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이태원은 원래 옷 사러 가는 곳이었으나, 오늘은 마누라 마실 닥터페퍼 제로를 사러 갔습니다. 이태원역 남쪽의 외국 마트에 있다는 말을 들어서요.
결론부터 말하면 없더군요. 온갖 신기한 물건들을 봤지만 닥터페퍼 제로는 없네요. 루트비어는 있었지만. 미국 기지가 용산을 떠나면서 미국스러운 물건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닥터페퍼 제로는 평택 미국기지 앞에서나 뒤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단 마트에서 파는 물건 뿐만이 아니라, 동네 분위기도 좀 많이 바뀌었어요. 임대료는 비싼데 코로나 때문에 장사는 안 되니까 가게들이 많이 비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코로나가 전부라고 생각되진 않더라고요. 미군 부대 이전도 꽤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 자리를 채운 건 이슬람이나 동남아 쪽이던데, 대사관이나 이슬람 사원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태원이 완전히 망할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알던 분위기와고는 많이 달라질 것 같네요.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몇 년 동안 가보겠다고 벼르던 쟈니 덤플링에 갔습니다. 예전에는 가게를 여러개로 나눠서 장사하던데 이제는 하나로 합쳤더라고요. 3층짜리 작은 건물 전체를 다 쓰지만 정작 손님을 받는 건 1층 뿐이라 먹기 편하다고는 말을 못 하겠습니다.
마파두부 덮밥은 뭐 그냥 무난무난했습니다. 만두집에서 만두 말고 죽어도 밥이 먹고 싶다면 괜찮을 거에요. 깔끔한 맛입니다.
그 다음으로 나온 건 부추 군만두. 제가 부추 넣은 만두를 진짜 싫어하는데, 새우 만두랑 안 겹치는 맛의 군만두를 시키자니 이걸 고르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거 맛있네요. 부추가 강하지도 않고 존재감만 딱 내주는 선에 머무른다고 해야하나.
새우 만두입니다. 여기 주력이 새우 만두랑 새우 군만두인데, 이게 참 별것 없으면서 맛있네요. 엄청난 기대를 할 정도까진 아닌데 무난하게 맛있고 속도 편합니다. 마누라가 만두를 잘 못 먹는 편인데 여기 만두는 냄새도 안 나고 속도 편하다고 극찬하는군요.
가게 이름이 '쟈니 덤플링'이고 '이태원'에 있으니 미국식으로 어레인지된 만두인가 싶었는데 전혀 아닙니다. 철저하게 중국식이에요. 이런 맛의 만두를 어디서 먹었는데... 하고 기억을 뒤져보니 대만에선 안 나오고 중국에서 살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나오더군요.
닥터페퍼를 실어오기 위해 차도 몰고 갔지만 그건 별 의미가 없었고요. 차는 가장 만만해 보이는 용산구청 유료주차장에 대놨는데, 그 앞의 길이나 골목은 차선 하나가 주차장이 됐더라고요. 여기는 주차 단속을 안 하나 봅니다.
용산구청 건물에 보건소가 같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용산구청을 간 것도 처음이긴 합니다만. 사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보건소를 지나친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요. 그래서 선별검사소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도 직접 본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이 지겨운 코로나가 언제나 끝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