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a7R2를 쓰다가 하늘에서 a7C가 떨어졌다고 말하라고 해서... 아니 진짜로 a7C가 떨어져서 카메라를 기변했습니다. 원래는 모니터나 그래픽카드 사진 말고 들고 나가서 사진도 좀 찍어본 후에 후기를 쓰려 했으나, 몇 달이 지나도록 그럴 기회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 그냥 지금까지 느낀 것만 대충 정리해서 쓰렵니다.
1. 배터리/액세서리
배터리의 변화가 가장 크게 와닿습니다. 배터리 관리 기술이 획기적으로 변했다기보다는 배터리 용량이 커진 게 큰 것 같네요. 기존 배터리를 설계한 사람은 도대체 뭔 생각으로 그런 걸 박아 넣었나 모르겠습니다. 가뜩이나 미러리스라서 전기도 많이 쓸텐데요.
다만 용량이 커지면서 배터리 자체의 크기도 커지고 무게도 늘었네요. 휴대할 때 쪼-끔 신경쓰이긴 합니다. 무엇보다 배터리 충전기도 요새는 안 주네요. 스마트폰처럼 환경 보호를 위해 충전기도 안 주고, 본체에 충전선 꽂아 쓰라는 게 요새 트렌드인가 봅니다.
충전기와 추가 배터리를 사면서 리모컨도 따로 샀습니다. 기존 방식의 IR 리모컨은 지원하지 않고 블루투스로 바뀌어서 그렇습니다. 블루투스가 기능이 추가됐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져서 마음에 안 드네요.
2. 스크린
예전부터 미러리스에서 뷰파인더는 안 쓰니까 이거 잘라내고, 대신 가볍고 싼 카메라 좀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는데요. a7C는 뷰파인더가 달려 있지만 위로 튀어나오진 않았고, 가격이 싸진 않지만 어쨌건 공짜로 생겼으니 제가 원하는 조건에는 대충 맞긴 합니다. 다만 크기가 줄어든 만큼 가볍다는 느낌은 크지가 않습니다. 카메라 자체는 가벼운데 렌즈가 무거우니 별 의미가 없네요. 지금까지는 10분 쓰고 손목이 아팠다면 이제는 15분 쓰고 손목이 아픈 수준입니다.
뷰파인더를 안 쓰니까 스크린에만 의존해서 찍는데 이게 가장 마음에 안 드네요. 기존에 틸트형 스크린을 쓴 카메라는 '왜 이런 식으로 만들었을까?' 이러면서 곧잘 썼는데, 그걸 회전형으로 바꾸고 나니 틸트형이 선녀같은 존재였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어차피 제품 사진을 찍는거라 사진의 90%는 웨이스트 레벨로 찍는데요. 틸트형 스크린이 딱 거기에 최적화된 설계였네요. 그에 비해 회전식이 된 지금은 뭘 하건 일단 화면을 밖으로 빼서 제껴서 돌려야 합니다. 밖으로 나온 만큼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다루기도 거추장스럽고, 부딪힐까봐 신경도 쓰입니다.
그래요. 뭐 틸트형과 회전형의 차이는 개인적인 취향에 달린 거라 칩시다. 그럼 화면을 덮을 수 있도록 만들어뒀으니, 그 상태에서는 무조건 EVF로 돌려줘야 할텐데 그런 센스는 눈꼼만큼도 없네요. 그리고 기껏 터치스크린을 달아 놨는데 이걸 오직 초점 조작할 때만 씁니다. 실수로 터치해서 설정이 바뀌는 걸 막겠다 뭐 이런건가요? 아니면 자기네들 터치 기술에 자신이 없는 걸까요?
3. 조작계
노출은 셔터 스피드/조리개/ISO에 따라 정해지고, 색감도 이미지 스타일(카메라 회사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릅니다)이나 화이트 밸런스만 만지면 됩니다. 그러니 다이얼이 3개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a7C가 딱 3개 있으니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결정적으로, 카메라 뒤쪽 스크린 옆에 달린 회전 휠을 ISO에 할당하지 못합니다. 무조건 버튼 하나를 눌러야 ISO를 바꿀 수 있습니다. 기존 카메라에서는 되는 걸로 보아 소니가 의도적으로 급을 나누기 위해 이렇게 만들었다고 보입니다.
메뉴에서 제공하는 기능들도 참 많고 다양한데, 그걸 커스텀 메뉴나 버튼에 전부 할당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페이스라는 걸 설계할 줄 모르는 놈들이 만들었거나, 아니면 a7C는 무조건 스펙이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만들었나 봅니다. 제조사가 소니니 둘 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메모리 슬롯은 왼쪽으로 갔네요. 지금까지 이런 카메라는 처음 써본듯 합니다. 다들 오른쪽 그립 아래에 있거나 배터리실 옆에 있었거든요. 이건 써 보니 괜찮습니다. 그립을 잡은 채로 왼손만 써서 메모리카드를 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틸트형 스크린이라 메모리카드를 뺄 때 방해되는 스크린부터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이럴바엔 오른쪽에 넣는 게 맞을듯요.
4. 성능
a7R2에서 a7C로 오면 업그레이드일까요, 다운그레이드일까요? 화질만 놓고 보면 다운그레이드입니다. 화소 수가 대폭 줄었으니 이것만으로도 다운그레이드입니다. DR이니 고감도니 이런 건 잘 와닿지가 않는데 하여간 다운그레이드입니다. 왜냐면 제가 작업실에서 그래픽카드나 모니터 찍는 용도로만 쓰고 있거든요. 지금까지는 대충 찍어서 대충 크롭해도 사진이 남아 돌았는데, 이제는 크롭하려면 각을 좀 잡고 찍어야 화질 열화가 안 생깁니다.
그런데 AF는 상당한 업그레이드입니다. 플렉시블 스팟 모드로 바꿔두고 가만히 있는 메인보드 찍을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와이드나 존 에어리어 AF로 돌려두고 가끔 애기가 뛰어다니는 걸 찍으면 아주 쾌적산뜻뿌듯상쾌합니다. 사람 얼굴이나 눈동자를 자동으로 포착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감동이 벅차 오르네요. 카메라 화소가 아무리 높아도 그걸 흐릿한 초점으로 포착하느니, 화소 수는 다소 낮아도 깔끔하게 잡는 게 훨씬 좋습니다. 역시 AF는 신형이 최고입니다.
그리고 셔터 느낌도 가볍습니다. 전에는 이게 미러리스가 맞긴 한건가 싶을 정도로 묵직한 뒤끝이 남았는데 이건 샤락샤락하면서 찍힙니다. 바디를 줄일려고 이런 곳에서 노력을 하긴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리하면, 제 용도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카메라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장점을 잘 살릴만한 환경에서는 괜찮은 카메라인것 같네요. 그리고 그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서라도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은데 그럴 상황이 안 생기는군요...
a7c 저도 반년정도 사용한거 같은데, 저는 아직까지는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는거 같아요.
조작 관련해서는 확실히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해진게 많아진거 같은데
휴대하기 편해졌다는 점과 배터리 걱정을 안해두 된다는건 진짜 매력있는거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