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였을 겁니다. 아버지께서 오래 쓰시던 호출기를 핸드폰으로 바꾸셨더랍니다. 그 동안 방화동 큰아버지한테서만 잠깐 볼 수 있었던 모토롤라 마이크로택 II보다 더 최신형인 숫자 두 줄 뜨는 마이크로택 5000을 뽑으신 겁니다. 이후 아버지께서는 삼성의 '본부'폰, '장혁 폰' 으로 불렸던 애니콜폴더 II, 그리고 빨간 색 외장이 인상적였던 유토폰(1세대인 듀얼액정 없는 겁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삼성 폰 두 대로 바꾸신 뒤 갤럭시노트 I으로 스마트폰 입문을 하신 후 지금의 G2까지 왔습니다.


유튭을 뒤지다 보니 이런 게 있더라구요. 마이크로택 엘리트(당시 이 이름으로도 유통이 됐었습니다. 엘리트랑 5000은 그냥 이름 차이인 것 같았어요)의 비디오 매뉴얼입니다. 


<주의-음향은 왼쪽에서만 나옵니다.>

<1부입니다. 전화를 걸고 받는 방법, 1자리 터보다이얼 하는 방법, 벨소리 선택 등의 기본기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부입니다. 마이크로택 엘리트 때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리튬이온 배터리인 EP 배터리, 차량용 충전기인 울트라세이버 II, 니켈카드뮴과 니켈수소 배터리 전용인 여행용 배터리 충전기, 그리고 핸즈프리킷과 기존 마이크로택 II 사용자를 위한 컨버전킷, MC2 대응 단말을 위한 데이터통신 킷 등의 순정품 액세서리, 그리고 자동응답 등의 응용기능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당시 마이크로택 5000은 핸드폰 중에서 꽤 고급에 속했습니다. 배터리를 뺀 두께와 무게가 기존의 마이크로택 II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건 물론이고 기존의 7자 1줄에서 7자 2줄의 디스플레이는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배터리와 신호강도 인디케이터를 따로 둔 것은 물론 메뉴 사용이 간편하도록 메뉴 아이콘을 사용한 것도 이 시기에는 이것 뿐이었습니다. 상하로 조작 가능한 볼륨키와 2.5mm 모노 이어셋을 연결해 통화할 수 있는 이어폰잭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여기 나온 것과 한국에 출시된 내용하고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던 게...한국에 마이크로택 5000이 출시됐을 때는 EP 배터리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예전의 마이크로택 II와 호환되는 니켈카드뮴 배터리가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기본 배터리와 함께 장시간 통화대기를 위한 토크팩 대용량 배터리는 기본과도 같았습니다. 아, 물론 충전기는 EP 배터리와 호환되는 인텔리차지 고속충전기가 들어있었습니다. 기존의 오버나잇 충전기가 최소 12시간 걸렸던 것에 비해 토크팩 대용량 배터리도 최소 3시간 안에 만충이 되는 고속충전기였습니다.


그 때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하는 생각으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