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노트북 CD 드라이브를 뜯을 생각을 한 것은 바로 요 위에 ↑ 있는 사진 때문입니다. MP3 + CD 플레이어라는 컨셉 디자인인데, 이것이 현재 기술에서 실제로 가능한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지요.

(MP3 + CD 플레이어 디자인을 본 곳은 http://blog.naver.com/jinju0813/90021045216)

현재 크기가 제일 작은 CD 드라이브라면 역시 노트북용 ODD일 것입니다. 그래서, 한번 뜯어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제물은 바로 이것입니다. 산요제 노트북 CD-ROM 드라이브.



일단 두께와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자일리톨 껌통과 스타텍 2004 핸드폰, 스타벅스 핸드폰 액정 클리너가 등장했습니다. 이정도면 크기와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아실 수 있겠지요.



케이스를 벗겨내면 이렇습니다. 윗쪽의 알루미늄 케이스와 오른쪽의 철판+신호선+트레이는 무시합시다. 이 컨셉 디자인에는 쓸데가 없는 것들이니까요.



주 구동부의 아랫면 커버를 벗긴 모습입니다. 오른쪽에 회로가 2개로 나뉘어 있고, 가운데에 구동부가 있습니다.



여기까지 작업은 순전히 이 2가지 공구로 했습니다. 소형 십자 드라이버와 커터칼. 저 커터칼은 표준 사이즈이므로 크기 비교에도 도움이 될듯 합니다.



남아있는 트레이까지 벗겨내고, 순전히 구동부와 회로만 남긴 것입니다. 크기가 무시할 수준이 못됩니다.



회로의 앞면과-



뒷면입니다.

부품이 상당히 많습니다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커다란 몇개의 부품과 저항, 캐패시터, 전원부 정도일까요.



여기서 왼쪽을 CD 구동부, 오른쪽에 회로가 들어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CD 롬 드라이브를 구성하는 저정도 회로는 현재 최고 수준의 제조 공정이라면 칩 한개에 때려박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확신할 순 없지만, 칩의 패키징 형태를 보면 아무리 높아봤자 130나노나 될것 같군요(이것도 너무 높게 잡은것 같은데...). 솔직히 CD 롬 회로 하나 만들자고 높은 공정의 원칩을 설계하는게 과연 수지타산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게 만든다고 가정할 경우, CD 롬의 회로는 오른쪽에 몰아 넣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기계적인 구동부지요.

가운데에 끼어있는건 나름대로 LED가 달린 256MB MP3입니다. 이정도라면 LED까지 합쳐서 전부 아까 CD 롬 회로랑 같이 한쪽에 쑤셔넣는 것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MP3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뒤집어보지요. 공간이 꽉 차있진 않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줄여볼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일단 크기. CD의 회전을 담당하는 모터의 지름이 곧 이 물건의 크기-가로 너비-를 결정합니다. 저것보다 작으면서 CD를 회전시킬만한 모터가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다음은 두께입니다. 모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얇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마도 이정도 두께가 한계라고 보여지는데요.



여기에는 렌즈를 움직이기 위한 스테핑 모터가 있습니다. 스테핑 모터의 크기는 핸드폰 진동 모터보다 좀 큰 수준으로 작지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것만 놓고 보면, 정말 오버하면(?) 어떻게 저기에 쑤셔넣을 수 있을것 같기도 합니다. 가운데에 CD가 끼면서 회로 기판을 상하 2층, 좌우 2개, 합해서 최대 4개로 분리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 있는데다가, 'LED'도 아니고 'LCD'에, CD를 고정시키는 부분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빡쎄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가 남아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전원입니다. 일단 저기 사진에서 찍은 MP3는 AAA 사이즈 건전지를 넣는 식이기 때문에 저렇게 직사각형 형태로 생긴 것이고, 요새 소형 MP3를 보면 자체 배터리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말한것만 따져도 이미 저 크기에 더이상 집어넣을 공간은 없는듯. 뭐 소형 배터리를 넣을 수 있다고 쳐도 문제는 남습니다. CD 플레이어의 배터리를 보면 대게 AA 건전지 두개나 길다란 자체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그 배터리의 크기가 저 디자인의 절반 내지는 1/4 정도는 먹을것 같군요.

기계적인 부품인 모터를 두개씩이나 돌려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칩을 작동시키고 소리를 내면 장땡인 MP3와는 전기를 먹는 수준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지금 휴대용 기기의 소형화/경량화에 있어서 제일 발목을 잡는 요소가 바로 배터리지요 -_-a

결론은? 휴대용 전원 공급 장치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는한 무리일듯. 언젠가는 그런게 나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때가 되면 아마 CD를 듣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