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뒤를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식용유 휘발유 경유가 오르고요. 밀가루 값도 오르고 설탕 값도 올랐습니다. 또 배달 대행 요금도 올랐네요. 이런 식으로 오른 게 뭐가 있는지를 쓰면 한도 끝도 없을테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떨어진 것도 있습니다. 돈이 복사가 된다길래 꼭지에 올라탄 주식이 바겐 세일을 해서 물타기조차 무서운 수준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건 그게 아니고요. 요새 그래픽카드 시장 분위기가 몇 달 사이에 완전히 달라졌다는 말을 하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고, 물류가 막히면서 가격이 오르고, 가상화폐가 치솟으면서 그래픽카드가 죄다 채굴장에 끌려가던 것도 벌써 옛날 이야기가 되버렸습니다. 코로나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 재택이나 원격 근무를 위해 살 사람은 다 산것 같고요.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가상화폐는 주식보다도 더 심하게 얻어 맞았으니까요. 러시아 경제 제재로 반사 효과를 보나 했더니만 세계 경제가 우울해지면서 안전 자산을 찾는 분위기고요. 이더리움의 지분 증명 전환은 지지부진하며, 루나니 테라니 하는 애들이 큰 사고를 치면서 가상화폐 채굴에 새 그래픽카드를 넣으려는 분위기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제품의 출시도 그래픽카드 가격 안정화에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AMD가 2022년 5월에 발표한 라데온 RX 6000 시리즈의 리프레시 모델, 라데온 RX 6950 XT, 라데온 RX 6750 XT, 라데온 RX 6650 XT입니다. https://gigglehd.com/gg/12231662 리프레시 모델이라고 쓴 이유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쓴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그렇습니다. 기존의 RDNA2 아키텍처는 변함 없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그 동안 라데온 RX 6000 시리즈를 만들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게임 클럭을 더 높게 끌어 올렸으며, 라데온 RX 6000 시리즈 출시 후에 등장한 고속 GDDR6 메모리를 더해서 전체적인 성능을 높였습니다. 

 

성능 업그레이드 뿐만이 아닙니다. 라데온 RX 6000 리프레시 모델의 진짜 매력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서 나옵니다. AMD는 라데온 RX 6950 XT의 경쟁 상대를 지포스 RTX 3090 Ti로, 라데온 RX 6750 XT의 경쟁 모델은 지포스 RTX 3070으로, 라데온 RX 6650 XT의 경쟁 모델을 지포스 RTX 3060으로 지목하고, 이 모든 제품의 가격을 경쟁 상대보다 저렴하게 책정해 가격 대 성능비를 높였습니다. 지금까지 그래픽카드의 발표 가격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실제 시장 가격과 동떨어졌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으나 이번은 아닙니다. 공식 가격 그대로 AMD 홈페이지에서 살 수 있거든요. https://www.amd.com/en/direct-buy/kr

 

 

라데온 RX 6000 리프레시 모델의 최상위 제품인 라데온 RX 6950 XT은 이미 테스트를 했으니 다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최강의 라데온. MSI 라데온 RX 6950 XT 게이밍 X 트리오 D6 16GB 트라이프로져2 https://gigglehd.com/gg/12231552

 

여기에선 라데온 RX 6750 XT와 라데온 RX 6650 XT의 두 가지 모델을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라데온 RX 6750 XT는 지포스 RTX 3070과 비슷한 성능을 내는 그래픽카드입니다. FSR이나 RSR 같은 초해상 기술을 더해서 4K 해상도로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2560x1440 해상도에서 여유 있는 성능을 제공하지요. 하지만 공식 가격은 지포스 RTX 3070이 718달러고 라데온 RX 6750 XT가 549달러로 크게 차이납니다. 국내 판매 가격 역시 비슷합니다. 지포스 RTX 3070은 가장 저렴한 모델이 78만원부터 시작하는데 라데온 RX 6750 XT는 68만원부터 시작합니다. 국내 가격 기준으로 비교해도 10만원 정도 차이가 나니, 라데온 RX 6750 XT가 지포스 RTX 3070과 동급의 성능만 내줘도 충분히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ASUS ROG STRIX 라데온 RX 6750 XT O12G OC D6 12GB 대원CTS

https://prod.danawa.com/info/?pcode=17038721

 

 

전면

 

 

뒷면

 

 

측면

 

 

양쪽 끝

 

 

라데온 RX 6650 XT의 경쟁 상대는 지포스 RTX 3060입니다. 이쪽은 풀 HD 해상도로 게임하는 메인스트림 시장이 목표입니다. AMD의 설명에 의하면 라데온 RX 6650 XT는 모든 영역에서 지포스 RTX 3060 이상의 성능을 내지만 두 제품의 가격은 거의 비슷합니다. 공식 발표 가격이 아닌 국내 판매 가격도 다르지 않습니다. 쿨러나 기판 구성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저가 기준으로 지포스 RTX 3060이 50만원, 라데온 RX 6650 XT가 51만원부터 시작하니 사실상 두 제품이 같은 가격에 판매되는 셈입니다. 

 

ASUS DUAL 라데온 RX 6650 XT O8G OC D6 8GB 대원CTS 

http://prod.danawa.com/info/?pcode=17037746

 

 

전면

 

 

뒷면

 

 

측면

 

 

양쪽 끝

 

 

테스트 환경입니다.

AMD 라이젠 5 5800X https://gigglehd.com/gg/8612109

MSI MEG B550 유니파이 https://gigglehd.com/gg/9497905

BYKSKI B-FRD 360 RBW https://gigglehd.com/gg/5761047  

DDR4-3200MHz 16GB 듀얼채널  

 

 

라데온 RX 6750 XT와 라데온 RX 6650 XT. 최신 버전인 22.5.2 드라이버를 사용했습니다.

 

 

비교 대상은 지포스 RTX 3070과 지포스 RTX 3060을 썼습니다. 이쪽도 테스트 당시 최신 버전인 512.95 드라이버를 사용했습니다.

 

 

테스트 결과를 요약하면 3D마크 타임 스파이와 파이어 스트라이크는 라데온이 우수한 성능을 냅니다. 포트 로얄의 경우 3D마크의 레이 트레이싱 처리 특성상 지포스 쪽이 더 높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3D 게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는데,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라데온 RX 6750 XT와 6650 XT가 경쟁 상대인 지포스 RTX 3070이나 3060보다 앞선 성능이 나옵니다. 4K 급의 고해상도나 레이 트레이싱을 썼을 경우에는 지포스 쪽이 더 높은 성능을 내기도 하지만, 이 정도 급의 그래픽카드는 4K 해상도보다는 그 아래 해상도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목적이니 실제 게임에서는 라데온이 더 높은 성능을 낸다고 평가됩니다. 

 

 

3D마크 타임 스파이,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포트 로얄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사이버펑크 2077

 

 

더트 5

 

 

포르자 호라이즌 5

 

 

호라이즌 제로 던

 

 

배틀그라운드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파 크라이 6

 

 

디비전 2

 

 

와치독: 리전

 

 

보더랜드 3

 

 

레드 데드 리뎀션 2

 

 

시스템 전체 전력 사용량

 

그래픽카드의 비싼 가격 때문에 감히 업그레이드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차세대 그래픽카드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가늠도 되지 않지만, 기존 모델들의 가격은 하향세에 접어들서 공식 발표 가격과 실제 시장 가격 사이의 괴리가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대 성능비가 더욱 높아진 라데온 RX 6000 리프레시 모델이 업그레이드 욕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채굴이나 되팔이를 위한 사재기가 아니라 정말 게임을 하고 싶은 실사용자라면, 같은 성능을 더욱 저렴하게 판매하는 라데온 RX 6750 XT, 6650 XT로 업그레이드도 괜찮으리라 생각됩니다.

 

라데온 RX 6750 XT, 라데온 RX 6650 XT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시장에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최신 그래픽카드라는 겁니다. 최신이라고 해서 아키텍처가 획기적으로 변한 것도 아니고, 그래픽카드에서 제공하는 기능이 달라진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시장에 풀린지 한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이 그래픽카드들은 채굴장에 끌려갔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현재 그래픽카드 시장에선 채굴에 활용했던 제품을 청소하고 시리얼을 바꿔서 신품인 것처럼 속여서 판매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데, 라데온 RX 6750 XT와 6650 XT는 그렇게 썼을 시간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픽카드 재포장이라는 혹시 모를 불상사를 최대한 피하고 싶다면, 현재 시점에서 안심하고 고를 수 있는 그래픽카드가 라데온 RX 6750 XT와 6650 XT 밖에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