도는 뚜껑을 안 덮어서 제대로 된 테스트인지 모르겠는데 최대 50도가 찍혔습니다. 그리고 테스트하면서 보니 제 비보북의 USB 포트가 로드가 걸리면 전압이 좀 낮아진다는 것도 이 인클로저를 통해 알게 되었네요. 상태창에 "Input Voltage Low"라고 뜨더군요. 다른 노트북(USB 3.0으로 연결된 상태)에선 로드를 걸어도 괜찮던데...
그리고 파일을 복사하거나 읽어오면
이렇게 자동으로 화면이 바뀌며 실시간으로 읽기/쓰기 속도와 지금 연결된 동안 읽고 쓴 용량, 그리고 전체적으로 읽고 쓴 용량이 나옵니다. 영상으로 보여드리자면
1초마다 실시간으로 사용 현황이 바뀝니다. 정말 마음에 드네요. 파일 복사할 때마다 계속 보고싶어집니다.
3. 리뷰를 마치며
감성 때문에 10만원이라는, 요즘이라면 1TB NVMe SSD도 하나 사고도 남을 돈을 이 SSD 인클로저 하나에 썼지만, 저는 감성 하나만으로도 살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굳이 컴퓨터 상에서 저장장치 관리 프로그램에서 상태를 보지 않아도 바로 SSD의 상태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슈퍼 캐패시터를 통해 데이터를 보존해준다는 것도 장점인 것 같습니다. 디스플레이를 계속 보고 싶어지고, 정말 마음에 드는 지름이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핑크색 모델도 있던데... 남자라면 핑크니 하나 더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