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전 파이어폭스를 주로 사용한다는걸 밝힙니다. IE9 베타를 사용한 운영체제는 Windows 7 Ultimate 64비트 버전이며, 베타라는걸 감안해서 기본적인 설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문제의 경우 따로 단점으로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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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으로 9월 16일 새벽, 드디어 오랫만에 MS의 웹브라우저인 Internet Explorer(이하 IE)의 새 버전이 선보였습니다. 관련 뉴스를 보면서 잠시 착각했던게, 발표 행사 규모를 보면서 마치 정식버전인줄 알았지만 베타라는 사실에 잠깐 놀랐죠. (그럼 대체 정식버전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규모로 발표할건지?)

 

사실 기본적인 면은 이미 이전에 4차례 공개된 프리뷰 버전에서 다 뽀록(?)났기에 이번 베타 버전에서 관심을 가진 곳은 바로 인터페이스 부분이었습니다. 혹자는 크롬을 예로 들면서 IE는 속도면에서 여전히 쓰레기일 뿐이라고 혹평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파이어폭스가 제 웹생활의 중심인 제 입장에선 이만하면 굳이 속도면에서 아쉬울게 없었기에 일단 성능 면에서 기본은 갖췄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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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웹브라우저 속도 지표로 이용되는 선스파이더 자바스크립트 벤치마크에서도 보면, 크롬이나 오페라보다 느리다고 나오긴 하지만 저정도면 충분히 기본 수준은 된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굳이 순위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크롬은 이전 버전의 IE에 비해 몇십~몇백배나 나은 수치를 보여주지만 그것이 실제 웹서핑에서 정확히 반영되는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하드웨어 벤치마크로 비유하자면 A그래픽카드가 120프레임이 나오고 B그래픽카드가 60프레임이 나온다고 B그래픽카드가 A그래픽카드에 비해 쓰레기인가?라는겁니다. 이미 둘 다 벤치마크에 쓰인 게임을 돌리기에 충분하다 말할수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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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인터페이스를 보면 위와 같습니다. 이전에 잡다하게 들어간 버튼들이 싹 사라진채 매우 심플하게 변했습니다. 기본적인 탭메뉴는 언젠가부터 윈도우 프로그램에 쓰인 Alt 키를 눌러야만 나타나도록 되어 있고(이 부분에 있어선 맥을 따라한듯 한데 차후에 기회가 되면 한번 개인적인 생각을 쓰겠습니다), 이전버전까지 브라우저 곳곳에 나와있던 각종 기능 버튼들은 기본 옵션상에서 모두 감춰져 있습니다. 척 보면 구글 크롬을 필두로 해서 나오기 시작한 지극히 단순한 UI를 IE도 도입했다는게 느껴지지요. (혹자는 역시 MS답게 또 무언가를 따라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이미 파폭이나 오페라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IE만 보고 갈구기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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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면 위에서부터 오페라 10.62, 파이어폭스 4.0b5, 크롬 6.0, IE9 베타 순으로 캡쳐한 스크린샷을 보면, 무엇이 무엇을 따라했다고 폄하하기엔 이미 심플한 UI는 웹브라우저 인터페이스의 대세라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IE9의 아쉬운 점이라면, 주소표시줄과 탭 라인을 같은 선상에 위치시킴으로써 뭔가 답답해 보인다는 겁니다. 특히나 IE의 경우 기본적으로 다른 브라우저에서 도입하지 않은 탭 그룹별 색상 지정 기능이 있어서 더욱 더 많은 탭을 열 수 있도록 만들었음에도, 정작 전체적인 인터페이스에선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탭을 나타낼수밖에 없도록 한건 근본적인 실수라고 보여질 정도죠.

 

더군다나 이로 인해 다른 브라우저에서 널찍한 주소 표시줄 역시 좁은 영역에 표시될 수 밖에 없도록 되어 있어서 심플함에도 답답한 인상이 크게 듭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한가지 다른 생각이 든다면, 실제 웹서핑에 있어서 주소 표시줄은 그리 넓을 필요가 없을수 있다는 거죠. 대부분의 웹서핑에 있어서 필요한 크기는 대략 20여개의 글자만 표시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글이 쓰여지는 기글하드웨어 사이트의 뉴스 게시물로 들어갈 때, 대부분의 사용자는 단지 www.gigglehd.com만 입력해서 다시 사이트 자체의 하이퍼텍스트를 통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지, 처음부터 http://gigglehd.com/zbxe/softnews 글자를 다 쳐서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IE가 먼저 이런 모양을 선보였기에 지구가 멸망해도 다른 웹브라우저에서 따라할 일은 없겠지만(대략 느끼건데 이 업계에서 MS가 한것을 따라한다는건 뭔가 수치 혹은 금기로 느껴지는것 같기도 합니다. IE8에서 도입된 탭그룹별 색 지정도 개인적으론 정말 편리하다 생각되는 기능인데 절대로 다른 브라우저에선 안보이더군요), 만약 IE가 먼저 하지 않았다면 분명 다른 웹브라우저에서 이런 형태의 주소표시줄을 도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인터페이스라는건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라 때때로 특정인에게는 절대로 용납 안될 변화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가장 맘에 안드는게 크롬의 북마크 접근이 오른쪽 구석에 쳐박혀 있다는거라 어지간히 크롬을 써보려 해도 이 부분 때문에 늘 포기하게 되죠. 역시 맘에 안드는건 파폭이나 IE도 이걸 따라했다는겁니다. 그나마 파폭은 위치 조정이 가능하다는게 다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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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IE9 베타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다름아닌 특정 웹사이트를 어플리케이션화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구글 크롬에서도 이미 "웹 애플리케이션 바로가기 만들기" 기능을 통해 구현되어 있는 기능이지만, IE9의 그것은 구글 크롬에 비해 한단계 더 진일보한 느낌이죠. 다만 이 기능은 IE9가 윈도우7과 마찬가지로 지원하는 윈도우 비스타에선 구현이 안되는 듯 싶고, 오직 윈도우7에서만 제대로 쓸 수 있는 기능인듯 싶습니다.

 

가장 큰 차이라면 역시나 인터페이스상의 차이입니다. 크롬의 그것이 도구에서 따로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면, IE9에선 그냥 작업표시줄로 갖다 끌면 됩니다. 윈도우 제작사에서 만든 프로그램답게 윈도우 기능을 충실하게 이용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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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듯 사이트에 따라 윈도우7 작업표시줄의 특징인 점프리스트를 사용할 수 있게 하였고, 아마 파비콘 색깔에 따라 지정되는 듯 한데 앞/뒤로 가기 버튼도 사이트에 따라 다르게 지정되어서 보다 사이트 전용 웹 어플리케이션이라는 느낌이 확 들게 되었죠. 웹브라우저의 고전적 북마크 기능이 구석으로 몰리는 현재 웹브라우저의 추세를 볼 때, 이렇게 웹 어플리케이션의 생성 기능은 북마크 관리에 있어서 또다른 방향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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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특징이라면 이미 프리뷰 버전을 통해 익히 알려진 GPU 가속 기능입니다.

 

뭐 이것 역시 파이어폭스가 먼저 시도하고 있었다곤 하지만, 그런 말이 나온 시기 자체가 첫번째 IE 프리뷰가 나온 이후이기도 하고 어떻게 되었건 IE가 주도적으로 방향을 잘 잡았다는 느낌입니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이것이 최근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있는 웹의 탈(脫) 플래시화로 가는데 꽤나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정확한 부분이 아닐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여러가지 사례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플래시가 현재처럼 범용적으로 쓰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손쉽게 동적인 웹사이트를 만들수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웹이라는 개방된 플랫폼에서 독점적인 프레임웍의 부작용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고(아마 플래시 9에서 10으로 넘어갈때 문제가 꽤나 심각했죠), 최근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던진 화두로 인해 본격적으로 플래시를 대체할 HTML에 대해 저같은 초보 유저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웹상에서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선 동적인 웹페이지를 만드는데 한계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바로 속도가 문제였죠. PNG나 SVG 오브젝트를 플래시만큼이나 빠르게 그려내려면 현재 CPU 기반 가속 웹브라우저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고, 이것이 바로 이론적으론 플래시를 대체할만한 방법이 있음에도 현실적으론 그리 효과가 없던 이유였습니다.

 

예를 들어 파이어폭스에서 아래 웹사이트를 돌려보면

http://themaninblue.com/experiment/AnimationBenchmark/html/

http://themaninblue.com/experiment/AnimationBenchmark/canvas/

http://themaninblue.com/experiment/AnimationBenchmark/svg/

http://themaninblue.com/experiment/AnimationBenchmark/flash/

 

분명 구현은 가능하지만 속도가 문제라는걸 알 수 있죠. 하지만 GPU 가속이 지원되는 IE9에서 돌려보면 분명히 플래시 대용의 표준 웹 기술의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IE9가 현재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운영체제인 Windows XP를 지원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 기능을 원하는 많은 유저들이 IE9 대신 다른 웹브라우저를 기다린다고 하지만, http://hacks.mozilla.or.kr/2010/09/firefox-4-%ED%95%98%EB%93%9C%EC%9B%A8%EC%96%B4-%EA%B0%80%EC%86%8D/ 에서 보듯 파이어폭스의 경우라 할지라도 GPU 가속은 XP에서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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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로선 웹브라우저에서 컨텐츠 GPU 가속을 사용하기 위해선 Windows Vista, 7 및 리눅스 계열을 사용하는 것 이외엔 답이 없다고도 보입니다. 맥의 경우 CPU를 통해 운영체제 차원에서 지원한다고나 하지... XP에서 "None"이라는 글자가 XP 유저들의 마음을 왠지 아프게 할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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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과연 특징이라 말할 수 있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여태까지 IE와 가장 차이나는 점을 하나 논해보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안정성"이죠.

 

정말 IE9를 사용하면서 놀랐던 것인데, 대부분의 웹브라우저에 있어서 탭브라우징시 특정 탭에서 에러가 발생하면 결국엔 브라우저 종료 이외엔 답이 없습니다.  이때문에 거의 모든 브라우저에선 자동으로 현재 탭 상태를 기억하는 기능을 넣었고, 에러 때문에 브라우저가 종료되더라도 이후 재가동하면 에러 전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죠. 즉 어떻게든 브라우저 자체가 닫힌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IE9의 경우 특정 탭에서 에러가 발생할 경우 딱 그 탭만 아주 깔끔하게 닫힐 뿐이지, 다른 탭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에러라는 것이 어떤 범위에서 일어날지는 예측 불가이기 때문에 또 결과가 바뀔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이틀여간 사용해본 결과론 안정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에러가 나면 IE뿐 아니라 윈도우까지 맛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그냥 단일 탭만 닫히다니... 여태까지 IE를 알아왔던 유저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겁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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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아직 베타버전이지만 꽤나 인상적인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여태까지 MS 제품들을 기억해 보면 몇번의 패치를 거친 완숙한 정식 버전에 가까울 정도죠.

 

사실 어떻게 보면 IE라는 프로그램은 이미 저물어 가는 해일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커뮤니티 기반 웹사이트들의 반응을 보면 과거 파이어폭스나 크롬 새 버전이 나왔을 때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까지 느껴지죠.

 

하지만 그럼에도 인터넷에 표현은 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웹브라우저가 바로 IE이며, IE에서 새로운 기능이 들어간다는건 곧 소수의 웹사이트가 아닌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이미 다른 웹브라우저에서 사용하는 기능이 뒤늦게 들어갔다 한들 IE가 변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을 통해 과연 XP+IE6에 고착화된 국내 환경이 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겠고요.

 

 

PS. 현재 베타를 통해 경험한 문제라면 대충 플래시 기반 사이트에서 간헐적인 오류 문제와 제로보드 기반 사이트에서 글자 간격 문제 등이 있습니다. 플래시의 경우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던 11버전(?)에서 64비트가 지원됨으로써 해결될 듯 하고, 제로보드의 경우는.... 수많은 게시판 기반 사이트에서 글쓰는데 문제가 심심찮게 나오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