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옛날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예전인 시절, 도스를 운영체제로 썼을 때 이야긴데요.

 

도스는 윈도우즈처럼 '프로그램을 설치'한다던가 '제거'한다던가 하는 과정이 없었습니다. 그냥 (디스켓이나 시디롬에서) 실행하거나, 아님 하드디스크로 복사해서 실행하거나 그랬죠.

 

아, 설정은 있었어요. 근데 안해도 상관은 없었던 게. 사운드 재생의 IRQ니 마우스니 뭐 이런거 설정이었던지라. ...는 어디까지나 게임 기준이었습니다만.

 

그러니까 그 때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건, 프로그램이 위치한 경로로 이동해서, 프로그램 실행 파일을 타이핑한다. 였지요. 근데 이게 되게 성가시잖아요?

 

그래서 NCD라는 유틸리티가 있었습니다. 노턴 유틸리티에 포함된 녀석인데, 다른 프로그램이 뭔가 전문적인 기능을 갖춘 데 비해, 이 녀석은 매우 간단했어요. 디렉토리-폴더를 트리 형태로 보여준 다음, 그걸 화살표로 이동하기. 매우 편했지요. 그래서 이름도 노턴 체인지 디렉토리였다능.

 

나중에는 좀 더 발전된 형태로 NC라는 게 있었어요. 노턴 커맨더. 이거 윈도우즈 버전도 있으니까 아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창을 두개로 나눠서 파일의 복사/이동은 물론 실행까지 매우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유틸리티였지요.

 

NCD나 NC이야 모르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M은 어떨까요. MBC의 낙랑 특집 드라마...가 아니라 국산 프로그램으로 졸라짱쎈 기능을 가지고 있어, 컴퓨터의 사용을 매우 쉽고 간단하게 했고, 컴퓨터마다 안 깔린 게 없는 국민 유틸리티 취급을 받았지요. 하는 건 NC랑 비슷하지만.

 

이제 본론입니다. 이 M이 너무 강력하다보니, 이런 부작용이 있었어요. 윈도우즈 95가 처음 나왔을 때, 상당수의 컴퓨터들은 autoexec.bat 파일 마지막에 M을 등록해둬서, 윈도우즈 95가 실행된 다음 무조건 M이 실행되게 한 겁니다. 왜냐, 그게 더 편하니까.

 

당시 제 친구들은 윈도우즈 95에선 파일 복사-이동 같은걸 안하더라구요. 원래대로라면 '복사'를 누르는 순간 어디로 복사할 거냐고 물어야 하는데, 윈도우즈 95는 그런 게 없었으니까. 그 '복사'가 '클립보드로 복사'인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러니까 파일 복사할 일이 생길 때마다 윈도우즈 95에서 M으로 돌아가, 파일 복사를 하고 있던 겁니다.

 

...

 

갑자기 이런 소리를 왜 하냐구요?

 

윈도우즈 8에서 매번 데스크탑 모드를 실행하고, 데스크탑 모드를 고정하는 법을 궁리하고 있으려니 왠지 그때 상황과 겹치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