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AMD와 NVIDIA는 라데온 RX 6000 시리즈와 지포스 RTX 30 시리즈로 맞붙었습니다. 그 결과는 다들 알고 계실테니 다시 말하진 않겠습니다. 게임 성능이나 제공하는 기술에서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기 보다는 저마다 일장일단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양쪽 모두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해도 반박은 못하겠네요. 게이밍 PC 시장에 그래픽카드가 팔리기는 해야 누가 이기거나 졌다고 말할 수 있겠죠. 다만 가상화폐의 열기가 조금 사그라들면서 그래픽카드의 가격과 공급이 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양쪽 진영에서 모두 하이엔드 모델까지 다 내놓은 지금은 결론을 내도 되겠죠. '그래서 누가 최고의 게이밍 그래픽카드를 갖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AMD입니다.
압니다. 저 대답에 수긍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지금 쯤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우고 있다는 것을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AMD의 현재 플래그쉽 모델인 라데온 RX 6900 XT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게 최고라고 이야기하진 않았고요. (링크) 한 2주일 전만 하더라도 저 질문에 딱 잘라서 AMD라고 말하긴 힘들었을 겁니다. 그럼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우선 AMD는 드라이버와 게임 최적화를 통해 꾸준히 성능을 향상시켜 왔습니다. 출시 당시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성능을 보여주면서 라데온 RX 6000 시리즈의 전반적인 재평가가 필요해진 상황이고요. (링크)그보다 더 중요한 건, 라데온 RX 6900 XT의 잠재 성능을 극한까지 뽑아내주는 수랭 쿨러 버전을 AMD가 직접 발표했습니다. (링크)
제품명 | SAPPHIRE 라데온 RX 6900 XT TOXIC OC D6 16GB Extreme Edition |
GPU |
나비 21 RNDA2 아키텍처 |
GPU 스펙 |
컴퓨트 유닛 80개 레이 엑셀레이터 80개 스트림 프로세서 5120개 ROP 128개 인피니티 캐시 128MB 7nm 공정 268억 개 트랜지스터 다이 크기 519제곱mm 단정밀도 성능 23.04TFLOPS 반정밀도 성능 46.08TFLOPS 텍스처 필레이트 720GT/s 픽셀 필레이트 288.0GP/s |
GPU 클럭 |
게임 클럭 2375MHz 부스트 클럭 2525MHz |
메모리 |
256비트 GDDR6 8GB 8000MHz 512GB/s 대역폭 |
인터페이스 | PCI-E 4.0 x16 |
출력 포트 |
디스플레이포트 1.4 x2 HDMI 2.1 x1 |
영상 처리 |
디코딩: VP9, H.264, H.265, AV1 인코딩: H.264, H.265 |
최대 해상도 | 7680x4320 |
HDCP | 지원 |
다이렉트 X | 12 |
OpenGL | 4.6 |
최대 사용 전력 | 330W |
권장 파워 서플라이 | 800W |
보조 전원 커넥터 | 8핀 2개, 6핀 1개 |
크기 |
그래픽카드: 270x125x52mm 라디에이터: 380x130x56mm |
무게 |
그래픽카드: 1129g 라디에이터: 1036g |
부가 기능 | ARGB LED 컨트롤 |
가격 |
미정 |
SAPPHIRE 라데온 RX 6900 XT TOXIC OC D6 16GB Extreme Edition
6월 17일에 AMD는 라데온 RX 6900 XT에 수랭 쿨러를 장착한 모델을 발표했습니다. (링크) 일단 대외적으로는 나비 21이라는 GPU에 변함이 없습니다. 기존에 발표했던 라데온 RX 6900 XT에서 썼던 것 그대로라는 것이 AMD의 입장이지요. 실제로 제조 공정, 다이 크기, 코어 구성 등의 핵심 스펙은 변함이 없습니다. 바뀐 점은 TBP 상한선을 높이고 쿨러를 바꿔 클럭을 높였다는 거지요. 그런데 그게 꽤 큽니다. 레퍼런스 버전에서는 게임 클럭 2015MHz, 부스트 클럭 2250MHz였던 것이 게임 클럭 2375Mhz, 부스트 클럭 2435MHz가 됐습니다. GPU 아키텍처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성능 향상을 기대할만한 변화입니다.
이 정도의 클럭 향상은 아무 나비 21 GPU나 잡아다가 높은 전압을 부어가며 갈군다고 다 될것 같진 않고요. 라데온 RX 6900 XT 수랭 버전에 맞는 특별한 GPU를 직접 골라내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출시 전까지 돌았던 소문에서도 라데온 RX 6900 XT 이상이니 라데온 RX 6900 XTX나 라데온 RX 6950 XT로 이름이 붙은 그래픽카드가 나올 거라고 했었지요. 하지만 실제로 출시된 제품은 라데온 RX 6900 XT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왜 이렇게 했는지는 AMD만 알겠지요.
그리고 여기에 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이 모델은 OEM이나 완제품 시스템 쪽으로만 출시되며 그래픽카드만 따로 판매하진 않습니다. AMD 레퍼런스 감성이 놓치는 수랭 쿨러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평범한 조립 PC 사용자가 쓰기란 어려울거라는 소리지요. 하지만 레퍼런스 감성까진 아니어도 플래그쉽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쓸 방법은 있습니다. 라데온 RX 6900 XT 수랭 버전에 탑재됐을, 클럭 잘 올라가는 GPU를 골라내 레퍼런스 버전 못지 않은 수랭 쿨러를 장착한 그래픽카드가 출시되고 있거든요.
SAPPHIRE 라데온 RX 6900 XT TOXIC OC D6 16GB Extreme Edition는 라데온 RX 6900 XT에 수랭 쿨러를 장착한 그래픽카드입니다. 쿨링 성능을 따지자면 레퍼런스 그 이상일 겁니다. 레퍼런스 모델은 1개의 쿨링팬이 장착된 작은 라디에이터를 사용하지만, 이건 120mm 팬 3개가 달린 360mm짜리 라디에이터를 사용하며 그래픽카드에도 팬이 달려 있거든요. 보조 전원 포트도 8핀 3개로 늘어났고 최고 클럭 역시 레퍼런스보다 더 높은 2525MHz입니다. 따라서 라데온 RX 6900 XT 중에서도 성능을 최대한으로 높인 것이 수랭 쿨러 버전이고, 그 수랭 쿨러를 장착한 라데온 RX 6900 XT도 여러 제품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이 SAPPHIRE 라데온 RX 6900 XT TOXIC OC D6 16GB Extreme Edition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박스 전면
박스 뒷면
박스부터 엄청나게 큽니다. 360mm 수랭 쿨러와 그래픽카드를 함께 넣었으니 당연하겠죠.
개봉.
설명서 외에 라디에이터를 장착하는데 쓰는 나사와 드라이버 세트를 줍니다.
드라이버는 앞뒤로 비트를 꽉 채워 48개를 넣었네요.
SAPPHIRE 라데온 RX 6900 XT TOXIC OC D6 16GB Extreme Edition입니다.
그래픽카드와 라디에이터 전면
그래픽카드와 라디에이터 뒷면
바닥 부분.
그래픽카드 윗부분.
끝 부분.
출력 단자.
그래픽카드 길이는 270x125x52mm.
두께는 듀얼 슬롯.
무게는 1kg가 좀 넘습니다. 전체 무게야 당연히 라디에이터까지 더해야 하지만, 일단 메인보드에 주는 부담은 덜어낸 셈.
라디에이터 크기는 380x130x56mm
평범한 360mm 라디에이터입니다.
이쪽도 무게는 1kg가 조금 넘습니다.
출력 단자는 HDMI 2.1 포트 3개, DP 1.4 포트 1개.
뒷면의 라데온과 사파이어 Toxic 로고.
4개의 쿨링팬과 연결된 커넥터.
ARGB LED 포트.
보조전원은 8핀 2개, 6핀 1개로 구성.
바이오스 전환 스위치.
그래픽카드에 장착된 팬의 구경은 90mm.
백플레이트 안쪽과 기판.
수랭 쿨러를 분리했습니다.
히트파이프와 워터블럭, 방열판으로 채워진 쿨러.
총 18페이즈 구성의 전원부, 8개의 메모리 칩, 그리고 나비 21 GPU.
120mm 팬 3개가 달린 라디에이터. 고정 전에는 라디에이터 보호 캡을 제거해야 합니다.
라디에이터의 열을 발산하는 방열 핀
투명 날개가 달린 쿨링팬.
팬의 크기는 전부 120mm입니다.
최고의 게이밍 그래픽카드, 라데온 RX 6900 XT + 수랭 쿨러
테스트를 하기도 전부터, 당연히 라데온 RX 6900 XT 쪽의 성능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라데온 RX 6900 XT 레퍼런스 모델과 지포스 RTX 3090의 비교에서는 게임 최적화에 따라 성능이 갈렸으니 결과적으로는 일장일단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는데, 거기서 라데온 RX 6900 XT에 수랭 쿨러를 붙여 클럭을 올렸으니 이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라데온 RX 6900 XT가 앞선다고 봐도 될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성능 향상폭이 큽니다. 정말 똑같은 GPU에서 전력 사용량과 클럭만 올린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지포스 RTX 3090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여주는 건 일부 게임/해상도, 그리고 레이 트레이싱을 사용한 경우 뿐입니다. 이건 NVIDIA가 레이 트레이싱 처리만을 위한 전용 코어를 GPU에 넣었으니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 외에 나머지는 모두 라데온 RX 6900 XT 수냉 버전의 압승입니다. 기존에 라데온 RX 6900 XT가 앞섰던 부분에선 격차를 더욱 벌렸고,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게임에서도 역전하거나 그 차이를 많이 좁혔습니다. 지포스 RTX 3080이나 3080 Ti도 아니고 NVIDIA의 명백한 플래그쉽인 3090인데도 이렇습니다. 둘 다 플래그쉽 모델이라는 위치는 같은데, 같은 조건에서 프레임이 몇 십 fps씩 차이가 나는 걸 보고 있으니 과연 똑같은 세대의 그래픽카드가 맞기는 한가 싶네요. AMD가 왜 이제서야 이걸 내놓았을까 생각도 들고요.
물론 지포스 RTX 3090 입장에서는 억울한 테스트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 테스트에 사용한 그래픽카드의 클럭이 썩 높은 편은 아닙니다. 부스트 클럭 1755MHz로 작동하는 제품을 썼는데, 이게 시중에 판매되는 지포스 RTX 3090 중 가장 낮다고 말할 순 없어도 높은 건 아니긴 합니다. MSI 지포스 RTX 3090 슈프림만 해도 1875MHz니까 이거보단 나은 모습을 보여줬겠죠. (링크) 무엇보다 쿨러의 체급도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트리플 팬이 달린 2.5 슬롯짜리 쿨러가 체급이 밀린다고 말하는 겁니다. 360mm 크기의 대형 라디에이터가 달린 수랭 쿨러와 비교하면 어떤 공랭 쿨러를 가져와도 체급이 딸리는 건 맞겠죠?
다만 그 억울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NVIDIA도 큰 수랭 쿨러를 달아 클럭을 높인 그래픽카드를 내놓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NVIDIA가 그렇게 하진 않았지요.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일수도 있겠고, 지포스 RTX 30 시리즈의 아키텍처가 그런 방법에 어울리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칩 특성상 클럭을 높게 올리기가 힘들거나, 클럭을 올린 댓가로 전력 사용량이나 온도가 심각하게 늘어나는 것일지도요. 어쨌건 현 상황에서 분명한 건 이것 하나입니다. 라데온 RX 6900 XT는 고성능 수랭 쿨러를 장착하고 꾸준한 게임 최적화를 제공해 적지 않은 성능 향상을 이루었으며, 라데온 RX 6900 XT 수랭 버전의 출시로 현 세대 최고의 게임 성능을 지닌 그래픽카드라는 칭호는 AMD에게 넘어왔다는 겁니다.
비교용으로 기가바이트의 지포스 RTX 3090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라데온 RX 6900 수랭 버전이 길이도 짧고 두께도 얇지요.
물론 360mm 수랭 라디에이터가 따로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라디에이터가 들어갈 공간만 있다면 조립 호환성은 크게 문제될 것 없어 보입니다.
그래픽카드 전면과 쿨링팬의 RGB LED.
테스트 환경입니다.
비교용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3090(부스트 클럭 1755MHz)
CPU: AMD 라이젠 7 5800X https://gigglehd.com/gg/8612109
쿨러: BYKSKI B-FRD 360 RBW https://gigglehd.com/gg/5761047
메인보드: MSI MEG X570 갓라이크 https://gigglehd.com/gg/5201838 (바이오스 버전 E7C34AMS. AGESA 1.1.0.0)
메모리: DDR4-3200 16GB 듀얼채널
운영체제: 윈도우 10 20H2
라데온 드라이버는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최신 버전인 아드레날린 21.6.1을 사용했습니다.
스마트 액세스 메모리를 켰습니다.
지포스 드라이버도 2021년 6월 말 기준 최신 버전인 471.11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서도 크기 조절 가능 BAR, 리사이저블 바를 켰습니다.
3D마크 타임 스파이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3D마크 포트 로얄
사이버펑크 2077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
더트 5
더트 5(DXR)
포 아너
기어즈 5
호라이즌 제로 던
배틀그라운드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DXR)
토탈 워: 삼국
보더랜드 3
데스 스트랜딩
컨트롤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파 크라이: 뉴 던
디비전 2
와치 독: 리전
레드 데드 리뎀션 2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
소비 전력과 온도, 소음
AMD 라데온 RX 6900 XT LC
어느 모로 봐도 평범한 그래픽카드는 아닙니다. 그래픽카드만을 위한 전용 360mm 라디에이터를 달아야 하는 거대한 쿨링 시스템도 그렇고, 플래그쉽 그래픽카드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성능을 봐도 그렇습니다. 수랭 시스템을 장착한 그래픽카드는 가끔 보여도 그게 360mm 짜리인 경우는 흔치 않은데요. 이 그래픽카드는 현 세대 플래그쉽을 넘어서는 성능으로 거대한 쿨링 시스템을 장착한 이유를 증명해 냈습니다. 당연히 가격 역시 어마어마 하겠지요. 하지만 어차피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은 아니니 상관 없겠죠. 최고의 게임 성능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그저 빨리 출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