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상아색 일색이었습니다. 상아색 모니터에 상아색 본체 케이스와 상아색 키보드까지. 키보드의 기능 키들이 색이 좀 짙은 편이긴 했지만 어쨌건 기본은 상아색이었지요. 2000년대 들어서 조립 컴퓨터 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색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그 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상아색이 촌스럽다는 이유로 밀려나고 검은색이 대세가 된 것입니다. 지금은 본체에 ODD를 왜 다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한때는 검은색 배젤 ODD를 보면서 신기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밝은 계통의 색은 변색되면 금방 지저분해 보이는데다가, 검은색이 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아무데나 갖다 놔도 잘 어울리는 편이니까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상아색처럼 밝은 계통의 부품을 찾아보기가 오히려 어렵게 됐습니다. 검은색이 아무리 무난하다지만 이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의미에서 썩 반길만한 일은 아니지요. 케이스나 키보드처럼 상대적으로 싼 값에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은 다양한 색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꽤 있지만, 값이 좀 나가는 부품인 모니터는 검은색 외에 다른 색을 쓴 모니터를 찾기가 정말 힘듭니다.

 

지금 다나와에서 모니터의 인기상품 200개를 살펴봐도 검은색이 아닌 모니터는 한손으로 꼽을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위텍인스트루먼트의 야마카시 캣립 Q270 LED MULTI 화이트입니다. 사실 이렇게 세 문단에 걸쳐서 색깔 이야기를 한 것도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기 드문 하얀색 모니터'이면서 '그거 말고는 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니터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건 이 모니터가 나빠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니고, 이미 저번에 다 해서(위텍인스트루먼트 야마카시 캣립 Q270 LED MULTI LIMITED http://gigglehd.com/zbxe/7772577) 그렇습니다. 

 

오히려 기능만 보면 한가지 빠졌다고 할 수 있는게, 한정판이 빠지면서 리프레시율을 60Hz 이상으로 높일 수 있는 보장은 안 된 셈입니다. 대신 색상이 하얀색으로 바뀌고, 그 외에 다른 점은 전부 같습니다. 2560x1440 해상도의 16:9 비율 27인치 IPS 패널에 LED 백라이트, 틸트와 회전 가능한 스탠드, 내장 스피커와 제조사에서 상당히 강조하는 뒷면 디자인까지. 아래에서 해야 할 말을 지금 다 해버린 셈이 됐지만, 아래쪽에서는 기능 설명 대신 '완전 하얀 새하얀 모니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시면 되겠습니다.

 

1.JPG

 

박스는 검은색 모델과 똑같습니다. 그래도 지금 검은색 모델로 잘못 산 게 아닐까 고민하실 일은 없는데, 보시는 것처럼 화이트 버전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박스 옆 뿐만 아니라 위쪽에도 붙어 있어서 잘못 보고 넘어갈 일은 없습니다. 모니터를 뜯을려면 저 스티커를 찢어야만 되거든요.

 

2.JPG

 

구성품도 검은색 모델과 똑같습니다. 인터페이스가 워낙 간단해서 딱히 찾아 볼 필요가 없는 설명서, 2560x1440의 고해상도를 쓰기 위해서 필수인 듀얼링크 DVI 케이블, LED 백라이트를 쓰면서 모니터 화면 크기에 비해 상당히 덩치가 줄어든 전원 어댑터, 내장 스피커와 연결할 3.5mm 케이블까지. 모니터의 모든 기능을 쓸 수 있는 구성입니다.

 

3.JPG

 

이게 바로 위텍인스트루먼트의 야마카시 캣립 Q270 LED MULTI 화이트입니다. 직접 보면 하얀 모니터가 반짝반짝 유광 재질이라 꽤 예쁜 편인데, 저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사진을 찍기에는 정말 까다로운 물건입니다. 광고 문구 그대로 '완전 하얀' 색이라서 안그래도 큰 27인치 모니터가 우중충한 검은색으로 책상 위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게 싫다면 꽤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합니다.

 

4.JPG

 

정면입니다. 아직까지 27인치 모니터보다는 24인치나 그보다 더 작은 크기의 모니터를 많이 쓰는 편인데, 이렇게 보면 별로 안 커보이지만 위텍인스트루먼트 야마카시 캣립 Q270 LED MULTI 화이트의 정확한 크기는 648x505x259mm입니다. 결코 작은 모니터는 아니지요. 30인치하고 비교하면 세로 길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27인치가 크기에서 꿀릴 모니터는 그 정도밖에 없습니다.

 

5.JPG

 

모니터 오른쪽 위에 있는 스펙 표기입니다. 16:9 와이드, LED 백라이트, WQHD의 2560x1440 해상도, S-IPS 패널, 응답 속도 6ms, RoHS 인증, 그 아래는 에너지 절약과 디자인 마크가 있네요. 저번에 한정판 버전을 소개하면서 설명했던 것들이지만, 이것 역시 위텍인스트루먼트 야마카시 캣립 Q270 LED MULTI 시리즈 전체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6.JPG

 

아래쪽에는 신호 선택, 메뉴, 위/아래, 전원 버튼과 전원 LED가 있습니다. 버튼을 모니터 아래에 달고 버튼 설명을 앞쪽에 해놔서 버튼을 누를 때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당연해 보이는 걸 굳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요새 나오는 모니터 중에는 버튼을 모니터 뒤쪽에 단 제품이 꽤나 많기 때문입니다. LCD 모니터가 버튼을 자주 쓸 일이 없긴 하지만 입력 포트가 많은 제품을 활용하려면 버튼을 누르기 편한 게 좋겠지요.

 

7.JPG

 

일하는 곳에서 '뒷태가 아름다운 제품' 이야기가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흔히 제품 앞쪽 디자인만 신경쓰기 마련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뒤쪽 디자인이 앞쪽 디자인만큼 중요한 제품도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대표적인 제품이 모니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회사에서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모니터 뒤쪽이 잘 보이는 책상 배치를 선호하더라구요?

 

8.JPG

 

그런 의미에서 위텍인스트루먼트 야마카시 캣립 Q270 LED MULTI 화이트는 '사장님 모니터'라고 컨셉을 잡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모니터들의 뒤쪽 디자인은 '아무것도 없다'지만 이 모니터는 모니터 한 가운데에 스탠드와 이어지는 포인트를 줬으니까요. 이게 디자인만 따진 것도 아닙니다. 포트를 옆으로 세운 게 아래 쪽으로 향한 것보다 케이블을 꽂고 빼기가 정말 편하거든요.

 

9.JPG

 

위에서 아래로 오디오 출력, 오디오 입력, HDMI, 듀얼링크 DVI, d-sub, 전원 단자입니다. 용도 별로 보면 게임기나 외부 플레이어 연결을 위한 HDMI, 노트북이나 구형 제품을 위한 d-sub, 그리고 고해상도 입력의 기본인 듀얼링크 DVI가 있는 셈이네요. 전원 포트 방향이 아래쪽이라면 손으로 더듬어서 포트를 꽂던가 모니터를 엎어놓고 끼우던가 해야 하는데 이건 그냥 돌려놓고 끼우면 됩니다.

 

10.JPG  

 

모니터 박스 크기를 줄이겠다고 스탠드 조립형으로 내놓는 제품 중에는 스탠드 조립을 위해 십자 드라이버가 필요한 제품이 있지요. 하지만 이건 그냥 손으로 돌리면 끝입니다. 다 돌리고 나서는 그냥 눌러두면 되니까 바깥으로 나사가 튀어나올 일도 없지요. 무나사 케이스처럼 앞으로는 이런 방식의 나사가 모니터 스탠드의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1.JPG

 

회전과 틸트가 되는 스탠드입니다. 전에 봤던 블랙 버전은 회전이 조금 빡빡했었는데 이건 부드럽게 잘 돌아가네요. 틸트는 과연 사람이 저 각도까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넘어가니 선택의 폭이 꽤나 넓은 편입니다. 스탠드 위쪽에는 2W 스테레오 스피커가 있는데, 모니터 내장형 스피커가 음질이 썩 뛰어난 경우는 없지만, HDMI 입력을 받아 음성 신호까지 같이 모니터에서 처리한다는 점에선 꽤 편리합니다.

 

12.JPG  

 

최근 2560x1440 해상도에 LED 백라이트를 조합한 27인치 모니터가 꽤 저렴한 가격에 나오고 있는데,  위텍인스트루먼트 야마카시 캣립 Q270 LED MULTI 화이트의 가격도 꽤나 저렴한 편입니다. 현재 다나와 최저가가 30만원 초반대니까요. 듀얼링크 DVI 포트 뿐만이 아닌 다른 여러 종류의 포트를 달고 스피커 내장형으로 나왔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비싼 건 아니지요.

 

13.JPG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27인치 모니터 좋은 줄은 알겠는데 우중충하고 거대한 검은색 모니터를 책상 위에 두기엔 너무 보기 흉칙하다고 생각하실 분들이라면, 지금 고를 수 있는 정말 몇 안되는 해결책 중에 하나가 바로 위텍인스트루먼트 야마카시 캣립 Q270 LED MULTI 화이트가 되겠지요. 하얀색 깔맞춤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사진에 나온 것보다 더 새하얀(...) 모니터를 한번 노려 보세요.