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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 초. MSI의 지포스 GTX 660 Ti 파워 에디션과 지포스 GTX 670 파워 에디션 그래픽카드가 화제가 됐었습니다. 좋은 쪽이 아니라 안 좋은 쪽으로요. 이 그래픽카드들이 PWM 컨트롤러를 피해서 GPU에 더 높은 전압을 주도록 설계돼,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독일 탐스 하드웨어가 주장했던 것입니다.


탐스하드웨어 영어 소개: http://www.tomshardware.co.uk/MSI-GTX-660-670-overvolting-PowerEdition,news-40278.html
탐스하드웨어 독일어 원문: http://www.tomshardware.de/MSI-GTX660Ti-Overvolting,testberichte-241108.html

 

MSI는 여기에 대해서 제품에 자신이 있고, 추가 전압은 더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한 결정이었으며, 그래픽카드의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고서도 GPU 부스트를 더 높은 클럭으로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데다, 이 제품들은 자체 테스트를 통과했고 3년 a/s를 제공하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식 입장: http://gigglehd.com/zbxe/8648411

 

탐스하드웨어의 공격과 MSI의 방어로 사건이 끝나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MSI의 이런 제품 설계는 NVIDIA의 설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것이거든요. 그래서 어느 쪽 주장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서(둘 다 옳거나 그를 수도 있겠지요?) MSI는 문제가 된 제품들을 다시 설계해 내놓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볼 제품이 바로 MSI가 새로 설계한 지포스 GTX 660 Ti 파워 에디션 OC D5 2GB 트윈 프로져 4입니다.

다나와 링크: http://blog.danawa.com/prod/?&cate_c1=861&cate_c2=876&cate_c3=972&cate_c4=0&depth=3&prod_c=1759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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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지포스 GTX 660 Ti 파워 에디션 OC D5 2GB 트윈 프로져 4의 구형 모델과 신형 모델입니다. 사진을 찍은 지 몇 주 돼서, 어디가 구형이고 어디가 신형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본 두 제품의 디자인은 완전히 똑같거든요. 차이점을 찾을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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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입니다. 지포스 GTX 660 Ti 파워 에디션에 장착된 MSI 특유의 트윈 프로져 4 쿨러는 8cm 쿨링팬을 두 개 달았습니다. 프로펠러 블레이드라 부르는 독특한 디자인의 쿨링팬은 기존 방식의 디자인과 비교해 기판에 20% 더 많은 풍량을 쏴 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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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방열핀엔 4개의 히트파이프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중 2개는 직경 8mm라 열전도가 더 빠르다고 합니다. 방열핀 외에도 기판 대부분을 덮는 일체형 히트싱크가 메모리와 전원부를 모두 커버하며, 기판이 휘는 것을 막아 주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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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쿨링 시스템은 레퍼런스 디자인보다 온도가 14도 더 낮고 소음은 17.1dB 조용합니다. 여기에 부팅 후 30초 동안 역방향으로 쿨링팬이 회전해 먼지를 털어낸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사실, 이건 전부 트윈 프로져 4 쿨러의 특징이라 오늘 볼 주제하고는 큰 상관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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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판입니다. 자세한 부품 사진을 이걸로 확인하실 순 없겠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신형 제품도 구형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쓰고 있음을 이것으로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디가 달라졌는지 그 답을 찾으려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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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페이즈 중에서 5페이즈 쪽 전원부입니다. 파란색 캐패시터에 써진 숫자가 좀 달라지긴 했는데 스펙 자체는 같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270 16V 같은 숫자는 그대로였거든요. 그 외에 사진에는 안 나오는 작은 부품들도 인상 쓰고 쳐다봤지만 똑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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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판 반대편의 2페이즈 쪽 전원부입니다. 이쪽도 설계나 부품 구성은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떠오르는 질문. 도대체 MSI는 이 그래픽카드의 어느 부분을 수정해서 내놓은 것일까요? 그 답을 알기 위해서는 그래픽카드를 뒤집어 뒷면을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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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입니다. 큼직큼직한 부품 구성들은 여전히 똑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두 카드가 생긴 게 완전히 똑같아서 제품을 보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구형 그래픽카드에 스카치테이프를 한 장 붙여 둔 것이었으니까요. 아, 그래서 도대체 어디가 다른 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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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소개했던 탐스하드웨어 측의 주장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RT8802A 5페이즈 PWM 컨트롤러를 우회하기 위해 TL431 가변 레귤레이터 쪽에 ‘불필요한’ 캐패시터를 하나 더 달았다는 것. 사진에 빨간 색으로 줄을 그어 둔 작은 캐패시터가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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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는요? 네. 없습니다. 제가 떼어 낸 건 당연히 아니지요. 이게 바로 MSI 지포스 GTX 660 Ti 파워 에디션의 구형과 신형에서 제일 큰 차이점입니다. MSI는 저 자리에 있었던 캐패시터를 떼 내서 추가 전압 인가를 없애고 NVIDIA의 가이드라인을 맞췄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런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캐패시터 차이 말고, 실제 사용에선 과연 어떤 점이 달라질 것인지를 생각해 봅시다. 일단 저 캐패시터가 빠지면서 생겨난 장점이라면 NVIDIA의 가이드라인을 지켰다는 것과, 탐스하드웨어의 주장대로라면 ‘안정성 강화’가 됐겠지요. 전압을 부품 스펙에 맞춰 공급하니까요.

 

하지만 그 ‘안정성 강화’는 제가 어떻게 확인해 볼 없었습니다. ‘문제가 일어나는 상황’을 만들어서 오랜 시간 테스트를 계속 하면서 실제 효과가 어떤지를 확인해 봐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요. 따라서 안정성 이야기는 옆으로 내려놓겠습니다.

 

그럼 캐패시터를 빼면서 생긴 단점은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따져 봤을 때, 저 캐패시터를 더해서 더 오랜 시간동안 더 높은 클럭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반대로 저 캐패시터가 빠졌다면 그런 능력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면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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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이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일단 두 제품의 표기 클럭은 똑같습니다. 기본 클럭은 1020Mhz고 부스트 클럭은 1098MHz네요. 하지만 부스트 클럭이 ‘어디까지’ 올라가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요. 그 캐패시터가 그런 작용을 했다면 말입니다.

 

그럼 좀 긴- 그림을 보실까요? Furmark의 번인 테스트를 돌린 상태에서, GPU 클럭의 변화를 GPU-Z로 모니터링해 기록한 것입니다. 원본 파일이 메모리 클럭을 비롯한 다른 정보까지 같이 껴 있어서, 메모장을 열어두고 앞부분만 캡쳐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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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래픽카드보다 오른쪽의 최고 클럭이 보편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왼쪽 카드는 최고치가 1189MHz 정도인데 비해 오른쪽은 1215MHz까지 심심찮게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다들 이렇게 생각하시겠지요. 왼쪽이 캐패시터를 뺀 신형, 오른쪽이 캐패시터가 있는 구형이라고.

 

틀렸습니다. 왼쪽이 캐패시터가 붙어 있는 구형, 오른쪽이 캐패시터가 빠진 신형입니다. 추가 전압을 인가하는 캐패시터를 뺐는데도 신형 그래픽카드가 부스트 클럭이 더 높게, 그리고 더 오랫동안 지속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이번엔 3D마크 11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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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마크 11에서는 두 그래픽카드 모두 평균 부스트 클럭이 크게 올랐습니다. 중간 중간에 테스트 로딩을 하면서 클럭이 떨어지긴 했지만, 실제 테스트에 진입하면 다시 클럭이 올라간 것도 볼 수 있네요.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왼쪽이 구형, 오른쪽이 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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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클럭은 더 높은 성능을 이끌어 냅니다. 최고 1189MHz에 머무른 구형 버전은 P5569점이 나왔지만, 1215MHz까지 올라간 신형은 P5638점이 나왔습니다. 69점 차이는 오차 범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26MHz의 클럭이 변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해도 아주 이상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추가 전압을 인가한다는 캐패시터를 뺐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형 버전의 클럭이 더 높게 작동하며, 실제로도 더 높은 성능을 내는 것이라고. 이게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제가 테스트한 그래픽카드가 특이해서?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MSI는 탐스하드웨어가 지적했던 것을 수정해 NVIDIA의 가이드라인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대신할, 그보다 더 한 뭔가를 새 그래픽카드에 추가해 높은 클럭을 이끌어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클럭 향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여전히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MSI도 참 지독한 회사구나 싶습니다. 자기 회사와 제품의 개성으로 한 번 정한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소리니까요. MSI가 새 지포스 GTX 660 Ti 파워 에디션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아래는 보너스입니다. 테스트한 김에 게임 테스트도 추가했는데요. 이쪽은 참고용 그 이상의 가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정해진 과정과 내용을 테스트하는 3D마크나 Furmark와는 달리, 이들 게임은 테스트할 때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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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GPU 부스트가 게임에서 항상 최고 상태를 지속하는 것도 아니고, GPU 부스트는 어디까지나 GPU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 클럭을 가리키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신형 지포스 GTX 660 Ti 파워 에디션은 구형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지만, 그건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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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리해 볼까요? 신형 MSI 지포스 GTX 660 Ti 파워 에디션은 구형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었던 캐패시터를 뺐습니다. 하지만 그걸 뺐는데도 오히려 GPU 부스트의 최고 클럭은 향상, 구형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그래픽카드가 됐습니다.

 

부품 구성 변화에서 비롯된 또 다른 부분. 실제로 안정성이 나아졌는지, 캐패시터가 빠지면서 인가되는 전압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탐스하드웨어의 주장대로라면 이 두가지는 분명 기존 제품보다 더 나아졌겠지요? 문제가 되는 부품이 빠졌으니까 말입니다.

 

일단 바깥으로 보이는 클럭과 성능만 놓고 보면 MSI 지포스 GTX 660 Ti 파워 에디션의 새 버전은 오히려 업그레이드가 됐지 다운그레이드는 되지 않은 그래픽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지금 시장에서는 구형 버전의 재고가 다 빠지고 신형 제품만 남아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