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그 노트북, 뉴맥북을 샀습니다. 지금까지 하스웰 노트북을 쭉 쓰고 있었는데 더이상은 안되겠더라고요. 새 노트북(?)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거창한것을 할건 아니고, 들고다니는 물건이니 가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찾아봤습니다. 거기에 더해 요즘 맥 환경에서 개발하고있어서 맥북을 우선적으로 찾아보게 되었어요.
가장 먼저 살펴본건 M1 맥북에어였는데, 1.3kg으로 M1을 탑재한것 치고 생각보다 가볍지가 않더라고요. 물론 그만큼 성능도 좋고 화면도 적당하고 배터리도 오래가지만 모바일기기는 무게도 스펙이라고 생각해서 더 가벼운 제품을 찾아봤습니다. 결국 선택지가 뉴맥북(맥북 레티나 12")밖에 없었는데 중고가가 꽤 저렴했습니다. 2015년 제품은 평균 30, 2016은 40, 2017은 50쯤 합니다.
성능상으론 당연히 늦게나온 2017이 좋고 평균적인 기기 상태도 좋지만, 4~5년전 모델을 50만원이나 주기엔 고개를 돌려봤을 때 다른 대안이 많았어요. M1 출시와 함께 인텔맥 가격이 자유낙하해서 2018년 맥북프로도 50만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무겁긴 해도 성능을 생각하면 효용이 훨씬 높은 제품이 같은 가격대에 있는것이죠. 저는 가벼운 제품을 찾는중이고, 어차피 팬리스모델이라 쓰로틀링 걸리는건 2017년 모델도 마찬가지니까 2015년 모델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뉴맥북은 가볍고 이쁘고 좋지만, 생각보다 결함이 많은 제품입니다. 나비식(버터플라이)키보드 문제도 있고, 디스플레이 코딩이 벗겨지는 문제(스테인게이트)도 있었죠. 또한 배터리가 노후화되면 충전기 없이 1시간남짓밖에 안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터리 컨디션이 좋은 제품 + 수리 불가능한 고장이 없는제품을 우선순위로 두고 골랐습니다.
2015년 기본모델(브로드웰 M3, 8GB, 256GB)에 배터리만 새것으로 교체된 녀석을 사왔습니다. 외관에는 큰 비중을 두진 않았어요. 2015년부터 사용한 제 하스웰 노트북도 알루미늄이었지만 굴려대니까 외관에 흠집이 나는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대충 살펴보면 이런느낌의 상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을 시작하니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걸렸습니다.
1. 키캡 교체
바로 키보드였습니다. 사용기간이 길다 보니 키캡 표면이 다 마모되어 번들거리더라고요. 보이는 모습은 빛 아래가 아니면 눈에띄지 않아 괜찮았는데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끄러움이 거슬렸습니다. 그래도 안 눌리는 키는 없으니 대충쓰지뭐- 하는 순간 왼쪽 Shift 키감이 이상해지더라고요. 명분이 생겨서 키보드를 들어내서 청소하고 키캡을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고생길의 시작이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약 12,000원에 뉴맥북과 호환되는 영문 키캡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키캡을 들어내는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키캡 위쪽부분에서 버터플라이 매커니즘과 키캡 사이의 틈에 얇고 단단한 무언가를 밀어넣어서 결합을 해제하고, 아래쪽 걸쇠가 상하지 않도록 위쪽으로 들어올려야 해요.
그럼 이렇게 분해할 수 있습니다. 아래쪽이 ㄷ자형 결쇠형태로 되어있어서 그냥 위쪽으로 들어올리면 부숴지게끔 되어있어요.
안쪽은 보시다시피 먼지와 이것저것들이 있습니다. 만약 큰 먼지가 흰색 매커니즘 아래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키감에 이상이 생기게 되거나 안눌리게 되고, 가운데에 있는 메탈돔도 완전히 기밀화된게 아니어서 저 안쪽으로 이물질이 많이 유입되면 키를 눌러도 입력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나비식 키보드가 하자덩어리였던 것이죠.
이제 계속 반복해서 분해하다 보면..
매커니즘까지 같이 적출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완전분해에 가까워서 청소는 쉬워지지만 매커니즘과 키보드 기판이 만나는 저 4곳이 상해버리면 매커니즘을 잡아주는 힘이 약해져요. 참 까탈스럽더라고요.
좌측이 알리익스프레스 키캡, 우측이 분해한 오리지널 키캡입니다. 왼쪽은 무광이고 오른쪽은 유광이 되어버렸네요. 알리익스프레스 키캡 품질은 괜찮은 편입니다. 글쇠가 똑같이 이중사출로 만들어져 있고, 표면마감도 준수했습니다.
후면을 비교해보면 테두리도 사출자국을 다듬어서 잘 마감한 흔적이 보입니다. 알리키캡은 정품에 비해서 접점과 닿는 중앙부분이 넓게 설계되었더라고요.
안쪽을 싹 청소하고 새 키캡을 장착했습니다. 알리키캡의 높이가 균일해서 조립했을 때 어색하지 않고 괜찮았습니다.
영문자판과 숫자키만 교체했고, 나머지 기능키는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손끝에 닿는 느낌이 달라서 눈으로 보지 않아도 경계를 확인하기 쉬운 장점이 있더라고요. 문제가 있는 왼쪽 Shift는 키캡을 재사용하되 분해해서 청소해줬습니다.
키가 긴만큼 모양이 좀 달라요.
메탈돔 안쪽에도 이물질이 유입되어있었습니다. 저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투명테이프를 옆으로 넣어보니까 들어가더라고요. 어찌어찌 청소를 마쳤습니다.
덤으로 ESC도 분해. 세로길이가 짧다보니 매커니즘이 좌우로 설계되어있더라고요. 공간이 좁아서 분해하다 키캡에 흠집이 생겨 결국 새것으로 교체했습니다. 펑션 라인은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게 좋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2. 써멀컴파운드 교체, 구리판 삽입, 써멀패드 작업
뉴맥북은 팬리스제품이다 보니 쓰로틀링은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도 사용하면서 성능하락은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켜보니까 로드가 지속적으로 걸리면 온도 80~90도로 많이 높더라고요. 혹시 뉴맥북에도 써멀패드 작업을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아래와 같은 글을 봤습니다.
https://www.reddit.com/r/macbookrepair/comments/ldbye3/12_inch_macbook_2015_a1534_mods_for_longevity/
https://forums.macrumors.com/threads/some-photos-of-my-thermal-mod-of-a-2015-retina-macbook.2334983/
한줄로 요약하면 소제목과 같아요. 써멀컴파운드 교체하고, 구리판 삽입하고, 써멀패드 붙여줬더니 온도가 30도가까히 하락하고 쓰로틀링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단점은 하판이 뜨거워져서 무릎위에 놓고 쓰기 안좋다는 것인데 그렇게 안쓴다면 해볼만 하겠더라고요.
준비물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천원주고 15mm X 15mm 두께 3T 구리심을 샀고, 녹투아 NT-H1 써멀컴파운드와 써멀라이트 써멀패드를 준비했습니다. 실제로는 위 가이드를 따라 0.5mm 두께만 사용했어요. 녹투아 써멀의 경우 적당히 점성도 있고 3년정도 냅둬도 마르거나 굳지 않아서 모바일 제품에 쓰기 괜찮더라고요. 여기에 더해 맥북 분해용 드라이버(별나사와 torx등의 모양)와 플라스틱 핀셋같은게 있으면 편합니다.
하판에 있는 길이가 다른 8개의 별나사를 제거하고, 좌우 중간쯤있는 걸쇠를 얇은 플라스틱 피크로 풀어내면 위 사진처럼 뚜껑이 살짝 들리게 됩니다.
살짝 들어올리면 메인보드와 매직트랙패드를 연결하는 리본케이블이 중앙에 하나 있는데, 이걸 분리해야 상판과 하판을 좀더 벌릴 수 있어요.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전주인분이 배터리를 사설에서 교체하셨다고 했는데 모양은 정품하고 비슷하게 생겼더라고요? 교체하면서 청소는 안한 모양인지 안쪽에도 먼지가 꽤 있어서 나중에 다 제거해줬습니다. 메인보드를 탈거하기 전에 우선 배터리와 연결된 나사부터 빼고, 연결된 리본케이블들을 제거해줬어요. ifixit의 가이드를 참고했습니다. 배터리 분해 전에 작은 노란색 버튼을 눌러서 잔여전류를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냥하면 모르고 넘어가기 때문에 분해 가이드를 꼭 참고해야합니다.
메인보드를 보면 CPU가 안보입니다. 즉 아래(하판 프레임)쪽을 향해 있다는 얘기고, 그 틈에 써멀패드를 붙이면 맥북의 알루미늄 하판을 히트싱크로 쓰는 셈이 되는것이죠.
이게 3.5mm 헤드폰단자
USB Type-C 단자입니다. 딱 하나씩만 넣고, 바로 아래부터 배터리로 채웠는데, 920g이라는 노트북의 무게와 12인치에 쑤셔넣은 배터리 크기를 생각하니 적은 I/O포트의 숫자를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무선이어폰 시대에 접어든 지금 뉴맥북이 출시되었다면 3.5mm 단자 대신 양쪽에 Type-C를 넣었을것 같더라고요.
메인보드는 분해해놓고 보니까 진짜 작았습니다. IO를 제외한 모든 칩셋이 여기에 박혀있는데 정말 애플답게 잘 쑤셔박아 뒀더라고요. CPU는 아래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검정 히트싱크 아래에 있습니다.
분해하기 전에 살펴보니까 기름띠가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써멀컴파운드의 수명이 다했다는걸 느꼈어요.
열어봤습니다. 써멀컴파운드가 완전히 굳어서 손으로 밀어내니까 돌돌 말아지는 정도입니다.
질감이 느껴지시나요? 스티커 떼어낸게 아니라 써멀컴파운드 맞습니다.
말끔하게 청소해줬습니다. 코어 M시리즈 실물을 처음봤는데, 노트북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모바일 CPU에 비해 패키징이 작더라고요.
히트싱크는 구리가 아닌 알루미늄입니다. 표면은 미러가공 말고 살짝 질감이 느껴지게끔 만들어놨습니다.
우선 CPU위에 새 써멀컴파운드를 도포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구리심을 2개 얹어줍니다. 혹시나 CPU 패키징 위쪽에 있는 금색 접점과 닿을까봐 걱정했는데, CPU 높이 + 도포한 써멀컴파운드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이전에 있던 써멀패드를 닦아낸 뒤에 대어보니 CPU와 검정 히트싱크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있었는데, 애플은 그 틈을 써멀컴파운드로 해결했던 것이고 저는 구리심을 이용해서 틈을 더 좁힌 셈입니다.
히트싱크에도 써멀컴파운드를 도포하고 재조립해주면 끝입니다.
보시다시피 구리심이 히트싱크쪽으로 붙어서 CPU 금속접점에 닿진 않겠더라고요.
그 위에 써멀패드를 붙여주고, 맥북을 재조립하면 끝납니다. 히트싱크 크기는 32mm X 32mm 정사각형 형태고, 0.5mm 두께의 써멀패드를 31mm X 31mm 크기로 재단해서 붙여주니까 잘 맞았습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긴 한데.. 다 조립해놓고 스피커가 안나와서 식겁했어요. 다시 뜯어서 스피커 케이블을 분리했다가 재연결하니까 되더라고요. 다시는 분해하지 말아야겠다
간단하게 벤치마크를 돌려봤습니다. 상온, 충전중, 별도의 거치대 없이 책상에 그대로 올려둔 상태입니다.
CPU온도는 61~64도로 고정되었고, 쓰로틀링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로드가 끝나고 2분쯤 지나니까 온도가 45도로 빠르게 하락하더라고요. 제가 참고한 원본글에서도 온도가 61도까지 올라갔다고 했었는데, 방법이 같아서 그런지 효과도 비슷한 모양입니다.
긱벤치5는 10회정도 측정했는데 점수가 비슷하게 나왔고, 마지막에는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끈 뒤에 온도가 내려간 상태로 측정해서 점수가 좀더 높아졌습니다. M1에 비하면 초라한 성능이지만 쓰로틀링 없는게 확실히 좋긴하네요.
결론
M1을 비롯한 애플의 ARM칩셋이 12인치 폼펙터로 나올줄 알았으나 아직도 소식이 없어서 아직까지도 뉴맥북이 가장 가벼운 맥북입니다. 기기들이 출시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배터리교체를 하지 않으면 밖에서 제대로 쓰지 못할정도로 사용시간이 짧은편입니다. 성능을 원한다면 당연히 코어M시리즈를 피하고 다른 인텔맥이나 M1을 고르는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무게를 원한다면 한번쯤 사용해볼만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 내용대로 뜯고 맛보다 보니 각 작업 하나당 거의 반나절씩 걸리는데, 이건 각오가 있지 않고서야 안하는게 낫습니다. 결과적으로 잘 수리되어 쓸만하고 가벼운 맥북이 생겼으나 두번은 안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