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들 렌즈를 건너뛰고 바로 고배율 줌으로 카메라에 입문하다보니 이제는 습관을 아주 잘못 들여버려서 렌즈 교체나 발줌 없이 그 자리에서 찍는데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아마추어인 이상 뭘 어떻게 찍건 찍는 사람이 만족하면 상관 없겠지만, 만능화각 슈퍼줌으로도 불가능한 사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슈퍼줌으로 커버가 되지 않는 화각이 아니라, 슈퍼줌으로 커버가 되지 않는 조리개와 최소 초점 거리 때문이었습니다.

 

광범위 줌렌즈의 조리개는 광각에서 3.5로 시작하여 마지막은 5.6이나 6.3으로 끝납니다. 시그마 17-70 같은 경우는 2.8로 시작하여 4나 4.5로 끝나긴 하지만 이정도를 가지고 고배율 줌렌즈라고 말하긴 싫고 -_-a 좌우간 이런 조리개 때문에 배경이 안 날라간다부터 시작하여 셔속 확보가 안된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점이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정조리개 줌렌즈는 또 비싸고 마운트 갈아끼우기도 귀찮군요.

 

고배율 줌렌즈의 최소 초점 거리는 대게 45cm 정도입니다. 따라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피사체를 찍을 때에 뒤로 물러나야 하며, 그렇게 할 경우 피사체가 꽉 차지 않으니까 촬영 배율을 높일려면 아예 멀찍이서 줌을 최대로 땡겨놓고 찍어야 하는데, 항상 그만큼 뒤로 물러날 시간과 공간이 되는지부터 시작해서, 위에서 조리개를 이야기할때 나왔던 셔터 스피드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까지 존재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슈퍼줌의 편리함을 설파하고 다니면서 몇명을 개종시키고(?), 그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는 희대의 명작을 몇장 건졌지만서도(지금까지 찍은 컷수에 비례하면 로또 수준의 비율이지만).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슈퍼줌의 단점을 커버하고, 그간 잘못 들인 습관을 고치기 위해 표준 화각 단렌즈 하나 들고 다니면서 연습이나 해볼려고 흔히들 말하는 밝은 단렌즈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됐습니다.

 

지금 사용중인 펜탁스의 경우 단렌즈의 천국이니 어쩌니 하지만 수동렌즈는 도저히 못 쓰겠으니 여기서 선택폭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거기에 사용 빈도가 제일 높은 화각에 하나 끼워 넣어야 할테니 초점거리 50mm가 넘어버리는 것들은 쳐다보지도 맙시다. 사실 50mm 이상 렌즈들은 비싸기도 하고(55스타라던가 85스타라던가 77리밋이라던가), 조리개는 f2 정도는 되어야 밝구나 싶은 느낌이 날테고, 최소 초점거리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치자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지게 됐습니다(...)

 

펜탁스 바디에 펜탁스 렌즈를 쓰는게 뽀대는 제일 좋겠지만, 제가 원하는 스펙 중에 끌리는게 없더군요. 31 리밋은 너무 비싸고, 24 스타도 비싸고 구하기 힘들고, 35리밋은 신품으로 써봤지만 다 좋은데 조리개 2.8이라서 아쉬웠고, 같은 이유로 해서 21리밋도 안되고, 40리밋도 정말 다 좋았지만 조리개 2.8과 최소초점거리 40cm가 너무 힘들었고, 43리밋은 그럭저럭 적당해 뵈는데 크롭바디에서 43mm라는 초점거리가 쓰기 그리 편하진 않을것 같고, FA 50.4 역시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 땡기지만 초점거리 때문에 패스. 해서 남는게 상당히 인기가 좋은 35/2밖에 안 남는데, 35/2는 최소 초점 거리 30cm가 별로 제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아아. 살게 없군요 -_-)

 

그럼 서드파티 시그마밖에 없는데. 오식이는 다 좋았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준망원에 속하는 초점거리가 일상적으로 쓰긴 힘들었고, 그 유명한 삼식이는 몇번을 빌려 써봐도 최소 초점거리 40cm에 절대로 적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아 정녕 현실 타협을 해서 아무거나 나오는 쿨매나 잡아야 하는건가 하고 좌절하였던 그때, 장터에서 뭔가 특이한 스펙의 렌즈를 보게 됩니다. 바로 시그마의 24mm f1.8 마크로와 28mm f1.8 마크로입니다.

 

어차피 f1.4로 놓고 찍는 경우는 별로 없고, f2 정도까지는 조여서 찍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f1.8이라는 스펙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고, 20cm짜리 마크로니 최소 초점 거리도 아쉽지 않고. 둘 다 가격도 중고 가격 20만원 후반 정도로 나름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문제는 24를 선택하느냐 28을 선택하느냐는 것인데, 둘 다 풀프레임 대응 렌즈지만 펜탁스는 FF가 없으니 그런건 버리고 크롭바디용으로만 계산하여 24는 35mm 환산 36mm, 28은 환산 42mm가 되는군요. 35mm 환산 35mm가 스냅찍기 정말 좋다고 하지만, 42mm라는 숫자가 왠지 펜탁스의 43리밋하고 가깝다는 이유로, 그리고 표준 단렌즈에서 연습하자는게 목표니까 결국 28mm f1.8로 가게 됐습니다.

 

삼식이보다도 천대받던(...) 이녀석이 정작 살려고 마음먹으니 매물이 지지리도 안나왔었는데 -_- 장터의 법칙이겠지요. 여차저차하여 제 생일선물로 사게 됐습니다.

 

원래 이런 사용기는 다들 렌즈 스펙을 줄줄 읊고 시작하는듯 하지만, 다나와 뒀다 뭐하나요? 가서 보시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http://blog.danawa.com/prod/?prod_c=137821&cate_c1=842&cate_c2=1157&cate_c3=1226&cate_c4=0

 

아래부터 사진의 러시입니다. 사진에 관련된 사용기다보니 1920 해상도 기준으로 리사이즈했습니다. 렌즈 사진은 약간 레벨 조절이 들어갔지만 그 외 사진은 리사이즈에 샤픈 준거 말고는 원본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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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 시그마의 고급형 렌즈인 EX 시리즈이기 때문에 케이스-속칭 도시락통-까지 들어 있습니다만 한번도 써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그마 렌즈에는 왠지 항상 시그마 필터..라기보다는 신품으로 사면 끼워주지 않나요? <-신품으로 사본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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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좀 삐뚤어졌는데. 이 렌즈의 정식 명칭은 28mm f1.8 EX DG Aspherical Macro입니다.

 

이렇게 보면 아시겠지만 이건 신형입니다. 포커스링의 홈이 더 촘촘하지요. 구형은 드문드문 나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더 뽀대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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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렌즈라서 그런지 사용감이 좀 심합니다. 포커스링에 낀 저 하얀 뭐랄까나 -_-)

 

하지만 싸게 샀으니 상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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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렌즈의 크기를 제일 늘리면 이렇습니다. 후드도 끼우고. 매뉴얼 모드로 포커스 링도 내리고.

 

오토/매뉴얼 전환이 포커스 링을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이게 뽀대는 나는데 포커스 링을 움직일때 움직임이 좀 커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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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 로고에 원래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던걸 떼서 저런 자국이 나있고.

 

포커스 링을 매뉴얼로 내려버리면 뭐랄까 렌즈가 더 크게 보여서.. 평소에는 무조건 AF로 놓고 씁니다. 어차피 매뉴얼은 안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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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8의 대구경이다보니 뒤쪽 렌즈도 상당히 큰 편입니다.

 

이렇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펜탁스 K 마운트. 저 조리개 접접이 마운트링에 완전히 걸쳐지는 마운트는 구닥다리 K 마운트밖에 없을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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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보인다 보여. 워낙 크다보니 이런짓이 가능합니다. 어지간한 렌즈가지고는 이정도로 보이지도 않아요.

 

그럼 다른 렌즈들하고 비교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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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 28.8은 비록 광각 단렌즈지만 크기가 별로 작은건 아닙니다. 비교대상으로 쓸만한 렌즈들이 별로 큰 렌즈는 아니긴 하지만.

 

캐논의 28.8같은 것과 비교하면 같은 스펙인데도 확실한 크기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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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늘여 봅시다. 시그마 18-125가 제법 경통이 나오는 편인데도 후드를 빼버린다면 28.8에 후드 끼운것과 똑같은 수준이 되버립니다.

 

사실 길이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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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7mm의 대구경. 크기는 둘째치고 이 엄청난 구경 때문에 무게가 상당히 묵직합니다.

 

펜탁스 16-50 스타가 후드 포함 600g 정도인데 이놈 무게가 480g이니까 장난이 아니지요. (사실 장난이 아닌건 필터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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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K-x 바디에 물리면 이렇습니다. 완전 대두가 되버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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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까지 전개(?)하면 이건 완전히 가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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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력바디...라고 쓰고 유일한 카메라인 K20D에 세로그립 조합. 이번에는 좀 많이 어울리는군요.

 

(사실 아까 사진이 위화감이 드는건 K-x가 하얀색이라서 그런게 더 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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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율은 둘째치고. 상당한 무게를 감수해야 하는 조합입니다.

 

스타로 팔 단련을 하지 않았다면 대략 낭패였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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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고 있다.

 

다른 렌즈 사용기라면 여기서 MTF 곡선이 나오고 중앙/외곽의 해상력이 어쩌고 해야 하는데 그런건 내 알바 아니고(...)

 

그냥 쓰면서 느껴본 느낌이나 적으려 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렇게 나온다더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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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마운트하자마자 찍은 한장. 이 렌즈에서 발견한 희안한 증상입니다.

 

빛을 위쪽에 두고 찍으면 저렇게 오른쪽 위에 나온 것처럼 빛 무더기가 생긴다고 해야 하나? 거리계 창에서 오는 빛샘인가 아니면 촬영 환경이 특이해서 그런건가 고민해 봤지만. 저 증상을 재연하는데는 실패해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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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7로 찍은 사진이지만 전혀 F1.7같지 않지요?

 

최대 개방 조리개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아웃 포커싱은 조리개도 조리개지만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가 가깝고 배경의 거리는 멀 때 나타나는데 이건 그런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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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이 렌즈의 정식 명칭을 말했을때 뒤에 '매크로'가 붙었지요? 최소 초점거리 20cm의 매크로입니다.

 

문제는 28mm짜리 렌즈에서 아무리 20cm로 붙여봤자 최대 촬영 배율이 얼마 안된다는거. 따라서 곤충의 눈까지 찍고 싶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로 쓸 물건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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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꽃이 가득 나오도록 바싹 붙여 봤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심도가 너무 얇아져서 F2.5 정도로는 꽃잎을 찍으면 암술/수술이 날라가 버린다는거.

 

이건 아까 말한 카메라와 피사체와의 거리와 상관이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모처럼 산 밝은 단렌즈인데도 매크로를 확실하게 찍을려면 조리개는 팍 조여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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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거리를 두면 이렇게 그럭저럭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꽃의 일부분만 나왔다는건 변함이 없지요.

 

뭐 F3.2 정도만 해도 배경 날리기는 그럭저럭 됩니다. 어떻게 찍느냐가 중요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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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에서 중요한 요소 또 하나. 안그래도 피사계 심도가 얇으니까 피사체와 평면을 맞춰야 초점이 맞는 영역이 넓어지게 됩니다.

 

잘못하면 이렇게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진이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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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만 잘 조절하면 이렇게 F11인데도 분명 뒤쪽 나무들은 초점이 안맞게 됩니다.

 

랄까. 이렇게 찍힐줄 알았다면 그냥 F4 정도로 찍었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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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 렌즈라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빛망울이지요. 내공이 개뿔도 없는 저같은 사람들이 사진을 얼핏 있어보이게 만드는 쉬운 방법 중에 하나도 무조건 조리개를 팍팍 열어서 빛망울을 잔뜩 만들어 주는 겁니다.

 

F2.2 정도에서도 저정도 빛망울은 나옵니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F2.8 밑에서부터 딱 빛망울이 그럴싸하게 생기는듯(...) 고정 조리개 표준줌이 F2.8이라는걸 감안하면 상당히 사람 약올리는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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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F2.2입니다. 꽃이 적당히 나올려면 F2.2까지는 줘야 하지 않나 싶어서.

 

뒤쪽에 빛망울이.. 있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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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에서 심도 확보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서... 심도도 얇은데 초점을 잘못 맞추면.

 

이런 사진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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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사진이 나와버립니다. 분명 똑같은 피사체인데 완전히 다르죠?

 

따라서 이걸로 매크로를 찍긴 좀 힘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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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냅샷의 용도로는 어떤가 하면. 괜찮습니다. 화각도 불편하지 않고 조리개 선택 폭도 넓으니까.

 

문제는 무거워서 '스냅샷'을 하기가 그리 썩 쉬운 편은 아니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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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진 스타일은 사람을 어지간해선 안 찍고. 찍었다 싶으면 기자단의 압박이나 파파라치 수준으로 연사를 갈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기에 쓸만한 사람 사진이 하나도 없군요 -_-a 그래서 이 글을 안 볼것 같은 사람의 얼굴이 왕창 가린 사진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여기가 실내인데도 채광이 상당히 좋아서 ISO가 저거밖에 안나왔는데, 그건 논외로 치고 제법 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면서 찍으면 이렇게 나옵니다. 카페 같은 곳에서 더 바싹 붙여 앉는다면 배경은 더 날라갈테고, 최소 초점거리의 압박도 없으니까 그냥 찍으면 됩니다. 설마 사람 얼굴 20cm 앞에서 찍을 일은 없겠지요? 이게 삼식이와 제일 큰 차이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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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 24-105mm를 마운트한 5D, 오른손에 시그마 28.8을 마운트한 세로그립 K20D를 들고 아웃포커싱놀이.

 

무겁네 어쩌네 했어도 이정도까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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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간 순서대로 사진이 나오는지라 일관성이 없군요. 이번엔 다시 매크로입니다.

 

정말 작은 나비와 꽃인데, 어떻게 차력을 쓰면 저정도 크기까진 찍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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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했던 애매한 초점 놀이 여기서 한번 더 해보지요.

 

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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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피었습니다.

 

이렇게 같은 장면에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는 도구인 만큼,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인데 좀 어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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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원래 필름 바디에서 28mm는 광각인데 여기서는 광각이 아니게 됩니다.

 

적응해서 쓰면 안될것도 없지만, 역시 풍격을 찍을때는 좀 아쉽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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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 조리개의 진정한 위력. 그건 오밤중에 사진이 찍힌다는겁니다. 밤 8시에 찍은건데 봐줄만하지 않습니까?(바로 위 사진에서 해거 넘어간 다음)

 

28mm에 손떨림 보정 계산해서 1/30초. ISO는 1600까지만 봐줄만 하니까 그걸로 하고, 그러니까 조리개 F2가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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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환경이 밥먹기에는 좋지만 사진 찍기에는 정말 괴랄했던 빕스 종로점.

 

이것도 ISO 1600, F2에서 1/80초로 찍은겁니다. 대구경 조리개가 아니라면 힘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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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매크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침에 온도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을때라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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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것까지도 가능합니다.

 

들이대기 수준의 매크로가 안되는건 아닌데 환경을 잘 골라야 한다 이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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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난 버섯까지도 둥글둥글하게.

 

이런 표현을 가능하게 해줄려면 역시 조리개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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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들이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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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계속 흔들거리는지라 바짝 붙이지도 못하고. 그래서 F3.5인데도 배경이 좀 지저분하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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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크롭에서 42mm라는 화각은 좀 갑갑할 때도 있지만.

 

단렌즈가 뭐 다 그렇죠. 거기에 맞춰 찍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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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줌이 있었다면 애들의 뒷모습만 바짝 땡겨서 찍었을겁니다.

 

하지만 없으면 이렇게라도 찍어야죠. 이런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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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광각이었다면 이 장면은 눈에 보이는게 너무 넓어서 보이는게 잘 없었을겁니다.

 

뭐 이것도 보이는게 애매한건 마찬가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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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 믿고 산거니 한번 더 해보죠 빛망울 놀이. 이건 F2.0

 

나뭇잎에 태양빛이 그대로 떨어질때면 저렁 동글동글한 모양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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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F1.8입니다(펜탁스 바디에서는 F1.7로 인식됩니다). 이게 좀 더 둥근 편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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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8의 위력을 제일 크게 느낀 사진이라면 개인적으로 이걸 꼽겠습니다.

 

거리를 좀 두고 찍었는데도 배경은 제대로 흐려져 있거든요. 단순히 어두울때, 아무 생각 없는 아웃포커싱, 빛망울 만들기가 아니라 이 사진에서야 비로소 이거 F1.8의 위력인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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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지만 어떻게 수평을 맞춰서 나뭇가지와 잎들이 대부분 초점이 맞도록 했습니다.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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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스냅샷. 28mm라는 화각이 스냅을 찍기에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어디서 어떻게 잘라줘야 할까 이런 생각은 몇번씩 하고 찍어야죠. 사실 이 장면도 빛이 극적인 컷은 따로 있는데 그건 쓸데없는 피사체들이 많이 끼어 있어서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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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시들한 꽃인데 핸빛이 참 예쁘게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F2 정도로 열어놓고 찍었으면 배경이 덜 지저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렌즈의 기능을 제대로 쓰지 못해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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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보면 광각렌즈 표준렌즈 망원렌즈는 있어도. 풍경렌즈 인물렌즈 정물렌즈는 없습니다.

 

쓰기 나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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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를 써야지 하고 작정하고 찍은게 아니라 찍은 것 중에서 그냥 마음에 드는걸 고른지라, F1.7 사진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F2부터 시작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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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똥꼬 사진.

 

이게 별로 커보이진 않지만, 실제 벌레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꽤나 크게 찍힌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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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이 맞지 않은 곳은 확실히 날라갔지만. 초점이 맞은 곳은 잎맥이 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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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F1.7이지만 뒤쪽이 생각대로 안 나와서 좀 지저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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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F2.2인데도 뒤가 다 날라갔군요.

 

결국은 어떻게 쓰기 나름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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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사진이지만 이태원 KFC 2층은 조명이 워낙 좋아서 -_-a

 

다만 28mm를 바짝 붙이다보면 좀 왜곡이랄까.. 그런게 보이는데 그건 어쩔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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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마찬가지 컨셉의 사진.

 

사실 잘 나온 사진들을 보면 장비보다도 피사체와 빛이 일단 중요한 다음에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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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f 정보를 보면 여긴 별로 어두운 곳은 아닌데 하여간 실내사진.

 

겔스 2개의 아이폰 합동공격이에요 -_-/

 

 

정리해 봅시다. 사기 전에 생각했던대로, 이 렌즈는 장점이 매우 많습니다.

 

 28mm라는 화각은 크롭 바디에서 준 표준, 필름 바디에서 광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건 이 렌즈가 풀프레임까지 다 지원하는 제품이기에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F1.8이라는 조리개는 어두운 곳에서나 셔터 스피드가 필요하거나 아웃 포커싱이 필요할때. 언제건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F1.4와 한스탑 차이가 나긴 하지만 피사계 심도 때문에 F2로 조여서 쓰는 경우가 많은 저한테는 글쎄요 -_-a

 

20cm라는 최소 초점 거리는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찍을 수 있는 특징입니다. 삼식이에서 최소 초점 거리 때문에 짜증났던 분이라면 대용품으로 쓸 렌즈가 이거밖에 없을겁니다.

 

AF도 상당히 빠릅니다. 포커스 링이 돌아갈 때마다 렌즈에서 넘치는 힘이란 -_-a 삼식이의 포커스가 빠른 편인데 그것과 동급이라 봅니다. ...펜탁스는 AF가 부정확한거지 느린건 아니에요.

 

가격도 쌉니다. 신품 40만원대. 중고 시세 20만원 후반. 이 정도면 구입하기에 나름 부담이 덜한 가격이라 생각되는군요.

 

단점이라면 큰 필터 구경(화질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필터 가격이 비싸지는군요)과, 큰 구경 때문에 무거워진 무게(삼식이보다 80g 더 무겁습니다. 삼식이도 별로 가벼운 렌즈는 아니지요), 그리고 사용감이 심하게 남는 펄 재질(이건 답이 없습니다) 정도랄까요?

 

 

여기까지. 사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걸로 사진을 많이 찍어 올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사진 촬영 시간이 짧군요. 두달이 채 안됐으니까. 두달동안 맨날 사진 찍으러 나간것도 아니고. 16-45를 생각보다 너무 일찍 사버려서 통 이걸 쓰지 않게 되더군요. 사실 그보다 중요한건 표준 렌즈로 연습하자고 했는데 역시 줌렌즈의 노예가 되버렸기도 하고, 카페렌즈라고도 하지만 카페에 앉아서 마주보고 사진 찍을 사람도 없고(...)

 

그래서 조만간 팔려나갈 운명이지만(...) 만약 같은 용도로 렌즈를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 렌즈를 다시 고를 겁니다. 문제는 풀프레임 지름신에 시달리는 중이라 별로 그럴 일이 있을것 같진 않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