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에 탐론에서 2개의 렌즈가 출시됐습니다. SP 35mm F/1.8 Di VC USD와 SP 45mm F/1.8 Di VC USD가 바로 그것입니다. 줌렌즈 위주로 만들었던 탐론이 35mm 풀프레임 센서를 위한 단초점 렌즈를 출시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경쟁 제품에 비해 어떤 특징이 있고, 디자인을 바꾼 이유는 무엇이며, 왜 단초점 렌즈를 만든 것인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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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탐론  SP 35mm F/1.8 Di VC USD(Model F012)

오른쪽: 탐론 SP 45mm F/1.8 Di VC USD(Model F013)

 

둘 다 가격은 세금 별도 9만엔. 캐논/니콘용으로 먼저 출시, 소니용은 아직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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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영상 사업 본부 설계 기술부 부장 카모다 스스무
기초 개발 본부 본부장 대리 타테노 토사쿠니
영상 사업 본부 설계 기술부 기감 토야 사토시
광학 개발 본부 본부장 박사(이학) 안도 미노루
영상 사업 본부 상품 기획부 부장 사토 오코오지
광학 개발 본부 광학 개발 일부 부장 나카자와 키미아키

 

 

다루기 쉬운 크기와 손떨림 보정의 시너지 효과

 

− − 새 SP 시리즈의 제품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탐론이 단초점 렌즈라니 하고 놀라기도 했고, 발표회에서도 상당히 각오를 하고 만들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요. 거기에 대해 들려주세요. 

 

사토: 단초점 렌즈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10년도 더 전부터 몇번이나 나왔습니다. 그러나 고배율 줌렌즈, 대구경 줌렌즈, 매크로 렌즈를 우선했지요. 실제 기획은 2012년 봄에 시작했으니 의외로 오래 걸렸습니다. 이번 SP 시리즈의 쇄신은 새 기준을 만드는 것과 함께 스펙의 재검토도 진행해 3년 정도 걸렸습니다.

 

− − 전에 기획이 있었는데 실현하지 않았다는 건 마케팅 부서에서 그건 안 팔릴 거라고 주장했기 때문인가요?

 

사토: 안 팔린다는 주장보다는 이제야 시장의 수요가 나왔다는 게  맞습니다. 2010년의 SP 70-300mm F/4-5.6 Di VC USD는 카메라의 고화소화에 맞춰 광학 설계 기준 자체를 재검토하는 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SP 24-70mm F/2.8 Di VC USD, SP 70-200mm F/2.8 Di VC USD, SP 90mm F/2.8 Di MACRO 1:1 VC USD라는 새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장에서도 최근의 SP 시리즈는 꽤 괜찮다는 평가가 높아지면서 다음엔 단초점 렌즈를 내달라는 수요가 나왔다고 인식합니다. 특히 해외에서 수요가 많았습니다.

 

렌즈의 시장 규모에서 단초점 렌즈의 구성은 고배율 줌렌즈와 비슷한 수준이기에, 저희도 여기에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과 매출을 늘리고 싶었습니다.

 

− − 퍼스트 파티 카메라 회사도 새로운 35mm 렌즈를 출시했으니 질 수 없다는 심정이 든 건가요?

 

사토: 시작은 2012년 봄이었고, 그 얼마 전부터 검토를 시작했다는 게 맞습니다. 다른 회사는 단초점 렌즈의 라인업이 두터우니 정말 걱정이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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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히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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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타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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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미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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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테노 토사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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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다 스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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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자와 키미아키

 

− − 그동안 써드파티 렌즈 제조사라면 퍼스트파티 카메라 회사가 만들지 않는 초점 영역을 노린다는 이미지였는데, 갑자기 표준 화각을 노리고 승부를 던진 이유는요? 

 

사토: 가장 큰 건 35mm와 표준 화각 시장의 수요입니다. 뒤늦게 단초점 렌즈를 시작하면서 원점부터 출발한다고 밝혔습니다. 저희가 렌즈 전문 업체로서 앞으로 브랜드를 구축해, 매니아 분들에게 제품을 제안하기 위해선 단초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의 매출도 물론이고 렌즈 전문 회사로서 탐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선 고배율 줌렌즈 같은 인기 상품 외에도 SP 시리즈를 확충해야 한다는 회사의 방침이 나오면서, 새로 개발하는 단초점 렌즈도 이왕이면 남들과 다른 표준 렌즈로 만들고 잎었습니다.

 

지금까지 없던 특징으로 손떨림 보정 등의 특징을 넣는 것이 새로운 스타일의 표준 렌즈가 되는데요. 시장의 수요는 초점 영역과 손떨림 보정에 대한 것이 많았지만, 거기에 뭔가 다른 것을 넣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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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35mm F/1.8 Di VC USD, 1/200초, F5.6,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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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45mm F/1.8 Di VC USD, 1/160초, F5.6, ISO 100

 

35mm와 45mm의 비교. 화각이 꽤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 F1.4로 만들자는 요구는 없었나요? 

 

안도: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손떨림 보정을 넣으면 커집니다. 간편하게 스냅 사진용으로 쓰자면 F1.4는 아니지요.

 

사토: 상당히 초기 단계에서 F1.4는 배제했습니다. 가격보다도 크기가 문제였습니다.

 

− − F1.8이어도 그리 작진 않은데요.

 

토야: 손떨림 보정을 넣어서 그렇습니다. 이걸 빼면 더 작게 만들 수 있었겠지만 손떨림 보정을 중시했습니다.

 

안도: 플로팅 매커니즘을 채용했습니다. 포커스에 손떨림 방지 렌즈군이 앞뒤에 모인 것도 크기가 커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 − 그럼 이걸 빼면 더 작은 렌즈가 나오겠군요?

 

안도: 가능합니다. 광학적인 제약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균형을 맞추다 보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손떨림이 화질을 저하한다는 걸 생각하면 보정 모듈을 넣는 게 좋습니다. 삼각대를 쓸 수 없는 장소 등 다양한 환경에서 쓰길 원하거든요.

 

− − 손떨림이 화질 저하에 주는 영향은 크지요. 실제로 써 보니 손떨림 보정 모듈 덕분에 F1.4보다 쓰기 쉽고 소비자도 쓸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안도: 산책할 때 가볍게 들고 나가는 렌즈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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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떨림 보정 기구의 VC 유닛. 대구경 단초점 렌즈와 손떨림 보정기구의 조합은 보기 드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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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45mm F/1.8 Di VC USD, 1/4초, F8, ISO 100

 

해가 지는 광경을 촬영했습니다. ISO 100에서 F8로 조이다보니 셔터 스피드는 1/4초로 느렸지만 손떨림 보정 모듈 덕분에 사진이 흔들리진 않았습니다.

 

− − F2로 만드는 방안은요? 

 

안도: F2보다 밝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탐론에서 가장 밝은 렌즈가 APS-C용 SP AF 60mm F/2 Di II MACRO였으니까요. F1.4는 덩치가 커지니 실용적인 균형을 잡아 F1.8로 타협했습니다. F1.8 시리즈를 내놓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손떨림 보정 모듈을 넣으면 화질이 떨어지지 않냐는 의문이 꼭 나오지만, 그건 손떨림 그 이전의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최대한 성능 열화가 없도록 시뮬레이션을 반복했습니다. 35mm에서 3스탑, 45mm에서 3.5스탑이니 보정 효과가 별로 안 커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건 광학 성능을 우선했기 때문입니다.

 

 

좋고 작은 렌즈를 목표로

 

− − 최단 촬영 거리를 좁히면 화질이 떨어질 수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해결했나요?

 

안도: 플로팅 매커니즘으로 어느 정도 해결했으나 그걸 넣는 게 고생이었습니다.

 

토야: 밖에서 보면 모르지만, 플로팅 매커니즘으로 높은 성능을 내려면 대부분의 렌즈 군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고, 경통의 제조 설계가 줌렌즈 수준으로 복잡해집니다. 게다가 손떨림 보정 모듈까지 함께 움직인다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지요. 렌즈 본체의 크기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F 액추에이터에는 USD(초음파 모터)를 탑재했지만 모터의 힘을 사용해 렌즈 군을 보다 부드럽게 움직이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사토: 목표로 한 크기는 더 작았지만 화질과 기능을 우선해서 커진 부분도 있습니다. 광학 설계자는 1cm를 줄이기 위해 피가 말린다고도 말하지요. 렌즈를 실제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근거리 촬영, 특히 20cm에서 25cm 사이에선 움직이는 양이 매우 큽니다.

 

토야: 기계를 설계할 때는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느때보다도 무거운 렌즈군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파악했기에 처음에는 속았다고 생각도 했습니다(실제로 나온 렌즈는 작은 것이었기에). 그래도 광학 설계와 제조 설계 사이에서 절충을 거듭해 겨우 만들 수 있었습니다.

 

− − 최단 촬영 거리로 목표한 건 있나요?

 

사토: 35mm은 20cm로 잡았습니다. 45mm은 29cm가 됐지만 크게 스트레스 없이 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 − 예전에는 근접 촬영에서 매크로라고 써놨다면 중심부 외의 다른 화질은 따지지 않았는데, 주변부까지도 고려한 설계를 했군요.

 

사토: 옛날의 고배율 줌렌즈는 그렇게 중심부 해상도를 중시한 설계를 썼던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초점 줌렌즈는 주변부 화질까지 고집했으며 특히 이 2개는 화질의 균형을 추구해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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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35mm F/1.8 Di VC USD, 1/25초, F1.8,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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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35mm F/1.8 Di VC USD, 0.6초, F8, ISO 100

 

SP 35mm F/1.8 Di VC USD의 최단 촬영 거리는 0.2m, 최대 촬영 배율은 0.4배. 동급 최강의 매크로 촬영 능력을 자랑합니다. 조리개 개방으로 찍어도 높은 화질은 여전하며, 개방 시 빛망울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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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45mm F/1.8 Di VC USD, 1/13초, F1.8,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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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45mm F/1.8 Di VC USD, 1.6초, F8, ISO 100

 

SP 45mm F/1.8 Di VC USD의 최단 촬영 거리는 0.29m, 최대 촬영 배율은 0.29배, SP 35mm F/1.8 Di VC USD 수준은 아니지만 표준 단렌즈에서는 아주 높은 근접 촬영 능력을 갖췄습니다. 지금까지 50mm 매크로의 독점이었던 표준 렌즈 근접 촬영이 이제 F1.8의 조리개에서도 가능해졌습니다.

 

− − 뛰어난 묘사에 놀랐습니다. 35mm는 선명하지만 독특한 표현을 갖춘 느낌입니다.

 

사토: 두 렌즈의 성격이 다릅니다. 35mm은 균형을, 45mm은 해상력이나 컨트라스트를 추구한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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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35mm F/1.8 Di VC USD, 1/400초, F5.6, ISO 100

  

SP 35mm F/1.8 Di VC USD의 해상력을 보면 주변부에서도 풀잎의 세밀한 부분까지 잘 표현했으며, 고화소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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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45mm F/1.8 Di VC USD, 1/320초, F5.6, ISO 100

 

SP 45mm F/1.8 Di VC USD입니다. 35mm보다 다소 딱딱하게 찍히는 느낌. 각각의 렌즈가 개성을 지닌 것도 재밌는 부분.

 

− − AF의 성능과 속도는 어떻습니까?

 

타테노: 플로팅 매커니즘으로 기계적인 부하가 높으며, 한정된 모터의 추력으로 움직여야 하니 많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빨리 움직이면 AF의 정확도와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그런 것까지 고려해 엄청나게 빠르진 않지만 원활한 초점 조작을 실현했습니다.

 

− − 빠르다고 말하면 되실텐도 솔직하시군요웃음). 플로팅 매커니즘이지만 그렇다고 AF가 느리진 않다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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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테노: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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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 구동을 위한 USD 초음파 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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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45mm F/1.8 Di VC USD, 1/250초, F4, ISO 100

 

벽과 차 사이에 고양이가 있었고 바로 도망쳐버렸지만 순식간에 초점을 잡아 찍을 수 있었습니다. USD 초음파 모터를 쓴 AF는 빠르고 정확해 촬영 중에 스트레스를 느끼진 않았습니다.

 

 

새로운 SP 라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 − 디자인이 개선된 것도 큰데, 물건 그 자체로서의 재미도 추구하는 것인가요?

 

사토: 탐론은 매우 고지식한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도구에서 세련되고 즐거운 파트너로 변해는 걸 목표로 잡았습니다. 잡았을 때의 느낌과 MF의 토크에도 집착했습니다. 제가 근접 촬영을 할 때는 MF를 쓰는 경우가 많았기에 포커스 링의 회전 각도 크게 잡았습니다.

 

− − 렌즈 안쪽에 달린 링은 카메라에 달았을 때 잘 보이지 않지만 따로 떼 놓으니 눈에 띄네요. 지금까지의 금색 링과는 다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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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마운트 부근에 장착된 링. 10년 동안 탐론 렌즈에서 쓰인 골드 링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색상을 넣었습니다 앞으로도 SP 시리즈에서 계속 사용한다네요.
 

사토: 정체성을 지니면서도 눈에 확 띄지 않는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토야: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해 렌즈에 담긴 디자인 컨셉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릅니다.

 

− − 카메라 바디와의 매칭도 검토했나요?

 

토야: 구성 요소를 가급적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야 매칭에서 고려할 요소도 적어지니까요. 

 

− − 초기 디자인의 제품에서 얼마나 달라졌나요?

 

토야: 달라진 건 전환 스위치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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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업에서 본 스위치의 위치 변화.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올수록 신형입니다.

 

카모다: 메탈 링의 색상을 정하기 위해 디자이너에게 견본이 오는데, 그걸 재현하기 위해 공장에서 프로토타입을 몇번이나 만들었습니다. 성능 뿐만 아니라 공업적인 완성도도 높이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 − 스스로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카모다: 저 스스로도 돈을 주고 사고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가진 건 줌렌즈 뿐이나, 오래간만에 필름 시절을 떠올리면 스냅 촬영을 하고 싶은 렌즈입니다.

 

− − 탐론 브랜드의 폰트가 바뀐 점에서도 달라진 점을 느끼게 되네요. 앞으로도 이 폰트를 쓰게 되나요?

 

사토: 새로운 SP 시리즈에는 제품 로고가 들어갑니다. 지금의 로고는 탐론의 M과 N이 소문자지만, 앞으로는 가독성을 위해 대문자를 씁니다.

 

− − 앞으로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도 SP 시리즈가 나오나요?

 

사토: 일단은 의견을 듣는 중입니다. 앞으로도 SP를 미러리스 카메라에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합니다. 

 

− − 2개로 끝나진 않는다는 거군요.

 

사토: 네. 2개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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