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사업 모델의 기반인 무어의 법칙


2016년의 반도체 학회인 ISSCC(IEEE International Solid-State Circuits Conference)에서 인텔의 제조 부문을 총괄하는 William M. Holt(Executive Vice President, General Manager, Technology and Manufacturing Group, Intel 등)가 등장, 무어의 법칙에 관한 기조 연설인 Moore 's Law : A Path Going Forward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설의 메세지는 무어의 법칙이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앞으로 여전히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이 분은 인텔 제조 부문의 대변인 격으로 최근 몇년 동안 Investor Meeting에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ISSCC에서의 연설은 앞의 절반이 기초가 되는 경제 법치그이 전망이고 뒤의 절반이 기술적인 것인데, 앞의 절반은 Investor Meeting 발표 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설명 부분에선 차이점이 있고, 이것이 인텔의 현재 방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제창한 법칙으로 반도체 공정 기술이 미세화하면 같은 크기의 칩에 집적할 수 있는 장치 수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칩의 다이(반도체 본체) 면작 당 트랜지스터 수가 증가하여 제조 원가에서 유리해진다는 경제 법칙입니다. 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트랜지스터 수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또한 비용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도 줄일 수있는 점도 무어의 법칙에 딸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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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은 프로세스가 1세대(지금은 0.7x로 축소) 진행했을 때 같은 규모의 회로라면 다이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다이가 작아진 만큼 제조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또한 다이 크기가 같다면 2배의 회로를 탑재 할 수 있게 되면서 2배로 회로 아키텍처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무어의 법칙은 비용 절감 및 아키텍처 확장을 모두 가져올 수 있기에 설계자는 그 두 요소 사이에서 최적의 성능/비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무어의 법칙이 갖는 경제적인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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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은 비용 절감과 확장성 모두에서 도움을 줍니다.

 

 

무어의 법칙: 경제적인 이유가 계속 남을 것

 

그럼 무어의 법칙의 경제적인 이유는 왜 계속 남을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생산에 막대한 비용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반도체 제조의 특유의 사정이 있습니다. 인텔은 예전에도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조 공정을 미세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한 슬라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인텔이 현재 생산하는 것과 똑같은 칩을 기존의 제조 공정 기술로 10년 동안 계속 생산하면 그 제조 비용은 2,70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인텔은 추산합니다. 반면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하여 칩의 크기를 계속 줄였을 경우엔 개발과 생산의 총 비용은 1,160 억 달러로 급격히 줄어듭니다. 새로운 공정의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프로세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칩의 다이가 작아지고 제조 비용이 극적으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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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비용이 극적으로 떨어지기에 미세화를 진행하는 게 오히려 더 저렴합니다.

 

인텔의 추산대로라면 프로세스를 게속 미세화하는 것이 칩 제조에 필요한 비용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미세화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면 43%까지 급감하기에 경제적으로 몹시 유리해집니다. 칩이 같은 가격으로 팔릴 경우 제조 비용이 줄어든 만큼 순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에서 제조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요.

 

물론 이것은 인텔의 현재 칩 제조 규모를 토대로 추산한 것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칩의 수요가 똑같이 유지될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텔은 이를 기준으로 삼았고, 이것은 인텔이 제조 공정 개발에 계속해서 투자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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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텔은 이것과 같은 설명을 몇 년 전부터 투자자와 분석가들에게 해 왔습니다. 이 슬라이드는 2011년의 투자자 컨퍼런스인 Investor Meeting때 나온 것인데, 지금의 예상보다 공정 개발 비용이 낮아 비용 절감이 더 큰것으로 나오네요.

 

여기에선 제조 공정 기술을 계속 유지했을 경우 비용은 3,020억 달러. 프로세스를 미세화했을 경우 비용은 1,040억 달러가 나옵니다. 미세화했을 때의 총 비용이 낮은 건 제조 공정 개발 비용을 그만큼 적게 잡았기 때문입니다. 공정 미세화의 제조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34%로 5년 전에는 공정 미세화의 장점이 지금보다 더 컸습니다. 5년동안 공정 미세화가 갖는 경제적인 장점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네요.

 

2015년 Investor Meeting에서 인텔은 2011년에 비해 제조 공정 연구 개발 비용이 크게 오른 것으로 평가했지만, 그래도 무어의 법칙이 유리하다는 기본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인텔은 R&D 비용을 투자해 프로세스를 미세화하는 것이 제조 비용에서도 유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2011년의 설명에서는 2년마다 프로세스를 미세화하는 주기의 속도도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2년(8분기)마다 프로세스를 미세화하는 것을 3년 (12분기)마다 미세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270억 달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조 공정 이행은 2년이 아닌 2년 반(10분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상당한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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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8분기)마다 이루어지는 제조 공정 미세화가 비용 절감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년 반(6분기)마다의 미세화는 감소율이 낮아 비용 절감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11년에 추측한 것.

 

 

최첨단 공정의 R&D 비용은 무어의 법칙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첨단 공정의 R&D 비용은 세대가 지날수록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의문이 되는 건 R&D 비용이 늘어나서 결국 제조 공정의 미세화에서 비롯되는 비용 감소를 상쇄하는 것이 아니냐는 점인데요. 인텔은 이것이 기우라고 설명합니다.

 

2010년까지는 차세대 프로세스의 R&D 비용이 세대마다 10% 정도 씩 올랐다고 인텔은 설명합니다. 프로세스의 세대 교체는 2년에 1번 이었기에 2년에 10% 정도 연구 비용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2015년엔 최첨단 공정의 개발 비용이 세대마다 30%식 오를 것이라 추정되고 있습니다. 2년이 아닌 2년 반 동안 프로세스가 미세화한다고 가정해도 기존에 2년마다 10%씩 올랐던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러나 인텔은 여전히​​ 무어의 법칙을 멈출만한 요인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가 되는 건 프로세스 미세화로 제조 비용의 감소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10년 동안 같은 공정으로 계속 제조하면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2,700억 달러가 나옵니다. 따라서 R&D 비용이 다소 상승하더라도 제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는 발상입니다. 프로세스 개발 비용이 상당히 상승하지 않는 한 경제적인 장점이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프로세스 미세화에 의한 제조 비용의 감소 속도가 상쇄될 정도의 프로세스 R&D 비용 상승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것은 각 세대마다 개발 비용이 190% 높아질 경우라고 합니다. 즉 1개 세대가 지나면서 제조 공정 개발 비용이 3배 가까이 뛰어야만 기존 공정을 유지하는 게 더 낫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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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의 빨간 줄이 190%씩 연구 개발 비용이 상승하는 경우. 이때 지금은 30% 정도 늘어나는 수준입니다(파란색). 아직 여유가 있지요.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예이며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프로세스 개발에 걸 수 있는 마진이 넓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대마다 30%씩 R&D 비용이 늘어난다 해도 무어의 법칙에 치명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인텔의 견해입니다. 이것은 결국 반도체에선 연구 개발 비용보다 생산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유지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ISSCC에서 공개한 투자자를 위한 슬라이드

 

여기까지가 ISSCC에서 인텔이 발표한, 무어의 법칙에는 경제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사실 인텔은 예전의 투자자 미팅(Investor Meeting)에서 결론 부분에 대한 슬라이드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반도체 관계자를 위한 연설에선 발표하지 않았던 결론이 투자자를 위한 연설에선 나왔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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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Investor Meeting 슬라이드. 첨단 프로세스를 가동하는 Fab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반도체 업체의 매출 규모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것은 첨단 프로세스 기술을 쓰는 반도체 팹을 유지할 수 있는 매출 규모를 나타낸 것입니다. 2012년의 슬라이드에서 2011년의 매출 추정 값을 썼으나, 그 개념은 지금도 그대로일 것입니다.

 

2010년까지라면 이 슬라이드의 녹색 막대 왼쪽에 있는 9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기업이 첨단 프로세스 Fab을 계속 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세스 R&D 비용이 계속 높아지고 웨이퍼의 크기가 커지며 Fab의 규모도 따라 커지니 이 줄이 점점 오른쪽으로 옮겨가게 됐습니다. 즉, 프로세스가 미세화되면서 매출이 큰 기업만이 첨단 Fab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비용이 늘어나면서 2011년엔 녹색 막대의 오른쪽인 120억 달러는 되야 첨단 프로세스 Fab을 유지할 수 있는 하한선이 됐다고 인텔은 예상했습니다. 또한 2015년 이후가 되면 빨간색 막대가 위치한 150억 달러 정도가 첨단 프로세스의 하한선이 된다고 인텔은 설명합니다. 즉 이 슬라이드를 통해 인텔이 예상하는 건 2015년 이후엔 인텔과 1~2개 회사 정도만 첨단 프로세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실제로 현재 최​​첨단 프로세스는 인텔과 TSMC, 삼성과 글로블 파운드리의 연합만 남아 있으니 인텔의 예상대로 된 셈입니다.

 

 

거대 기업만 첨단 공정 경쟁에 남게 된 현재 상황

 

이와 같이 반도체 제조가 미세화되면 개발/제조 비용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지지만, 첨단 미세화 공정에 들어가는 R&D 비용이 오른 결과 거대 기업만이 첨단 프로세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즉 인텔의 결론은 최대 규모를 지닌 인텔이 우위에 섰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반도체 프로세스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개발 비용이 늘어나는 건 인텔에게 있어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지요.

 

인텔은 이 그래프가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최근에는 Investor Meeting에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ISSCC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도 첨단 프로세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인텔을 비롯한 극히 일부라는 주장을 반도체 업계와 학계의 청중 앞에서 강조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그러나 비용이 늘어날수록 경쟁에서 이기기가 쉬워진 것이 인텔의 기본 전략임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2016년 ISSCC의 인텔 연설에 대한 설명을 보면 프로세스 개발 비용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 슬라이드에 나온 막대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출 규모가 더 큰 기업만이 첨단 프로세스 경쟁에 남아있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은, 업체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위의 슬라이드가 업데이트되면서 오른쪽에 새로운 줄이 하나 더 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텔과 다른 일류 기업은 오른쪽에 있지만 나머지 기업은 왼쪽으로 밀려 나가는 구도를 그리게 될 것입니다. 즉, 이번 ISSCC 연설에 숨겨진 의미는 이겁니다. 제조 공정 개발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인텔의 수익성이 점점 강해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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