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용으로 찍어둔 완성샷 먼저 보고 가시겠습니다. 한줄 요약 : 이쁩니다.
순식간에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코 앞까지 찾아온 지금, 더운 공기가 컴퓨터를 뜨겁게 달궈주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쓰던 케이스는 NZXT의 H210. ITX 사이즈 중에서는 조금 큰 편이지만, 필요한 부품을 전부 우겨넣을 수 있어 선택했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었죠. 하지만 역시 한계가 찾아왔습니다.
첫 번째는 SSD. NVMe SSD의 경우 속도는 정말 빠르나 기본적으로 발열량이 꽤 되고 냉각에 취약한 편입니다. 방열판을 달아도 공기가 순환되지 않으면 큰 효과가 없죠.
저같은 경우에는 메인보드 앞면에 980 프로, 후면에 970 EVO 플러스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둘 다 구리 방열판을 달았음에도 뒷쪽의 SSD는 공기가 거의 통하지 않아 앞면과 평균적으로 10도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그래봤자 60도 전후라 사용엔 전혀 문제 없지만,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두 번째는 PC 주변기기의 증가. 기존에는 2슬롯짜리 GTX 1070 하나만 사용하여 ITX 사이즈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용하는 모니터가 4개까지 늘어나고, 프로그램도 무거워지면서 슬슬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를 할 시기가 찾아왔음을 느끼고 있죠.
애석하게도 요즈음 그래픽 카드는 기본 2.5슬롯, 3슬롯이고 심하면 4슬롯을 쓰는 친구들도 있죠. 뜨겁고 자시고를 논하기 전에 일단 케이스에 들어가지를 않습니다. 거기에 사운드 카드와 캡쳐 카드를 추가할 계획도 있는데 기존의 ITX 사이즈 메인보드로는 아무것도 안 되죠. 결국 장기적으로 볼 때 시스템 전반을 갈아엎을 시기가 온 것입니다.
그래픽 카드는 RTX 40번대를 기다리고 있고, 캡쳐 카드나 사운드 카드는 가지고 있지만 메인보드는 인텔 13세대나 AMD Zen 4가 출시될 때 갈아탈 것이니 이 친구들은 바꿀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바로 케이스를 교체하는 것이죠.
...라고 뇌속 합리화를 끝마친 뒤 곧바로 주문했습니다.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던 Lian-Li의 O11 AIR Mini. 그리고 추가로 장착할 쿨링팬들입니다.
저는 녹투아 팬들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브랜드를 선택해 봤습니다.
서린씨앤아이에서 정식으로 유통을 담당하게 된 써멀라이트의 TL 시리즈입니다. 전부터 한번쯤 써보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성능도 녹투아와 비슷하다고 하고, 가격도 비슷합니다.
C12R의 경우 흡/배기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는 리버스 사양입니다. 별 뜻은 없고 그냥 신기해서 주문해 봤어요.
O11 AIR Mini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니타워 사이즈의 케이스이지만, ATX 메인보드와 ATX 파워가 들어가고 수직 HDD 베이가 따로 있으며 140mm 팬이 6개, 120mm 팬은 3개나 들어갑니다.
이런 구성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일반적인 케이스보다 두꺼운 케이스 폭에 있습니다.
상단에서 봤을 때 한 뼘 정도의 두께가 더 있죠.
그리고 그 부분을 알루미늄 패널을 덧대어 마감했습니다.
측면에 120mm 팬 두 장을 더 장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서론에서 밝혔던 케이스 갈이의 이유 중 "NVMe SSD의 온도" 에 대한 대안책이죠.
일단 디자인에서 후한 점수를 얻은 데다가 측면 공기 순환도 원활하니 이 케이스를 고르지 않을 이유가 없더군요.
조립에 들어가기 전, 케이스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O11 AIR의 외장 패널들은 전부 모듈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따로 나사를 건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나마도 손나사로 되어 있어서 드라이버를 쓰지 않아도 되죠. 매우 편리합니다.
측면 유리는 걸쇠식으로 되어 있어서 손나사 두 개를 풀고 위로 들어주면 쑤욱 하고 빠집니다.
유리에 직접 나사를 조이는 것이 아니라 파손의 걱정도 없습니다.
케이스 내부는 이런 형태입니다. 120mm 쿨링팬 두 장 또 HDD 장착을 할 수 있는 패널, 분리가 가능한 SSD 전용 패널, 핫스왑 형태의 HDD 베이, 그리고 파워 서플라이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내부 구조가 앞면과 뒷면으로 따로 분리되어 공간 효율이 상당히 좋습니다. ATX 파워를 넣어도 선정리가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메인보드를 넣기 전에 먼저 구매한 쿨링팬들부터 장착합시다.
140mm 4개, 120mm 2개로 총 6개입니다.
전면의 흡기를 담당하는 기본 팬은 하단 흡기로 이동시키고, 새로 구매한 팬이 그 자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모두 장착했습니다. 리버스 팬을 반대로 장착시켜(?) 결과적으로 배기를 담당하게 합니다.
측면 쿨링팬을 배기로 두느냐 흡기로 두느냐에 대해서 여러 갑론을박이 있습니다만, 실제 테스트 결과를 봤을 때 그렇게 큰 효과가 있지는 않다가 중론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공기 흐름을 좀 더 중시하여 전면/하단 흡기, 측면/상단/후면 배기로 두었습니다. 이 방법이 유입되는 먼지가 더 적기도 하고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원래 사용하던 케이스와 크기를 비교해 봅시다.
확실히 H210에 비해서 더 큽니다. 특히나 폭이 더 넓어졌죠.
측면에서 볼 때는 이렇습니다. 각도 덕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네요.
하지만 정면 사이즈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둘 다 140mm 쿨링팬이 두 장 들어갔지만 미묘하게 체감 크기가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틈틈히 기존에 쓰고 있던 부품들을 탈거합니다. 그래도 꽤나 사용해서 그런지 팬 사이에 먼지가 있네요.
후면 HDD 베이에는 SSD를 넣어줍니다. 여기도 손나사만 풀고 곧장 트레이를 꺼낼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간이 서버로 사용할 때도 용이하겠네요.
녹투아 NH-D15를 올려놓은 모습.
전에 사용하던 H210에서는 공간의 1/4를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남는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H210과 마찬가지로 D15는 그 크기 때문에 상단 쿨링팬과의 간섭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죠. 하지만 이 케이스는 그 부분을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바로 후면 패널이 분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최하단 슬롯을 분리하고,
패널 전체를 뚝 뗀 다음에,
그대로 한 칸 내려주면 됩니다. 간섭 해결!
파워 서플라이도 장착해 줍니다. 모듈 사이즈에 맞게 부품들이 척척 들어가는 게 기분이 좋네요.
메인보드와 케이블 결착. 이렇게 보니 참 작아 보입니다.
새 CPU가 시장에 나오게 되면 그때는 더 큰 메인보드로도 갈 수 있겠네요. 기대가 됩니다.
D15와 추가 히트싱크 커버를 장착한 모습.
그래픽 카드 장착. 아랫쪽으로 공간 여유가 많습니다.
추후에 저 공간에다가 각종 확장 카드를 달아주면 됩니다.
선 정리도 착실하게 끝냅니다.
쿨링팬이 3배 늘어난 탓에 정리하느라 살짝 오래 걸렸습니다.
정리를 끝내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모습.
뒤쪽은 미니타워 케이스 답지 않게 듬직합니다.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울 정도네요.
케이스 커버를 덮기 전에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 해 봅시다.
시험 가동 결과 케이스 배기 팬이 D15와 걸립니다(...).
그래도 큰 삽질 없이 패널만 떼어내서 교체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15T 두께의 Prolimatech의 Voltex 쿨링팬.
얇은 만큼 성능은 다소 떨어집니다만, 없는 것 보다 확실히 낫습니다.
시험 가동 2번째. 이제 모든 부품들이 이상 없이 잘 작동합니다.
대문에 올렸던 완성된 모습. 정갈하고, 정숙합니다.
사진 아래쪽을 보시면 마우스 패드를 조금 침범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딱 그 만큼의 두께가 늘어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치며
일자 흐름의 H210과는 달리 O11 AIR는 사방으로 공기 흐름이 뚫려 있어 동일 사양임에도 온도가 더 낮게 유지됨을 볼 수 있었습니다. 레이어 수백을 얹은 포토샵을 다룰 때도 50대 중반 선, idle 상태에서는 40도 정도입니다.
이전에는 평균 45~65 사이었으니 대략적으로 5도 정도 내려온거죠.
케이스 교체의 가장 큰 이유였던 NVMe SSD 쿨링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운영체제가 담인 980 프로는 50도 초반에서 40도로 10도 가까이 내려왔고, 구리 방열판을 달고도 60도 언저리를 유지하던 970 EVO 플러스 역시 20도 가까이 내려오는 극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공기의 흐름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크기. 미니타워라 함은 책상에 올려두고 쓰는 것을 상정하고 만든 것인데,
옆으로 크게 불어났기 때문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책상에서는 사용이 조금 어렵고 그렇다고 책상 뒷쪽이나 아래에 두자니 또 미묘합니다.
측면을 제외하고 모든 면을 메쉬 형태의 패널로 가공한 것은 좋지만, 결정적으로 먼지 필터는 하단부 흡기에 있는 탈착식 필터 하나가 전부입니다.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공간에서는 사용이 어렵죠. 별도로 판매하지도 않으니 결국 청소를 주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내부에 많은 먼지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따라서 배기 흐름이 중요해집니다.
그 외에는 전부 만족스러운 케이스 교체였습니다. 빠르게 신제품이 출시되어 메인보드를 교체했으면 좋겠네요. 과연 다음 CPU는 인텔로 가게 될지, AMD로 가게 될지 기대됩니다.
연초에 받은 유키 미쿠 넨도로이드를 올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선글라스와 모자가 너무 귀여워서 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