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혹은 관종 취급을 면치는 못했겠지만 어쨌든 간신히 들고 다닐 수는 있었던 Osborne 1부터, 노트북 사이즈에 데스크톱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며 스타벅스 착석권까지 겸하는 M2 맥북 에어에 이르기까지 휴대용 컴퓨터는 혁신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물건을 쉽게 들고 다닐 수 있게 하는 케이스 제품군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딱히 개선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중에 다양한 '기능' 이 포함되어 있다고 홍보하는 각양각색의 노트북 가방이 풀려 있지만 그 가방이 하는 기능이라고는 그저 노트북 넣고 배터리 넣고 마우스 넣는 기능 뿐, '가방' 이라는 물건이 원래 수행하도록 설계된 기능에 지나지 않는데요, 가만히 생각해 봐도 그런걸 못 넣는 가방이 더 이상하지 않나요? 그나마 최소한 (그닥 내키지는 않지만 어쨋든) '기능' 이라고 불러줄 수 있는 제품이라면 USB 포트가 달려 있다고 홍보하는 제품군이 몇 가지 있기는 한데, 그저 USB 연장선과 USB 구녕을 뚫어둔 것에 지나지가 않네요. 뭐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만, 이걸 기술적인 개선점이나 가방의 새로운 '기능' 이라 할 수는 없잖아요?
'아이돈케어 노트북 파우치' 입니다. 본인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 한 명 이상은 존재함을 증명함과 동시에, 가젯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해줌과 동시에 는 노트북 가방계의 혁신이자 발명 이론에 항상 등장하는 '더하기 기법' 을 매우 모범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면 될라나요.
아이돈케어는 현재 '노트북 파우치' 3종과 '노트북 가방' 2종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파우치는 13, 15, 17형으로 나누어져 있고 가방은 15인치까지밖에 없는데요.
'파우치' 는 보통 저장용량이 작고 물렁한 제품을, '가방' 은 저장용량이 크고 재질이 단단한 제품을 의미하고는 하는데요, 본 제품은 노트북 파우치와 가방의 중간 포지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우치라고 하기에는 수납용량이 크지만, 가방이라고 하기에는 또 수납용량이 그렇게 크지는 않구요. 애초에 제조사도 파우치와 가방 제품을 구별하여 판매하고 있죠. 물론 어지간한 노트북 파우치 치고는 수납성능이 좋고 가방처럼 휴대할 수 있기에 사실 파우치 제품을 가방이라 칭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제품 자체는 그렇게 무겁지 않습니다. 약 600g 정도 하는데요, 하지만 여기에 노트북과 악세사리들 몇 가지를 넣는다면 무게가 생각보다 늘어나, 아무리 가벼운 노트북을 담아도 최소한 1.5kg 이상의 무게를 형성할 수 있어 결코 가볍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근데 뭐 이건 모든 가방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무거운 가방을 항상 들고 다니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제품의 상단에는 손잡이와 함께 메신저백처럼 매고 다닐 수 있도록 끈을 연결하는 고리가 존재합나다. 끈은 동봉되지 않기에 직접 구해다가 써야만 하구요. 야마하 플룻 가방에 달린 끈을 떼와서 쓰고 있습니다. 제품은 참 좋지만 필수 액세서리가 별매라니. 가방 끈 정도는 좀 동봉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본 제품의 전면에는 두 가지의 수납공간이 있고, 커버를 열면 더 잘 정리된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각종 크기에 따라 노트북에 사용할 소형 악세사리들을 보관할 수 있는데요, 휴대용 키보드와 마우스, 외장하드와 전원 어댑터까지 충분히 들어가는 크기가 되기는 하지만, 너무 큰 사이즈의 부품은 휴대가 어렵습니다. 본인은 어댑터와 게이밍 마우스, 소형 와콤 타블렛과 보조배터리, 간간히 얇은 소형 공학용 계산기 정도만을 넣고 다닙니다. 휴대폰도 곧휴만큼작게만드는 현시점..도 아니고 이미 00년대 초부터 그랬는데 그보다 훨씬 낮은 프로세싱 파워와 전력을 요구하는 공학 계산기가 저렇게 커야만 할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Ti-89나 HP-50G 정도 기능을 갖춘 계산기를 딱 5800p 사이즈로만 만들어주면 참 좋을텐데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분류상 파우치에 해당하는 물건보다 낫다는 의미이지, 각잡고 나 가방이요 하고 파는 거대한 물건들에 비해서는 얇기에 마우스나 어댑터와 같이 부피가 크고 넓직한 물건을 넣으면 제품이 빵빵해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딱 노트북 액세서리만 넣고 다닐 수 있는 용량 큰 파우치 정도로 생각하시면 이용에 큰 불편함은 없겠습니다. 물론 캐드를 돌릴려면 버튼이 많은 게이밍 마우스가 압도적으로 편하니 저는 이걸 넣고 다니지만, 얇으면서 버튼 많고 그립감이 나쁘지 않은 마우스가 있으면 아마 그걸로 바꿀 것 같네요.
가방을 열면 노트북이 올라가도록 설계된 장소가 있습니다. 실제 가방의 크기에 비해 노트북이 올라가는 장소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기 때문에, 구매 전 사이즈를 확인하시고 살짝 넉넉하게 한 치수 큰 사이즈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본인의 경우 15.6인치 제품이고 사이즈가 맞지 않아 17인치를 구매하였으나, 오히려 작다는 느낌이 듭니다.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 컴퓨터는 베젤이 좁아 화면이 크더라도 제품의 사이즈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고 아이돈케어 파우치의 사이즈는 최신 노트북을 기준으로 하므로, 구형 제품이나 게이밍 노트북 등 부피가 큰 노트북을 소유하신다면 반드시 참고를 해야 하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아이돈케어 파우치의 하단에는, 타사 노트북 케이스와 차별화되는 본 제품의 주된 세일즈 포인트가 존재하는데요. 이 코드를 당겨주면 알아서 노트북이 올라갑니다.여기서 핵심은 바로 '사람이 노트북 거치대의 각도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 가 되겠습니다. 기존의 노트북 거치대는 대부분 설정할 수 있는 각도의 종류에 한계가 있으며, 각도를 조절한다 하더라도 사람이 그에 맞추어야 했죠. 거치대 라는게 사람 자세 편하라고 쓰는 물건인데 사람이 거치대의 각도값에 맞춰야 하면 그걸 왜 쓰냐? 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살짝 불편하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아이돈케어 노트북 파우치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줄을 주욱 잡아당기면 잡아당긴 길이만큼 각도가 설정되어 노트북이 그 각도에 고정되며, 이 상태에서 고정장치를 체결하면 격한 타이핑에도 각도가 내려가지 않습니다. 노트북 키보드에 샷건을 치면 사정은 살짝 달라지겠지만, 이 경우 제품의 고정장치가 버티는 최대 하중인 10kg를 넘어서므로 예외구요. 아무튼 제한 하중 10kg 이내에서는 고정장치가 완벽에 가깝게 동작하며, 무거운 게이밍용 노트북을 사용해도 제품 자체는 버티겠지만 타이핑 시 본체에 걸리는 하중에 유념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노트북 쿨러는 일반적으로 노트북 키보드 부분의 상단에 위치하는데요, 아이돈케어 노트북 파우치의 각도를 조절할 경우 노트북 쿨러가 공중에 뜨는 구조가 되어 본체의 쿨링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바닥에서 열받은 쿨러 뺑이치게 냅두는 것보다는 훨씬 낫죠? 노트북 받침대를 사용하는 다른 목적까지 달성한 셈이 되겠습니다.
이 제품이 국내유일 특허품이라고 홍보하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 이런 컨셉이 세계 최초의 시도는 아니고, 해외에 비슷한 원리를 적용한 제품이 이미 존재했습니다. 아이돈케어 제품보다 더 튼실하고 기능적으로 훨신 나으며 160$의 가격으로 비싼 Mobicase 제품이 아이돈케어 '가방' 제품군과 유사한 원리로 노트북을 공중에 띄우고요. 비록 본인이 Mobicase를 사용한 경험이 없으니 메커니즘이 100% 일치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아무튼 세계 최초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뭐 그래도 사용자가 굳이 신경써야 할 바는 아니구요, 하다못해 유사품이라도 좋으니 이런 타입의 제품들은 무조건 메인스트림이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바 되겠습니다. 6개월 전에 쓴 리뷰 이제서야 완성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