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HD4646.JPG

 

저는 예전에 삼성 시리즈 9를 사서 쓴 적이 있습니다(http://gigglehd.com/zbxe/6300828). 당시로선 눈에 확 들어오는 얇은 바디에 가벼운 무게가 구매의 가장 큰 이유였지요. 허나 비싼 가격과 고급형 컨셉으로 그걸 들고 다니면 부르주아란 소리를 듣기도 했는데 실제론 그렇게 우아한 노트북은 아니었습니다. 위 사용기에 쓴 것도 그렇고 품질이나 AS에 데인 것도 그렇고(http://gigglehd.com/zbxe/?mid=mobiforum&category=&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EC%8B%9C%EB%A6%AC%EC%A6%88+9) 전반적인 완성도는 가격에 미치지 못했달까요.

 

그랬던 제가 노트북 9를 보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시리즈 9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것들이 다들 해결됐거든요. 여전히 가격은 싸지 않으나, 시리즈 9보다 더욱 얇고 더 가벼워졌습니다. 13인치가 860g이라니 이게 얼마나 가벼운 노트북인지는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어느 제품이건 처음 나온 세대는 걸러내고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진행된 후에 사는 게 답인가 봅니다.

 

GGHD4645.JPG

 

삼성 노트북 9 metal NT900X3L-K38S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게입니다. 처음 들어보면 이것이 노트북인가 아니면 전시용 목업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11인치가 860g이라면 이 정도까진 아니었을텐데 13인치가 이 무게가 나오니 정말 플라스틱 장난감 같습니다. 사람들한테 이걸 건네주면 처음엔 다들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가, 들어본 후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이쯤 되면 LG 그램이 전혀 안 가벼워 보입니다. 실제로 절대적인 무게만 놓고 봐도 이게 LG 그램보다 가벼운 게 맞지요. 허나 무작정 삼성을 찬양하기는 이른데요. 무게가 가볍다는 건 어떤 방법으로던 부품을 줄였다는 것이고. 이때 가장 만만한 것이 배터리 용량이니 말입니다. 실제로 노트북 9 메탈의 배터리는 별로 좋은 평가가 나올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이건 나중에 보시죠.

 

GGHD4671.JPG

 

화면 크기는 13인치, 노트북 크기는 313.8x218.5, 13.4mm입니다. 베젤이 꽤 좁은 편이라 13인치 치고는 덩치가 크지도 않고, 두께도 제법 얇게 잘 뺐지요.

 

다만 충전기는 평범합니다. 예전에는 오오오 노트북이 작으니 충전기도 작아요 오오오 이랬을 크기지만.. 요새는 USB 충전기로 노트북을 충전하는 시대다 보니 저게 절대로 작아 보이지가 않네요. 하지만 갖고 다니기에 부담 될 크기는 아닙니다. 아직까지는요.

 

GGHD4643.JPG

 

키보드의 배열은 지극히 한국적입니다. 최근 여러 노트북을 만져 보았지만 키보드 배열은 그나마 국산 회사들이 더 쓰기 편하더라구요. 엔터키나 특수키, 방향키의 크기나 위치 때문에 말입니다. 이건 나라마다 다른가 봅니다.

 

키보드는 LED 백라이트를 넣었는데 옛날 시리즈 9처럼 휘황찬란하진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불이 켜진지도 몰랐다니까요? 은은하게 빛을 내는 게 요새 트렌드인것 같긴 하지만요. 키감 자체는 그냥저냥 쓸만합니다. 주요 키의 크기는 풀사이즈 키보드와 같습니다. 덕분에 타이핑에서 불편할 일은 없지요. 13인치 노트북에 풀사이즈 키보드를 넣는 건 이젠 당연한 일이겠지만서도.

 

그리고 터치패드는 평범합니다. 이 터치패드 때문인지 터치스크린을 넣진 않았습니다. 태블릿이나 2in1도 아닌 노트북에서 왜 터치스크린을 논하냐면, 바로 노트북 9에는 이런 기능이 있기 때문이죠.

 

GGHD4653.JPG

제가 망가트린 건 아니고 원래 화면이 180도로 펴집니다. 삼성은 여기에 컨설팅 모드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노트북을 펼쳐 놓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과 하하호호 비즈니스를 논하다가, 회심의 일격이 필요하면 화면을 완전히 제껴서 자료를 보여주면 된다. 뭐 이런 의미에서겠지요.

 

시야각이 좁디좁은 TN 패널에서 화면이 180도로 펼쳐봤자 상대방을 우롱하는 것이겠지요. 허나 나름 광시야각의 PLS 패널이니 그럴 일은 없습니다. 또 해상도는 1920x1080입니다. 뭔가 어정쩡했던 HD 해상도의 시리즈 9를 썼던 제 입장에선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터치스크린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상대방에게 화면은 보여줘도 컨트롤 권한은 넘겨주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돋보이...는 건 아니고. 사실 2in1도 아니고 180도 힌지에 터치스크린을 넣기란 좀 애매한것 같습니다. 화면을 터치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화면을 밀게 되는데, 일반 노트북에서야 그냥 밀다가 끝나가겠지만 여기에선 화면이 점점 뒤로 넘어가 결국은 180도로 펴지게 될 테니까요.

 

그래도 터치 조작에 익숙해진 사람들과, 보다 많은 활용처를 위해 터치스크린을 넣어도 나쁘지 않았으리라 생각은 합니다. 혹시 모르죠. 처음에는 터치스크린을 넣으려고 했으나 힌지의 압력을 잡는 게 귀찮은 건 둘째치고, 그걸 넣으면 무게가 900g대로 올라가서 안 넣었을지도.. 대신 펑션키를 누르면 화면 표시 방향이 바뀌니까 컨설팅 모드에서 상대가 거꾸로 된 글자를 볼 일은 없습니다.

 

GGHD4632.JPG

 

입출력 포트를 봅시다. 두께 13.4mm인데 USB 타입 A 포트를 넣어줬다는 것만으로도 욕을 안 먹을 정도는 됩니다. 그리고 USB보다 더 두꺼운 단자는 당연히 들어갈 수 없습니다.

 

GGHD4672.JPG

 

그래서 유선 랜의 경우 번들 젠더를 통해 연결하게 됩니다. 몇년 전만 해도 아이고 랜 하나 연결하자고 저런 거추장스러운 걸 연결해야 하다니 망조로다 운운 이랬겠으나. 요새 태블릿은 무선으로만 연결하는 게 당연하다보니 오히려 이게 큰 배려처럼 보이네요.

 

GGHD4628.JPG

 

반대편에도 USB 포트가 하나 더 있고, 3.5mm 이어폰/마이크 콤보 잭도 있습니다. 마이크로 HDMI는 쓰는 제품이 많진 않지만 어쨌건 표준이니, 케이블만 있으면 화면 출력이 가능하지요. 여기에 별도 판매하는 미니 VGA 어댑터를 연결하면 d-sub 출력도 가능합니다. 시리즈 9에서는 번들로 주던 게 이제는 따로 파는 물건이 됐지만요.

 

GGHD4642.JPG

 

하나 더. 바닥 부분에 SD 메모리카드 슬롯이 있습니다. 메모리카드를 끼우면 노트북 본체에서 카드만 튀어나온 모양새가 되는지라, 항상 꽂아놓고 쓰기는 무리입니다. 그래도 마이크로 SD가 아니라 일반 SD 메모리카드를 넣어줬으니 뭐라고 하진 않을래요.

 

9.png

 

스카이레이크 코어 i3-6100U에 8GB LPDDR3 메모리를 달았습니다. 현 세대에서 이보다 더 좋은 프로세서를 슬림형 노트북에 넣기란 힘들 겁니다. 그리고 이런 노트북에서 해봤자 뭐 얼마나 거창한 성능이 필요하겠어..라고 스스로 선을 긋는 편이라, 성능에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내장 그래픽은 디비전을 할 수준은 아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풀 HD 해상도에 풀 옵션으로 실행해도 40프레임 중반은 유지합니다. 물론 이건 삼성이 잘 해서가 아니라 인텔 덕분이지요. 여전히 인텔 그래픽이 갈 길은 멀지만서도.

 

13.png

 

스토리지는 128GB SSD입니다. 솔직히 넉넉한 용량은 아닙니다. 허나 딱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최소한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수준이라면 그냥저냥 쓸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성능은 아주 높은건 아니고 그냥 SATA 6Gbps의 보급형 SSD 수준입니다. 슬림형 노트북에서 이 정도면 되겠죠.

 

25.jpg

 

문제는 배터리입니다. 30Wh의 리튬 배터리로 최대 10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PC마크의 배터리 테스트에선 2시간 22분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노트북에서 배터리 테스트를 실행해 봤지만 이 정도로 사용 시간이 짧은 건 처음이었어요. 물론 높은 성능을 내도록 설정하면 배터리 사용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니, 이 숫자만 가지고 단순히 다른 제품과 비교할 순 없지만서도.

 

PC마크 말고 다른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싶어서 풀 HD 화질의 용량 1.91GB에 재생 시간은 2시간인 MPEG4 동영상을 반복 재생했습니다. 화면 밝기는 최대, 무선 네트워크 연결, 볼륨은 30. 그러니 4시간 동안 동영상을 볼 수 있더라구요. 이것도 별로 긴 편은 아니다 싶어서 볼륨을 20, 밝기를 50으로 낮추고 설정 프로그램에서 에코 모드를 켜니까 7시간이 됐습니다.

 

삼성은 노트북 9 메탈의 배터리 사용 시간이 10시간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배터리마크 같은 측정 프로그램을 돌렸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용 환경이 배터리마크의 테스트와 비슷하다면 몰라도 실제로는 괴리가 크겠지요. 정말 이 노트북을 10시간 동안 쓰고 싶다면 화면 밝기는 최대한 낮추고 키보드 백라이트와 네트워크와 볼륨은 끄세요. 아니면 어댑터를 들고 다니던가요.

 

GGHD4651.JPG

 

시리즈 9를 비롯한 삼성의 구형(?) 노트북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은근히 뒤떨어지는 만듬새였습니다. 겉보기엔 그럴싸해도 화면에 키보드를 따라 먼지가 낀다던가, 상판이 약해서 화면에 멍이 든다던가 상판이 잘 휘어진다던가.. 이건 더 가벼우니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

 

화면 테두리에 지지대 비슷한 것을 넣어서 더 이상 키보드가 화면에 직접 닿지도 않구요. 상판은 여전히 얇지만 최소한 시리즈 9 시절보다는 더 만듬새가 좋습니다. 더 이상 가방 속에 얌전히 넣어놓고 모셔둘 노트북이 아니라, 험하게 굴려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그런지는 꾸준히 몇일 써 봐야 알겠지만. 

 

GGHD4641.JPG

 

이렇게 끝나면 심심하니까 뜯어봅시다. 와 자기꺼 아니라고 막 뜯어보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좀 섭섭한게, 바닥에 붙어있는 표준 십자 나사 몇개만 풀어내면 바닥을 열어볼 수 있거든요. 물론 실제 판매되는 제품에는 나사에 스티커를 붙여놨을 것 같지만.

 

GGHD4668.JPG

 

바닥 케이스는 별거 없습니다. 분명 메탈 바디를 썼다고 메탈인데 이것은 금속과 플라스틱의 합금인가 뭐 이런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도 플라스틱을 섞어 쓸 수밖에 없지 않나 싶지만서도.

 

GGHD4655.JPG

 

얼핏 보기엔 뭔가 많은 것이 곽 차있다고 생각이 들 수 있었도, 자세히 보면 은근히 빈 공간이 많습니다. 이래서 860g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배터리 옆의 빈 공간을 배터리로 채웠다면 위에서 그렇게 혹평한 배터리 사용 시간은 늘었어도, 무게는 LG 그램보다 무거웠을 듯 싶습니다. 철저하게 마케팅적인 이유로 빈 공간이 생긴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배터리 하나 때문에 경량화가 가능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메인보드를 3부분으로 나누고 연결 케이블을 이어둔 걸 보면 나름대로 무게 배분과 부품 배치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GGHD4658.JPG

 

왼쪽의 작은 기판과 블로워 쿨링팬입니다. 쿨링팬에 연결된 히트파이프의 색깔이 참 요상해서 정말 혹독한게 굴러진게 아닌가 생각되지만, 실제로 노트북 9의 온도나 발열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20.png

 

OCCT를 돌려서 풀로드 상태를 만들어봤는데 CPU 온도는 81도였습니다. 노트북에서 이 정도면 꽤나 준수한 편이지요. 90도에 100도 찍는 것도 심심찮게 봤으니.. 소음은 40dBA 정도로 시끄러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키보드의 온도는 40도였으니 타이핑을 하면서 어째 손가락 사이로 열기가 느껴진다 할 정도는 되지만요.

 

GGHD4659.JPG

 

가운데엔 CPU와 메모리가 있습니다. 둘 다 메인보드에 붙어 있으니 업그레이드는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슬림형 노트북에서 업그레이드를 바라시진 않겠지요. 

 

GGHD4660.JPG 

 

 오른쪽에도 작은 기판과 M.2 방식의 SSD가 있습니다. 삼성 노트북이지만 SSD는 라이트온 제품이네요. 128GB론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SSD 정도는 어떻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 같으나, 그 전에 a/s를 포기하고 분해를 해야되겠지요.

  GGHD4657.JPG 

 

GGHD4661.JPG

 

배터리와 스피커 사이의 남는 공간입니다. 노트북을 지탱할 스폰지를 붙였으니 마냥 죽은 공간이라고 하긴 힘들겠네요.

 

GGHD4654.JPG 

 

노트북 9 metal NT900X3L-K38S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가벼운 무게와 얇은 바디입니다. 성능보다 휴대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실 분들이라면 이런 노트북이 필요하겠지요. 사실 성능도 그렇게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슬림형 노트북에서 이 정도면 엄청 좋은 수준까진 아니어도 꿀릴 정도는 또 아니지 싶네요. 여기에 화면이 180도로 펴진다는 것도 장점. 근데 이건 2in1이나 태블릿이 하도 많다보니 눈에 확 들어올 수준까지는 아니고.. 120만원의 가격도 스펙과 무게를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봅니다.

 

다만 배터리는 아쉽습니다. PC마크의 배터리 테스트야 그렇다 쳐도 동영상 재생에서라도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면 이 노트북은 완전무결한 제품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