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컴퓨터 사용 역사 중에서 수많은 삽질이 있었지만, 그 중 최고의 삽질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걸 꼽을 것입니다.

위 사진은 제가 원래 쓰던 정격 400W짜리 서버용 파워였습니다.(과거형입니다)

헌트키라는 메이커로 에버탑에서 일반 데스크탑용 파워는 수입도 했었더랬습니다만, 어쨌건 제가 이렇게 '서버용'파워를 구입한 이유는 이 동네 애들은 최대출력 350W면 그 어떤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망상을 하는 애들인지라, 그럭저럭 쓸만한 파워가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서버용'인지라, 엄청나게 시끄러웠다는 것이지요. 이 파워에는 2개의 80미리 팬이 들어갑니다만, 그 팬의 스펙을 보면-
http://www.x-fan.com/doc/dc/8025-hh.htm (제조사: Xinruilian)
-아시겠지만, 팬 자체의 소음만 30dB에 육박하며, 파워처럼 안에 공기 흐름에 방해를 주는 물건들이 잔뜩 있을 경우, 팬의 소음이 더 커진다는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Pcpop의 프리뷰를 보면-
http://www.pcpop.com/power/04/9/47701.shtml
-소음이 45dB에 달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뜯어 보았습니다. 파워를 뜯은 이유는? 무소음 파워로 개조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래도 명색이 서버용이랍시고 일반 파워보다 길이도 더 길며, 무게도 상당히 무거운 편입니다.

파워 안에는 방열판 두개가 있습니다. 각각 Mosfet이 3개, 6개씩 붙어 있지요.


기판 아래부분입니다.

대게 무소음이니 저소음이니 하면 다들 팬컨이나 달아서 팬의 속도를 줄여 소리도 줄인다... 그런걸 생각하지만 저는 그런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특정 팬이 특정 속도로 회전하는 것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을 터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회전속도를 낮추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좀 더 근본적인 방법, 즉 파워 발열의 주범인 이것들-Mosfet-과 기판 사이를 긴~ 연장선으로 연결하여, 이것들을 파워 바깥으로 빼내어 외부 공기와의 접촉 면적을 늘려 悶Ы볜눗?패시브 쿨링이 되게 한다...를 택했습니다.

먼저 Mosfet 세개가 붙은 방열판부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납 흡입기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인두로 지지고 플라이어로 조져서 이것들을 떼어내고, 안그래도 복잡한 기판 사이에서 해당 부분만을 골라 납을 녹인다는 것은 전문 땜쟁이도 아닌 저로서는 상당 수준의 난이도였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해버렸지 말입니다. 모스펫 세개를 밖으로 빼내서 이식하는데 성공한 것이지요. 이 상태에서는 확실하게 컴퓨터가 작동했습니다. 팬 자체가 아예 돌 일이 없었으니 이야말로 무소음 파워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간이 부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저는 하는김에 다 옳겨보자~ 해서 남은 6개까지 옳기기로 했습니다. 이때 그만두는것이 정신 건강과 지갑 사정과 세계 평화에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6개를 옳기고 나니 안 켜지더군요 -_-a 정확히 말하자면, 이 상황에서 전원을 키면 집의 누전차단기가 엄청나게 살벌한 소리를 내며 내려갑니다.

어딘가가 쇼트가 되지 않았나 추측을 해보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더군요. 중간에 퓨즈도 한번 날라가고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싹 쓸어 과자 상자 속에 담아 봉인해 둔 상태입니다 -_-a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 정도 전의 이야기군요. 역시 이런건 충분한 내공 없이 섣불리 시작하면 주화입마를 당할 수 있다는 교훈만이 골수에 사무쳤던 슬픈 기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