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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까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로 그 대상을 까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이라고 자기가 생각하는 무언가'를 까는 경우가 꽤 많이 보입니다.

흔히 '토템'을 만들어서 공격한다고 하죠. 실제 상대 대신 토템을 공격하는 겁니다.

 

"XX동네 사람들은 항상 저렇게 YY하더라, 이번에 터진 일도 참 XX답다 싶지 않아?"

"세상에, AA나라에서는 다들 BB한대. 정말 뒤떨어지지 않았니? 그러니까 맨날 CC하지."

"II 빠는 애들은 왜 다들 그렇게 JJ하지? 걔네는 II가 실제로는 KK하다는 건 아나? 으윽 극혐"

"NN조직이 우리를 보고 MM하다고 헐뜯었습니다!"

 

정작 당사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거기다 대고 "실제로는 저쪽이 그렇지는 않아"라고 하면 돌아오는 말들이야 뭐,

"너 혹시 XX 동네 사람들 편드는거니?"

"아 그러셔? 그렇게 AA나라가 좋으면 네가 AA나라에 가서 살지 그래?"

"내가 본 II 빠는 애들은 다 그렇던데? 여튼 안 그런 사람 본 적 없는데?"

"저 사람 NN조직 스파이다!"

 

아예 입을 막아버리죠. 차라리 막을거면 물리적으로 막기라도 하지, 사람을 몰아갑니다.

그렇게 될 걸 아니까 사실은 아니란 걸 아는 사람도 굳이 반박하지 않게 됩니다.

뭐하러 굳이 나서서 욕 먹어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좋다고 2절 3절 계속 읊어댑니다.

상대방이 열등하고 비도덕적인 존재이며, 상대가 얻은 이득은 전부 악행으로 쌓아올린 것이고,

상대가 겪는 불행은 다 상대 스스로의 잘못이고, 상대는 어떻게든 파멸할 운명이라고,

별 시덥잖은 소리를 다 끌어오면서 우겨댑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그런지는 중요하지 않고,

'상대방이 그래야 한다, 그래야 내가 옳다'는 믿음이 더 앞서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행히도 제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습니다.

다만 인터넷에서 요즘 그런 글들이 늘어가는 것 같네요.

그냥 대놓고 혐오하는 사람들 말고, 자기는 점잖은 것마냥 옷깃 세우는 사람들도 그러는 것 같습니다.

자기도 똑같다는 걸 눈치를 못 챈 건지, 아니면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건지.

 

물론 이 글도 누군가가 보기엔 실재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욕하는 토템 때리기로 보일 겁니다.

특정 사례를 지칭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썼으니 더욱 그렇겠죠.

에이 뭣하러 굳이 이런 글을 썼지. 게임이나 할 걸.

 

오랜만에 글 쓴다는 게 이런 거여서 씁쓸하네요. 죄송합니다. 그냥 갑자기 손이 멋대로...

다음에 또 글을 쓰게 된다면 진정한 뻘글로 돌아올게요. 그러니 좋은 뻘글 소재 추천해주세요.

 

막줄이 핵심이에요



  • profile
    FactCore      Fact Bomber 2021.11.01 03:44
    먹고 살기가 팍팍하니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든 세상에 잘나가는 주변을 보면 질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혐오사회가 되어버린게 크죠.
    막상 눈 낮춰서 보면 나랑 똑같은 처지의 사람들 많은데 비슷한 주변 사람보다는 일가친척의 망할 비교질 때문에 잘 된 사람들만 바라 보게 되니… ㅠㅠ
    참 코미디인게 그렇다고 나 자신이라던가 내 주변을 욕하기 보다는 차라리 멀리 있는 것… 사회 문제라던가 정세라던가 시국이라던가 이런 걸 욕하고 때리면 후련해진다는거죠. 그 수준 그대로 나를 몰아세우면 마음에 병만 생기는거고 주변에다가 뭐라 뱉어버리면 인간관계 파탄 날 것이 혼자서는 꿈쩍도 안할 매우 거대한 돌덩이를 대상으로 욕하면 나에게 오는 리스크가 하나도 없단 말입니다. 뭐… 현 상황돌파에는 아무 쓰잘때기도 없는 현실도피에 방어기제일 뿐이지만 말입니다.
  • ?
    쿠클라델 2021.11.01 15:17
    혐오사회라는 단어가 와닿네요. 혐오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사회라...
    그 목적지가 어디가 될 지 감조차 잡히질 않네요.
  • profile
    동전삼춘 2021.11.01 06:00
    뻘글 소재를 투척해보자면.....

    전 요즘 옛 영화나 게임의 세계관이라던가....신화와 엮인 것에 대해서 배경지식을 더 찾아보고 다니는 데 즐겁더라고요. 에바에 나오는 세피로트의 나무에 대해서 배경 이야기라던가... 네이버 웹툰 로어올림푸스를 보면서 원래 어떤 신인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찾아본다던가 하는 게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새로 발견한 내용이 있으면 공유할 만 할 것 같아요.
  • ?
    쿠클라델 2021.11.01 15:19
    축하드립니다! 현 시점에서 핵심인 막줄을 주워주신 유일한 댓글이십니다!
    작가가 그런 지식을 잘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고, 독자가 또 그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서 기원이 된 지식을 찾아가는거죠. 훈훈한 순환이라고 생각합니다.
  • profile
    캐츄미      5700g, 5800x, 5950x 2021.11.01 07:29
    애초에 지역감정부터가 같은맥락이니 역사가 싶을수도??
  • ?
    쿠클라델 2021.11.01 15:20
    레딧쪽에서 쓰는 'Always has been' 밈이 생각나네요.
    "항상 그랬지"
  • profile
    K_mount      고양이 확대중,. 2021.11.01 07:43
    .... 까야 제맛 아니었음요?
  • ?
    쿠클라델 2021.11.01 15:21
    말초적 쾌락일지도요.
  • ?
    북해도감자 2021.11.01 08:34
    저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을 늘 가슴에 새기고 지냅니다. 증오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은 이것으로 귀결되더라구요.
  • ?
    쿠클라델 2021.11.01 15:22
    곳간이 비어있어도 인심이 나는 사람이 될 수 있느냐... 쉽지 않네요.
  • profile
    동방의빛 2021.11.01 08:43
    어떤 말이건 상대의 말을 무조건 정치와 관련해서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도 많아진것 같아요. XX하는 것보다 YY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면 너 진보/보수지? 그러니까 그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거다! 하고 선민의식과 섞인 고약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 밖에도 XX동네에 YY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하면 XX동네는 진보/보수가 많아서 그렇다!고 이야기해서 정치쪽 이야기가 되어버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많고요.
  • ?
    포인트 팡팡! 2021.11.01 08:43
    동방의빛님 축하합니다.
    팡팡!에 당첨되어 10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으셨습니다.
  • ?
    쿠클라델 2021.11.01 15:25
    흔히들 그런 경우를 정치병이라고 부르죠.
    재밌는 건 정치병이라는 걸 지적해도 대답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XX보다는 YY가 좋아요"
    "너 ZZ당 지지하지?"
    "정치 이야기 아닌데요? 그렇게 뭐든지 정치랑 엮지 마세요."
    "이런 소리가 불편해? 너 ZZ당 지지하지?"
  • ?
    진외자 2021.11.01 10:01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고,

    누군가를 욕하거나 혹은 칭찬할 때 그 대상을 완벽히 이해한 상태에서 하는 경우는 없을 거예요.

    심지어 그 대상에 속해서 그 대상을 대변하는 사람마저도 그 대상에 대해 더 알 수는 있겠지만 역시 완벽히 알지는 못할테고요.

    그냥 이런 저런 상황을 겪어보면서 자기가 속한 쪽을 변호도 하고, 비판적으로 보기도 하고, 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또 자신의 상황도 돌아보고 그러면서 나름의 기준은 그래도 내부적으로 큰 모순이 없도록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개개인만 보면 그렇지만 또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히 분포를 이루고 있고 평균이 왔다 갔다 하니 그래도 비교적 건전한 쪽으로 평균이 가도록 하면 좋겠죠.
  • ?
    쿠클라델 2021.11.01 15:26
    >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할 것

    남은 자신을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여튼 오해하고 있는 거지만, 자신은 남의 의도와 속 뜻을 전부 간파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죠.
  • profile
    Otter 2021.11.01 13:04
    토템 때리기라니까 요즘 TV에서 MZ세대는 이렇다더라~ 하는게 자주 보이는거 생각나네요

    제 나이 또래들 싸그리 잡아서 MZ세대니 뭐니 하는걸로 묶고 프로파일링 당하는거 생각보다 기분 나쁘더군요

    그런걸로 사람들 일반화 시키는거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 ?
    쿠클라델 2021.11.01 15:31
    > 그런걸로 사람들 일반화 시키는거 불가능

    세대론이라는 발상 자체가 그런 당연한 사실을 무시하고 들어가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정작 그렇게 XX세대는 어떻다니 하는 사람들 본인이 자기 나이대 사람들이랑 싸잡혀서 욕먹으면 자기는 다르다고 핏발을 세우죠.
    우리 편은 다들 각각의 소중한 특징이 있어서 일반화하면 안 되지만, 저쪽은 다들 똑같은 사람들이 틀림없다는 의문의 확신이 기반에 있죠.
    심지어 MZ세대는 범위조차 좀 말도 안 되게 넓어서.
  • profile
    Otter 2021.11.02 04:02
    이게 조금 별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법도 한데
    다른 나라는 어떨련지 모르겠지만 한국 방송매체에서 지겹게 다루는 메이저한 시선이라는게 조금은 거슬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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