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사라지는게 안타깝긴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제가보기에 이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의 구조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팬택은 '잘 만든 최고의 제품 = 매출상승' 이란 단순 공식에 너무 몰두했었죠. 결국 13년 후반기부터 잘 만든 제품이 나왔지만, 이미 게임체인저가 되기엔 늦은 상황이었고, 결국 14년에 단통법까지 나오면서 결판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국내 통신사들이 제조사에 '갑질'을 해 대는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닙니다. 제조사 입장에선 팔릴만한 적당한 출고가를 책정하고 싶어도 통신사에서 막는 일이 허다했었죠. 특히나 대기업보다 네임벨류가 낮은 팬택입장에서는 높은 출고가가 큰 벽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플래그쉽모델 위주의 제품개발 정책으로는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을텐데, 그런데도 마케팅을 보면 무조건 본인들이 최고라는 1위마케팅...

  처음 스마트폰이 출현했을때는 신기했지만, 이제 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들면서 일반 소비자가 원하는 하드웨어 스펙은 어느정도 명확해졌습니다. 오래 가는 배터리, 적당한 성능, 좋은 디스플레이, 좋은 카메라, 큰 메모리, 외장SD슬롯, 오류없는 소프트웨어 정도가 되겠죠. 하지만 팬택의 후반기 제품들을 보면 최소 스냅드래곤 800 이상이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출고가는 높았고요. 통신사도 있고 기본 부품 가격이 높으니 어쩔 수 없었을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판매량 감소>출고가 인하(기기 감가상각)>손해 로 이어지고 말았네요. 삼성과 LG가 스냅드래곤 400~600 라인업을 꾸준히 내놓는 것과 대조되는 점입니다. (아마 초기에 저가라인업으로 재미를 못봐서 아예 저가기기에서 손을 땠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말입니다.)

  그 사이에 중국에선 수많은 스마트폰 모델들이 출시됩니다. 샤오미처럼 특허를 무시하고 밀고 나가는 기업도 있자만, 화웨이나 ZTE, 레노버, ASUS 등 팬택과 비슷한 중위권 라인업들은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이들은 굳이 비싼 스냅드래곤 800을 고수하지 않고, 훨씬 싼 락칩, 미디어텍, 인텔칩 위주의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그 결과 가격을 낮추거나, 다른쪽 스펙을 올려서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동남아시아까지 진출하면서 시장을 점점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팬택은 중국업체에 비해 시작이 빠른 유리한 입장이지만, 미국진출을 목표로 하는 등 무리한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지 말고 저가라인업 공세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실은 망하기 직전에서야 시도를 했지만요. 팬택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