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아이폰이 출시되기 겨우 6주 전에, 스티브 잡스는 프로토타입 아이폰의 화면이 긁힌 게 짜증나서 유리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유리가 아니라 고릴라 글래스입니다. 코닝에서 만든 이 강화 유리는 스마트폰 시장의 필수품이 됐지요.
코닝은 19세기 중반에 사업을 시작해 철도 신호등과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렌즈를 만들고, 토마스 에디슨의 전구에 필요한 유리를 만들었습니다.
1915년에는 내열 유리인 파이렉스를 출시해 계량 용기와 주방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1960년대에는 우주 왕복선을 비롯한 우주선의 창문 유리도 만들었습니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티모바일의 G1도 코닝 고릴래 글래스를 사용했습니다. 안드로이드 외에 다른 여러 운영체제를 쓰는 핸드폰도 코닝 고릴라 글래스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까지 핸드폰의 20%, 2억 대의 제품에 고릴라 글래스가 탑재됐습니다.
2012년에는 2세대가 나왔습니다. 내구도를 유지하며 두께를 20% 줄였습니다. 갤럭시 S3, 갤럭시 카메라 GC100에서 사용했고, 삼성 아티브 S 윈도우 폰, HTC 윈도우 폰 8X에도 썼습니다.
고릴라 글래스 3는 2013년에 나왔습니다. 긁힘에 더 강할 뿐만 아니라, 긁힌 자국이 눈에 덜 띄기도 합니다. MWC에서는 이를 시연하기 위해 일반 유리와 고릴라 글래스 위에 135g의 강철 공을 떨어트렸는데 고릴라 글래스 3에는 상처가 남지 않고 유리는 깨졌습니다. 갤럭시 S4, 갤럭시 노트 3, 갤럭시 S4 줌, 넥서스 5가 이걸 썼습니다.
고릴래 글래스 3는 코닝의 성공적인 제품 중 하나로 지금도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픽셀 6a의 전면 화면, ASUS ROG 폰 6 프로의 후면 유리가 있고요. 모토로라 엣지 30 프로는 전면에 고릴라 글래스 3, 뒷면에 5를 씁니다.
그럼 애플은요? 2012년 아이폰 5부터 고릴라 글래스의 사용을 중단하고 이온 강화 유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코닝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애플은 고릴라 글래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애플 워치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유리를 만들기 위해 GT 어드밴스드와 협력하고, 카메라와 터치 ID의 커버 글래스로 썼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에 쓸 만큼 큰 유리를 만들진 못하고 GT 어드밴스드는 파산했습니다. 일부 스마트폰에선 사파이어 글래스를 사용하지만 아이폰은 아니며, 대부분은 스마트워치입니다.
코닝은 2016년에 고릴라 글래스 SR+를 만들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더 강하고 화면 반사율이 낮습니다. 2018년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고릴라 글래스 DX와 DX+를 발표했는데, 화면 반사를 75% 줄여 대비를 50% 높였습니다. 배터리 용량이 낮은 스마트워치에서는 중요한 스펙이지요.
몇 년 후에는 고릴라 글래스 DX 시리즈를 카메라용으로도 출시했습니다. 긁힘 방지와 광학 성능은 카메라에서도 중요합니다. DX 시리즈는 비츠이 98%를 통과시키지만 반사를 줄여줍니다.
코닝의 최신 강화유리는 고릴라 글래스 빅투스와 빅투스 +입니다. 6 이후에는 숫자를 붙이지 않지요. 높이 2m에서 콘크리트 위로 떨어져도 작동하며 상처에도 강합니다. 갤럭시 S22 울트라를 비롯하 스많은 플래그쉽 제품에 사용합니다.
코닝은 태블릿과 노트북에도 고릴라 글래스를 판매하고 있으며 TV 같은 대형 화면을 위한 유리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릴라 글래스라는 이름을 붙이진 않습니다.
코닝의 다음 목표는 폴더블 스마트폰입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머리카락 두께의 1/3밖에 안되는 초박형 유리(UTG)를 사용합니다. 물론 하루에도 수백 번 씩 접었다 펴도 되는 내구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코닝 고릴라 글래스는 2020년까지 45개 이상의 회사에서 만든 80억개의 제품에 탑재됐습니다. 고릴라 글래스 1세대가 4개월만에 개발된 제품이었음을 감안하면 큰 성공이지요. 그리고 지금도 고릴라 글래스가 필요한 이유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