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전체 비휘발성 메모리(FeRAM)의 상황에 대해서 http://gigglehd.com/zbxe/13817827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상품화된 FeRAM의 최대 용량은 4Mbit입니다. DRAM 제품의 표준 저장 용량이 4Gbit니 FeRAM의 저장 용량은 DRAM의 약 1/1000밖에 안 됩니다. 연구 개발 수준(프로토타입 칩)에서도 최대 용량은 128Mbit로 4Gbit의 1/32에 불과합니다. 현재는 FeRAM을 차세대 대용량 비휘발성 메모리의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할 만한 반도체 메모리 기술들이 거의 없습니다. 후보로 두지도 않을 기술자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크기 효과가 미세화와 대용량화의 한계를 결정

 

지난 글에서 말한대로 FeRAM의 대용량화를 막은 가장 큰 약점은 크기 효과의 존재입니다. 강유전체가 그 성질(전원을 꺼도 분극이 남는 성질)을 발휘하기 위해선 강유전체 박막에 어느 정도의 두께가 나와야 합니다. 두께는 대략 100nm ~ 200nm입니다.

 

반도체 칩을 미세화하기 위해서는 가공 크기를 짧게 하거나(가로 크기) 두께(수직 방향)를 줄여야 합니다. 두께를 100nm 이하로 할 수 없다는 건 미세 가공 크기를 90nm 정도까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으로 30nm나 20nm 공정을 구사하는 DRAM의 저장 용량을 따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FeRAM에서 2000년대까지 연구 개발 대상이 된 강유전체 재료는 주로 3종류가 있었습니다. PZT, SBT, BFO지요. 대부분의 FeRAM 제품은 PZT(티탄산 지르콘산 연)가, 일부 FeRAM 제품은 SBT(탄탈산 비스무트산 스트론튬)가 쓰였습니다. PZT와 BST는 모두 크기 효과 때문에 미세화의 벽에 부딪힌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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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AM의 후보인 주요 강유전체 재료와 그 결정 구조(2000년대). 후지쯔의 외부 프리젠테이션 자료에서 인용. 왼쪽은 대표적인 FeRAM 재료 인 PZT(티탄산 지르콘산 연). 중앙은 일부 FeRAM 제품(임베디드 제품 포함)에 채용된 SBT(탄탈산 비스무트산 스트론튬). 왼쪽은 BFO (비스무스 페라이트)로 상품화되지 않았습니다.

 

 

의외의 친근한 재료가 등장하며 돌파구가 발생

 

크기 효과라는 장벽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건 2011년입니다. 강 유전성을 갖춘 새로운 재료가 발견 된 것입니다. 이 발견은 강유전체 재료 연구 커뮤니티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는데요. 그 이유는 이 놀라운 재료가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강유전체 재료로 연구된 것은 주로 페로브 스카이트라는 구조의 재료였는데, 새로 발견된 것은 미처 가정하지 못했던 간단한 화합물이었습니다. 하프늄(Hf)과 산소(O)의 단 두가지로 구성된 산화 하프늄(HfO2)이지요.

 

HfO2는 2011년 당시에 이미 반도체 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재료였습니다. 첨단 CMOS 로직 제품 생산 기술인 HKMG 프로세스(고 유전체 게이트 절연막 및 금속 게이트 전극에 의한 프로세스)에서 고유전체로 쓰는 대표적인 재료가 HfO2입니다. 또한 DRAM 제품의 셀 커패시터에서도 HfO2는 70nm 세대를 중심으로 캐패시터의 유전체 재료로 많이 쓰였습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양산에 사용하는 익숙한 재료인 셈이죠.

 

HfO2는 고 유전율을 갖춘 유전체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물론 자세한 재료 조성-제조 공정은 다르지만, HfO2가 강유전성을 갖춘다는 건 매우 놀라운 발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1/10 이하의 두께로 강 유전성을 발휘

 

강유전체 재료 연구자 커뮤니티에 충격을 준 이유는 또 있습니다. HfO2는 지금까지의 상식을 넘어선 두께로 강유전성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PZT와 SBT의 미세화를 막고 있었던 크기 효과의 장벽이 단숨에 무너진 것입니다.

 

2011년 국제 학회 IEDM에서 선보인 강유전체 HfO2 박막의 두께는 7nm ~ 12nm에 불과합니다. PZT와 SBT 같은 페로브 스카이트 구조의 강유전체 재료에 비하면 1/10의 두께입니다. 지금까지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65nm 공정 ~ 28nm 공정은 물론, 20nm 프로세스 및 14 / 16nm 프로세스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두께입니이다.

 

 

새로운 소재를 발견한 곳은 반도체 제조사가 아님


강유전체의 HfO2 박막을 실현한 곳은 반도체 제조사가 아닙니다. 독일 연구 기관 Fraunhofer Institute를 중심으로하는 연구 그룹입니다. 무엇보다 반도체 제조 업체와 협력 관계에 있습니다. 2011년 IEDM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한 논문에는 협력자에 키몬다(나중에 도산한 DRAM 제조사)의 이름이 있습니다. 또 2013년 IEDM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한 논문에선 공동 저자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 파운드리의 이름이 있습니다.

 

강유전체 HfO2 박막은 실리콘(Si)를 약간 혼합해 실현했습니다. 물론 Si의 비율은 최적의 값을 찾아야 합니다. 너무 많은 Si를 섞으면 강유전체가 아니라 반 강유전체의 HfO2 박막이 되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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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fO2 박막의 분극 특성(분극 양)와 압전 효과 특성(변위). 왼쪽은 적절한 분량의 실리콘을 섞은 경우로 강유전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더 많은 실리콘을 섞은 경우로 반 강유전성을 나타내게 됩니다. IEDM 2011의 논문(논문 번호 24.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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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게이트 절연막에 강유전체 HfO2을 도입하여 제작한 MOS FET의 전자 현미경 관찰 이미지입니다. HfO2와 실리콘 채널 사이에는 매우 얇은 이산화규소(SiO2) 층을 버퍼층으로 삽입했습니다. 아래 두 그림은 쓰기 동작의 원리로서, 위쪽의 원리는 HfO2이 강유전체일 경우, 분극에 의해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전압이 변화합니다. 아래쪽의 원리는 HfO2이 반 강유전체의 경우인데 차지 트랩에 의해 게이트 전압이 변화하기에 게이트 전압의 변화 극성이 강유전체와 반대 방향이 됩니다. IEDM 2011의 논문(논문 번호 24.5)에서.

 


강유전성을 발현한 이유와 결정 구조의 차이


HfO2이 강유전성을 갖추는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발견자인 Fraunhofer Institute를 중심으로 한 연구 그룹은 HfO2 결정을 제조하는 공정의 차이가 영향을 준다고 IEDM 2011 논문에서 밝혔습니다. Si를 혼입시킨 HfO2 중에도 강유전성을 발현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캡 층의 유무가 있습니다. 하부 전극 TiN(질화 티타늄)에 Si가 들어간 HfO2 박막을 형성하고 어닐링에 의해 결정화한다. 어닐링하기 전에 상부 전극(TiN)의 캡 층이 없으면 완성된 캐패시터의 전압 용량 특성에 비선형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캡 층을 형성한 후 어닐링에 의해 결정화하면 캐패시터의 전압 용량 특성에 비선형성이 발생(비선형의 존재가 강유전성을 암시)합니다.

 

이 때 생기는 결정 구조의 변화를 Fraunhofer Institute를 중심으로 한 연구 그룹은 IEDM 2011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닐링에 의한 가열 직후의 결정 구조는 정방형에 가깝습니다. 냉각할 때 캡 층의 유무에 따라 결정화했을 때의 구조가 변화합니다. 캡 층이 없을 때는 형태가 섞이면서 강 유전성을 갖지 않습니다. 캡 층이 있으면 정방형 구조를 띄며 강한 유전성을 갖춥니다. 그러나 상세한 구조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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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에 따른 HfO2 결정 구조의 변화. 왼쪽이 캡층 없음, 오른쪽이 있는 경우 IEDM 2011의 논문(논문 번호 24.5)에서.

 


비 휘발성 트랜지스터에서 10년의 데이터 보존 기간 확인


공동 연구 그룹은 강유전체의 HfO2 박막을 게이트 산화막으로 하는 비 휘발성의 트랜지스터를 시작했습니다. 전극은 TiN 게이트, 산화물은 HfO2(8.5nm 두께)로 이산화 실리콘의 2층 구조입니다. 이산화 실리콘은 실리콘의 버퍼층이며 1.2nm로 매우 얇습니다.

 

이 구조에서 폭 100 × 길이 20μm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데이터 보존 특성을 조사했습니다. 초기 상태에서의 판독 마진은 1,000mV. 하루가 지난 후 판독 마진은 800mV, 10년이 흐른 후 판독 마진은 650mV로 추정돼 매우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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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보존 특성 시험 결과. 세로축은 게이트 전압, 가로축은 시간. IEDM 2011의 논문(논문 번호 24.5)에서.


HfO2이 강유전체 메모리의 후보가 될 것을 5년 전에 예측했던 연구자는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2세대 또는 3세대 강유전체 메모리를 실현 가능한 재료로 급속히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비 휘발성 메모리 재료의 연구 동향에서 당분간 최우선 테마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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