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부품 중에서 케이스처럼 그 종류가 다양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케이스가 없어도 컴퓨터를 쓸 수는 있으니까 큰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조립을 즐기는 사람들은 편의성과 만듦새를 상당히 중요하게 따지기도 합니다. 용도와 사용 공간도 따져야 하니까 무조건 비싸다고 사용자에게 알맞는 제품이라 부를 수도 없는 게 케이스지요.

 

그래서 케이스는 가격, 만듬새, 편의성, 크기 등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나와 있지만, 부가 기능은 컴퓨터 케이스를 고를 때 그리 크게 보는 부분은 아닙니다. 제품이 상향 평준화가 되면서 어지간한 특징들은 대부분의 케이스가 다 갖추고 있으니까요. 또 컴퓨터 케이스의 가격을 따져보면 기능보다는 재질이나 크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구요.

 

이렇게 보면 케이스에서 부가 기능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지만, 가끔씩은 꽤 독특한 기능을 갖춘 재밌는 제품이 나오곤 합니다. 오늘 볼 위텍인스트루먼트의 야마카시 ISMART도 그런 제품 중 하나인데요. 일반 케이스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기능인 아이폰 도크를 부착한 제품입니다. 심지어 홍보 쪽에서 이런 케이스는 세계 최초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세계 최초라는 그 말이 진짜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 케이스가 어떤 제품인지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직접 만져보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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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입니다. 제품이 중요하지 박스를 쓸 것도 아닌데 박스 사진을 왜 찍어서 올리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박스 사진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왜냐면 제품의 박스에는 그 제품이 가장 내세우고 싶은 기능이 무엇인지가 잘 나와 있거든요. 물론 아이폰처럼 그렇지 않은 물건도 있지만 컴퓨터 부품 쪽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박스만 봐도 이 케이스의 가장 큰 특징, 아이폰 도킹을 알 수 있습니다. 도킹은 안되지만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다는 것도 그림으로 알 수 있네요. 도킹 외에 알 수 있는 건 야마카시 시리즈에 다 붙는 지식경제부 선정 우수 디자인 정도. 박스 크기와 스티로폼과 비닐을 이용한 포장은 다른 케이스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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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텍인스트루먼트 야마카시 ISMART의 본체입니다. 크기는 평범한 ATX 케이스구요. 앞 부분을 그릴로 만들어 공기 유입을 돕는다던가, 테두리에 은색 플라스틱을 둘러서 디자인을 심심하지 않게 치장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모두 다른 제품들에서도 사용해서 검증 받은 것들입니다.

 

케이스 전면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는 아이폰 도킹 부분만 빼고 말입니다. 이건 다른 컴퓨터 케이스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기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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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입니다. 이쪽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120mm나 90mm 쿨링팬을 2개 장착할 수 있는 측면 그릴입니다. 시스템 쿨링팬을 달아서 쓰지 않아도 그릴이 달려 있으면 통풍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요.

 

다른 케이스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을 여기서도 한가지 더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쪽에 있는 도크와 연동된 입출력 단자가 그것이지요. 이건 아래쪽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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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전면입니다. 아이폰 도크 부분의 공간이 꽤 여유 있게 만들어져서 아이폰을 쉽게 넣고 뺄 수 있습니다. 대신 포기한 것도 있는데 바로 쿨링입니다. 저 위치는 다른 케이스에서 하드디스크 쿨링팬이나 전면 흡기용 쿨링팬이 들어가는 쪽이거든요.

 

요새는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늘어나고 SSD도 쓰고 하니까 하드디스크를 주렁주렁 달아 발열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CPU와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주요 부품들이 저전력 저발열 추세로 가는데다, 전면 통풍은 케이스 옆에 달린 그릴을 활용하고 측면의 그릴을 사용하면 실사용에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5.25인치 기기는 한 개만 장착할 수 있습니다. 전면 그릴에서 떼어낼 수 있는 부분이 한 개밖에 없으니까요. 요새는 ODD도 안 다는 추세니까 5.25인치 베이가 한 개 뿐이라서 부족할 건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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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입니다. 요새 유행하는 하단 파워 케이스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하단 파워가 아닌 케이스를 찾기가 힘들 정도지요. 위쪽에 달린 수냉용 홀에 고무 마개가 달린 것도 최근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후면 팬이 기본 장착된 것 외에도 확장 슬롯 오른쪽에 타공 처리를 해서 공기 순환을 돕고 있으며, 파워는 한쪽 방향으로만 장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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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아래쪽입니다. 쿨링팬을 2개 달아서 통풍을 보강할 수 있고, 쿨링팬용 타공만으로도 쿨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줍니다. 받침대엔 스폰지를 덧대 진동을 줄여줍니다. 이 정도면 케이스 하단 부분에 갖다 붙일 수 있는 건 다 달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왼쪽 아래 받침대에 물결처럼 찍힌 건 조명의 반사 때문에 그런겁니다. 찍고 나니 마치 철판이 평평하지 않은 것처럼 찍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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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크는 아이폰 4S까지 썼던 커넥터를 쓰고 있습니다. 아이폰 5부터 라이트닝 커넥터로 바꾼 상황에서 기존의 도크 커넥터를 쓴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선택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진 아이폰 5보다 아이폰 3G, 3GS, 4, 4S의 수가 훨씬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구형 도크는 라이트닝 커넥터로 변환해서 쓸 수 있기도 하구요. 현 시점에선 오히려 이게 더 대중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겠지요.

 

왼쪽의 전원 공급용 USB 포트와 3.5mm 잭을 이용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3.5mm 포트를 메인보드나 사운드카드의 사운드 출력과 연결해 버리면 이걸 아예 컴퓨터 스피커로 쓸 수도 있겠지요. 이 점을 고려해서 스피커를 내장한 케이스임을 좀 더 부각했으면 어땠을가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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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도크에 결합하면 이렇습니다. 공간이 꽤 넉넉해서 넣고 빼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으며, 컴퓨터의 전원을 켜지 않아도 전원 케이블만 연결되어 있다면 도크로 아이폰을 충전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 전원을 켜면 LCD 색이 연두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지요.

 

전원 버튼 옆에 달려있는 이퀼라이저는 아이폰에서 나오는 소리에 연동되어 움직이며, 왼쪽에는 아이폰의 충전 표시와 간단한 시계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아래쪽의 버튼으로 볼륨 조절과 음소거까지 쓸 수 있어 조작은 상당히 편리합니다.

 

소리도 꽤 괜찮습니다. 케이스 내부에 스피커가 달려 있는데 이 녀석이 들려주는 소리가 제법 들어줄 만 합니다. 물론 몇 만 원짜리 스피커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간편하게 음악을 듣기에는 충분합니다. 집에서 쓰는 라디오와 견줘도 손색이 없더라구요. 제가 어지간한 모니터 일체형 스피커는 비상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면 비상용이 아니라 실사용을 하기에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고 봅니다.

 

최대 볼륨도 큽니다. 케이스 내장 스피커라고 얕보면 오산입니다. 거실에 이 케이스를 놓고 사진을 찍다가, 사진을 컴퓨터에서 확인을 하려고 컴퓨터가 있는 옥탑방으로 올라왔는데, 저기서 나오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더라구요 -_-a 물론 볼륨을 높인다고 해서 싸구려 스피커에서 흔히 듣게 되는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던가 그런 것도 절대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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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위쪽에는 확장 포트와 리셋 버튼이 있습니다. 포트의 구성은 요새 표준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USB 2.0 2개, USB 3.0 한개, 마이크와 이어폰 잭까지.

 

다만 위치는 조금 아쉽습니다. 아이폰 도크가 케이스 아래쪽에 있으니까, 이 케이스는 바닥에 놓고 쓰기보다는 책상 위에 자리를 잡아야 어울릴 것 같은데, 확장 포트가 케이스 위에 달려있으면 손을 위로 뻗어야 하니 사용이 조금 불편할 것 같네요. 차라리 아이폰 도크를 케이스 위쪽에 달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구요. 하드디스크 도크를 위쪽에 단 케이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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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쪽은 어떻게 생겼는지 볼까요. 나사는 양쪽 모두 손나사입니다. 바깥쪽 철판은 물론이고 나사까지 전부 검은색으로 통일했으니 이런 부분은 꽤나 꼼꼼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 이쪽에서 보면 측면에 장착할 수 있는 쿨링팬의 크기가 두 종류라는 게 눈에 확실하게 보이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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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구성품 박스. 설명서와 먼지 필터, 절연 스페이서, 각종 나사, 선정리 용 케이블까지야 설명할 게 없는 것들이고. 라이트닝 포트용 변환 젠더가 같이 들어 있네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아이폰 5를 도크에 직접 꽂진 못하지만 그래도 충전과 음악 재생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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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구조입니다. 전형적인 하단 파워 구조의 ATX 케이스 디자인을 따르고 있습니다. 풀 사이즈 ATX 폼펙터 메인보드와 290mm의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습니다.

 

자세한 건 세부 사진을 보면서 설명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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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입니다. 위쪽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 있어서 CPU 쿨러를 장착하기 위해 메인보드를 들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구멍이 제법 커서 메인보드의 소켓 위치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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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인치 하드디스크 베이는 4개가 있습니다. 검은색 일변도인 이 케이스에서 이 부분에만 유독 빨간색이 들어가 있는데요. 저 고무 패킹은 하드디스크를 고정하는 나사와 케이스 사이에 위치해, 하드디스크가 작동할 때 진동 때문에 케이스가 떨리면서 생기는 소음을 줄여줍니다.

 

저 패킹이 없어도 철판 두게가 어느 정도 있으니까 어지간한 사용 환경에선 소음이 나진 않을 것 같지만요. 그래도 이런 배려는 사용자를 위한 것이니 사양할 필요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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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인치 베이입니다. 4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1개라고 쳐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한대로 전면 패널에서 떼어낼 수 있는 부분이 1개밖에 없거든요. 5.25인치 베이에 ODD 말고 따로 달 것도 없으니 차라리 이쪽까지 3.5인치 베이로 만들어서 하드디스크를 변환 가이드 없이 달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철판이 접힌 걸 보면 이 케이스의 강판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마감은 얼마나 메끄럽게 잘 됐는지를 어림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철판과 철판 가공만 놓고 봤을 때 3~4만 원대 케이스 급이라 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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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인치 베이의 반대편은 이렇게 공간이 있습니다. 하드디스크를 장착하는 것 외에도 선을 정리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이쪽에 있는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서 선을 우겨 넣기는 좀 부족해 보입니다.

 

물론, 이쪽에도 고무 패킹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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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내부 공간입니다. 이쪽에서는 케이스 바닥 쪽에 파워를 받치는 스폰지가 붙어 있는 게 보이네요. 이게 파워를 좀 더 잘 받춰줄 수 있겠지요. 아쉬운 건 케이스 바닥에 있는 쿨링팬 장착 홀 중에서, 바깥 부분에는 쿨링팬을 달기가 어렵다는 것. 쿨링팬의 높이만큼 공간이 안 나오거든요.

 

확장 슬롯은 ATX 규격에 맞춰서 7개가 있습니다. 한 번 떼어내면 끝이긴 하지만 요새는 그래픽카드 외에 별 다른 확장 카드를 설치하는 경우가 없으니까 별로 아쉽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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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의 케이블과 커넥터들입니다. 24핀 파워 커넥터를 메인보드에 바로 연결하는 게 아니라, 케이스에 달린 이 커넥터를 거쳐서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컴퓨터 전원을 켜지 않아도 아이폰을 충전하고 아이폰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24핀 전원 커넥터 외에 다른 케이블과 포트 구성은 여타 케이스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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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패널을 뜯어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5.25인치 베이에 ODD를 설치하려면 우선 전면 패널을 뜯은 다음, 베이 덮개를 빼내야 하는데요. 패널 분리는 약간 힘을 줘서 빼면 되니까 어려울 건 없습니다.

 

도크와 스피커 기능이 있다보니 다른 케이스보다 전면 패널의 구조가 좀 더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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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네요. 메인보드에서나 볼 수 있는 배터리가 케이스에도 달려 있는데, 여기서도 용도는 똑같습니다. 설정해 둔 시간을 저정하는 용도지요.

 

그 옆에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달려 있습니다. 유닛의 크기는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아까 말한대로 소리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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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공간이 어떻게 나온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가조립해 봤습니다. 저 메인보드가 ATX 폼펙터 중에서도 큰 축이니까 공간은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는 걸 아시겠지요. 메인보드 길이를 넘어가는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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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리해 볼까요. 철판 두께나 가공 수준을 봤을 때 3~4만 원 정도의 케이스 급은 나온다는 게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고무 패킹이나 스폰지처럼 작은 배려들도 눈에 띄구요. 포트 위치나 살짝 아쉬운 쿨링처럼 아이폰 도크라는 새로운 기능을 넣다 보니 좀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 사용에 지장을 줄 정도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케이스는 그냥 특이한 물건에 지나지 않겠지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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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폰을 항상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싶어하며, 아이폰에 들어있는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늘 듣고 싶은 분들에게는, 다른 제품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이 케이스만의 매력이 분명 통할 것이란 점입니다.

 

비슷한 만듬새의 다른 케이스보다는 가격이 비싸지만 스피커가 내장된 아이폰 도크의 가격을 따져 보면 아무 이유 없이 비싼 건 아니지요. 아이폰 4S 정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 중에, 아이폰을 오래오래 쓰고 싶으신 분이라면 나쁘지 않을 겁니다.

 

위텍인스트루먼트는 케이스 사업에 진출하면서 무난하게 팔리는 비슷비슷한 제품을 내놓지 않고, 전혀 새로운 제품으로 시작해 사람들의 관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회사에서 볼 수 없는 개성있는 제품을 선보이길 기대해 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좋은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