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산업 GP-R4000 무선 트랙볼 키보드의 사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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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별로 볼건 없습니다. 아, 크기 비교할 거라도 같이 넣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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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물입니다. 키보드 본체, USB 수신기, 에너자이저 AAA 건전지 한쌍, 수신기 연장 케이블.

 

연장 케이블이 들어간건, 신호를 잘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수신기를 둬라(그러니까 안 보이는 본체 뒤쪽 말고!)라는 의미로 보이는데, 케이블을 달아서 본체 아래쪽처럼 신호는 받는데 무리가 없지만 안 보이는 곳(...)에 쑤셔 박는 용도로 써도 될듯 합니다.

 

이 키보드는 미니 키보드 주제에(...) 1~0, A~Z까지의 일반적인 키들은 풀 사이즈입니다. 나머지 키들은 보시는대로 작고. 그럼 대충 크기를 짐작하실 수 있을듯 합니다. 키보드 위쪽에는 트랙볼/휠/좌우 버튼의 완벽한 마우스 대용품이 있고, 멀티미디어 키들이 도열해 있지요.

 

이쯤 되면 이 키보드의 컨셉이 보이지 않습니까? 거실 쇼파나 침대 위에 누워서 컴퓨터를 쓰면 되겠네. 실제로, 박스 뒤쪽에도 그런 광고 문구가 있습니다(...) 그런 광고 문구까지 자세하게 보고 베껴 쓴건 아닌데 -_-a 쓰면서 박스를 쳐다보니 그리 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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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 무선 신호 리셋 스위치와 건전지 넣는 부분 정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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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입니다. 디자인은 엄청나게 수려하다던가 그런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키보드-마우스 키-트랙볼-멀티미디어 키의 배열은 납득이 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첫인상은 일단 가볍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침대나 쇼파'에서 쓸려면 이 키보드를 바닥이나 책상 같은 고정된 곳에 두는 것이 아니라, 손에 들거나 배 위에 얹어놓거나(...)하는 식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왼쪽에 좌/우 키가 있고 오른쪽에 트랙볼이 가 있는 형태라서, 키보드 전체를 양손으로 잡고 마우스 조작을 할만 하다는 인상입니다.

 

키감은 멤브레인 중에서도 그냥 그럭저럭. 중국에 살면서 온갖 종류의 멤브레인-정말 싸구려부터 나름 가격이 나가는 것까지- 두드려봤다고 생각하는데, 이 키보드의 키감이 딱히 엄청나게 우수하다던가 그런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수키를 제외한 일반 키들은 풀사이즈인지라 타이핑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건 특수키인데 이건 나중에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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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기도 리셋 버튼이 하나 있는걸 빼면 딱히 설명할건 없습니다. 작동할때 불이 들어온다던가 그런게 없어서, 이걸 무턱대고 꽂았을때 새 드라이버 설치 안내만 안 나왔다면 과연 작동되는건지 몰랐을 정도(...) 그러고보니 키보드에도 NumLock 같은 LED 하나 없다는건 단점이라 할 수 있을듯.

 

무선 수신 감도는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키보드를 들고 돌아디념서 휠을 마구 돌려봤는데,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쓰기에는 충분하다 못해 과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4GHz 무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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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는 엄청나게 간편합니다. 드라이버 시디도 안 주나 이런 불평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꽂으면 되니까. 윈도우즈 XP에서 써본 것인데 박스에는 윈도우즈 98부터 비스타까지 전부 호환된다 하니 어디 들고 가서 설치 때문에 걱정할 일은 별로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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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와 트랙볼 마우스도 그냥 간단하게 잡혀버립니다. 처음에는 제조업체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뜨길래 도대체 어디로 간건가 한참 찾았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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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키는 칠만 하다고 위에서 말했지만, 특수 키는 좀 사정이 다릅니다. 미니 키보드 사이즈에 일반 키의 크기를 유지하자니, 결국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특수 키들의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 그 결과가 이렇습니다.

 

키의 크기는 적응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키가 저 위치로 간건 적응에도 시간이 좀 오래 걸릴것 같군요. 하지만 이쪽은 별 문제 없는 편입니다. 오른쪽에 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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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키에서 칭찬해 줄 수 있는건 엔터 키를 ┘자 모양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키보드를 보면 엔터 키가 ㄱ자 모양으로 생긴게 있는데 그게 엄청나게 짜증나더라구요. 개인적이긴 하지만.

 

이상한 위치로 간 ?, []{}를 한 키에 몰아넣고, 그 옆에 \와 '가 붙어있는 것까지도 다 괜찮다고 칩시다. 어차피 저걸로 프로그래밍 할것도 아니고(...) 이것들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되니까요.

 

이 키보드에서 제일 큰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은건 시프트-↑-엔터로 이어지는 라인입니다. 한글 키보드에서 쌍자음을 치기 위해 오른쪽 시프트를 치려고 하다 보면, 작은 시프트의 크기 때문에 ↑키로 오타가 많이 나게 되는데-물론 제 손이 커서 그렇겠지만- 기글 채팅방에서 챗을 해가며 시험해본 결과, 제일 힘들게 하는 요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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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 키입니다. 하나씩 다 눌러본 결과 기본 드라이버만으로도 완벽히 작동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것은 따로 설치할 것이 없어 편리하다는 장점과 함께, 키를 따로 정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령 e-mail은 무조건 아웃룩-나는 아웃룩 안 쓰는데?-, 재생 프로그램이 실행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Play 키를 누르면 일단 미디어 플레이어 실행-나는 미플 안 쓰는데?-같은 것들 말입니다.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이런것을 용도에 맞게 설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물론 kmp처럼 멀티미디어 키보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일단 실행만 되면 저 멀티미디어 키보드의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쓸 수 있습니다.

 

멀티미디어 키보드를 지원하는 동영상/음악 재생 프로그램을, 침대 위에 엎어져서 조절하기에는 상당히 유용한 기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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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좌/우클릭입니다. 설명이 워낙 친절하여 딱 봐도 좌/우클릭이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클릭 키감은 조금 무겁다는 인상인데, 그건 제가 지금까지 쓰던 마우스가 너무 험해져서 그럴지도.

 

클릭감 말고, 마우스 버튼은 키보드를 손으로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기에 상당히 편한 디자인입니다. 엄지손가락을 키 가운데에 놓고 딸각거리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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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볼과 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랙볼과 휠의 위치가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러면 휠을 조작하다가 민감한 트랙볼을 건드려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했을테니 역시 무리겠군요.

 

휠은 끊어질 만큼 끊어지고 적당히 걸려가면서 돌아갑니다. 휠이 너무 부드러운건 싫어하는지라 -_-a 휠의 클릭감은 또 가볍습니다. 마우스 좌/우 클릭의 키감이 이정도로 가벼웠으면 어땠을까 싶군요.

 

트랙볼은 엄청나게 감도가 좋습니다. 트랙볼이라는걸 생전 처음 써봤는데 마우스 커서가 휙휙 날아댕겨서 적응하는데 애먹었습니다. 간단한 퍼즐 게임을 해봤는데 할만합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나 fps 게임은 안되겠지만. 강약 조절을 해가면서 적응된다면 사용이 나쁘진 않을듯. 확실히, 손목이 아파서 트랙볼을 찾는다는 사람을 이해할만 하더군요. 이것도 역시 오른손으로 키보드를 감싸쥐고 엄지손가락으로 굴리기에 적당합니다.

 

요새 노트북에 다 달려있는 터치 패드 대신 트랙볼을 쓴 것은 역시 키보드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겠지요.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장점: 작고, 가볍고, 설치 간편하고, 멀티미디어 키보드 지원하고, 쓸만한 트랙볼-휠 마우스 기능이 있다는 것.

 

단점: 잊을만할 때마다 꼭 나타나서 풀 사이즈 키의 편리함을 까먹는 특수 키 배열.

 

가격은 다나와 최저가 5만3천원(http://blog.danawa.com/prod/?prod_c=924309&cate_c1=861&cate_c2=881&cate_c3=1005&cate_c4=0)이니까 그리 싼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침대 옆이나 거실 바닥에 던져놔도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의 미니 키보드에, 멀티미디어와 휠을 다 지원하는 키보드를 찾다 보면 이것이 제일 저렴한 물건으로 보입니다. 2009년 10월 현재로선 말이지요.

 

만약 침대나 거실에 누워 홈 씨어터 컴퓨터를 조절하는 용도로 쓴다면 이 키보드는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아이템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걸로 채팅한다던가 워드를 작성한다던가 등, 키보드 자판을 치는 일이 많다면 글쎄요. 특수키의 배열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