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열린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설명회(콘퍼런스콜). 니콜라스 고두와 UBS증권 애널리스트가 “1z D램의 양산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라고 질문하자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묻지도 않은 답을 내놨다. “1z D램은 15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D램을 말하는데요.” 순간 컨콜 참가자들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실수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삼성전자가 공식 석상에서 ‘15nm’ 같은 D램의 선폭(전자가 흐르는 회로의 폭)을 밝힌 건 2015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6년 만에 관행을 깨고 구체적으로 선폭을 적시한 이유가 뭘까. 업계 관계자는 “자사 D램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가 하반기 양산하는 1a D램은 14nm”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선폭 공개를 결정한 진짜 이유로 치열해지고 있는 D램 산업의 기술 경쟁을 꼽는다. 7nm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 주로 활용됐던 EUV(극자외선) 장비가 D램 공정에 들어오면서 업체들의 자존심을 건 미세공정 경쟁이 진행 중이다. 대만 난야 같은 5위권 D램 업체들도 10nm대 초반의 미세공정 진입을 추진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